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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형이 날 사랑하는 게 당연하지 않은 일이었으면 좋겠어요. 소년의 목소리는 낮게 울렸다. 아래에서부터 올라와 달라붙는 시선의 온도는 그 무게와 다르게 미지근하다. 체온과 맞게 식은 물 안에 몸을 가라앉히는 것처럼. 가라앉는 것처럼. 민형의 눈이 세 번 깜박이는 동안 제노는 밀랍인형마냥 다듬어진 표정을 그대로 짓고 있었다. 피부에 떨어져 순식간에 굳어가는...
눈치게임 또 허브 냄새에 잠이 깼다. 이번엔 서이경보다 먼저 일어나야지, 했는데 또 계획대로 안 된 모양이었다. 눈을 가려서 그런지, 아님 묶여있어 그런지 서이경과 하고 나선 서명희와 할 때보다도 더 빨리 잠에 빠졌다. 서이경의 침대에서 자고 나면 늘 팔을 들어보아야 했다. 수갑에 달린 사슬의 길이를 가늠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계획대로라면 침대 모서리를 잡...
"내가 아직은 연애할 생각이 없어서, 준 건 잘 먹을게."또다, 며칠 전부터 왜 이리 기분이 안 좋나 싶었더니 나도 모르는 새에 또 무슨 데이가 다가오고 있었나 보다.굳이 달력을 챙겨 보지 않아도 이제노가 받아오는 것만 보면 대충 알 수 있다. 오늘은, 화이트데이 구나.이제 보편적으로 남자가 주는 날이고 여자가 주는 날이고를 따지는 건 의미가 없는 듯해 보...
신랑이랑 한국 이야기를 하다 보면 느끼는 패턴이랄까 이런 게 있는데 우리는 반만년 역사!!!를 가졌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뭐가 됐든 천년씩 전에도 다 하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의 근대? 내지는 현대?는 우리가 우습게 생각하는!!! 미국이나 러시아 보다 확연히 짧다. 오히려 미국은 역사가 이삼백년 밖에 안 되니까 그 이삼백년에 대해서 자세히 알기가 좋은...
나는 직장인이다. 그저께 막 승진한 카게야마 대리. 일자리도 제대로 갖춰져 있고 사랑이라는 새싹들이 파릇파릇 돋아나는 행복한 집과 그 새싹을 자라나게 만들어준 해도 소유하고있다. 요즘의 난 만물을 조종할 수 있는 신도 부럽지 않다. 다시 생각해보니 신은 조금 부러울지도. 이 생활을 계속 이어나가게 만들 수 있으려나? - "카게야마군! 근무시간에 졸지 말고!...
소녀는 때로 사내의 이해 범주를 넘어선 강인함을 보여주곤 했지만, 때로는 그 나잇대에 걸맞는 아이다움도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같은. 잔기침 소리가 조금 잦다 싶더니, 그새 의무실에서 약을 받아온 모양이었다. 봉투를 연 소녀의 표정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약봉투를 들여다보며 안절부절하던 것도 잠시, 잔에 물을 받아 온 그녀는 마치 전장에 출전하는 장수마냥 비...
어릴 때부터 20대까지는 대부분 비슷한 길을 걸어갑니다. 비슷한 환경, 비슷한 친구, 비슷한 공부, 비슷한 생활 패턴으로 살아가죠.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시험이라는 극심한 경쟁의
그는 멍청했다. 배가 너덜거리는 나를 그저 지나치지 못하고 정신없이 치유하던 그 때부터. 왜 살렸냐고 물어본 나에게 그럼 죽어가는 사람을 그냥 두냐고 짐짓 엄한 얼굴로 한마디 한마디 끊어 말하던 그때부터. 내가 살아도 아무도 기뻐할 사람이 없다고 말하고 배에 감긴 붕대를 풀자 내 손을 찰싹 때리며 자신이 슬퍼한다고 말해준 그때부터. 살아갈 이유가 없다고 말...
길거리에 하나, 둘 단 냄새가 퍼지기 시작했다. 자주 가던 라면집 근처의 제과점에 사람이 드나드는 소리로 북적 거리는 것을 보며 이와이즈미는 자연스레 인상을 찌푸렸다. ‘발렌타인데이’ 라는 문구를 커다랗게 적어놓은 문구가 길거리 어디서나 보였다. 그저 운동에 집중하는 평범한 남고생인 자신이 여자들이 챙기는 단순한 기념일에 이렇게 예민해지는 이유가 무엇이냐 ...
안녕, 또 보네 의도한 시간대는 아니지만, 이렇게라도 너를 만나서 정말 기뻐 거기다 어릴적 모습이라니, 실제는 더 귀엽다!! 왜 그렇게 질색한건지 모르겠네 응? 처음 본다고? 하긴, 너에게 난 초면이겠다 그치만 나에게는 구면인걸 으음, 이런 설명은 나보다 네가 더 잘하는데 그냥 난 미래에서 왔어 너를 다시 만나기 위해서, 미래의, 내 시대의 너는 조금 만나...
1. [건화호가] 상해의 휴일 "다정도 지나치면 병이야." 소파 위에 아무렇게나 늘어져 있던 건화가 몸을 일으키며 중얼거렸다. 어젯밤부터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이더니, 결국엔 싸움을 걸 모양이다. 담담한 목소리였으나 호가는 그가 화두를 던질 타이밍을 찾기 위해 꽤 오래 뜸을 들였음을 알았다. 또 왜 그래. 고양이를 쓰다듬던 손길을 거두며 호가가 물었다....
본즈커크로 어린시절 제대로 된 애정한번 못 받아서 그 상태로 굳어진거 보고싶다…애정을 받으면 제대로 못 소화시켜서 그대로 토해내는거.그러다 본즈만나는데 커크한테 폴인럽한 본즈가 이것저것 챙겨주고 신경써주니까 오히려 학떼는 커크…자기 위해주는거란 걸 알긴하지만 그냥 좀 내버려뒀음하는…남들눈엔 천상천하유아독존으로 보이는 커크지만 사실 항상 남한테 더 맞춰주는게...
대기실 쾅! 별안간 닫혀버린 문에 밖으로 늘어진 스텝들은 순간 앞사람의 등에 머리를 박지 않기 위해 발끝에 힘을 줘야 했다. 그리고 모두의 머리 위로 물음표가 떠올랐다. 리허설을 마치고 대기실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무리의 맨 앞에 선 호가가 대기실의 문을 열었고 뒤이어 왕개가 문을 잡고 선 호가를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호가는 잡고 있던 문을 그대로 닫아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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