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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르르 님, 요정 님
한편, 성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꿈에도 모르는 레이븐 크론웰은 떠난 이후 하루도 쉬지 않고 성실하게 맡은 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중이었다. 분쟁 지역에 도착해 까닭을 알아보니 기가 차게도 움직임의 주범은 이제 갓 성년을 지나보낸 어린 사자가 이끄는 작은 무리였다. 그것은 기존에 그들이 알음알음 어림해 두었던 대형 자유수인 무리 중 하나에서 떨어져나온 것...
결혼식은 영지의 형편을 고려하자면 넘치도록 성대하게 준비되었다. 예비 영주 내외가 걷게 될 모든 경로에는 구김 하나 없는 자수천이 깔렸고, 여느 다른 지역의 예식에서처럼 생화를 뿌리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대신 성내의 안팤을 막론한 모든 곳에서 정교하게 접힌 종이꽃을 볼 수 있었다. 본식 사흘 전부터 모든 수인들이 당장 한 방울이 아쉬운 물을 아낌없이 뿌려 지...
“수고하셨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분주한 방송국의 세트장, 도미네이터는 인사를 마친 뒤 저벅저벅 걸어나섰다. 오늘 하루 스케줄도 끝. 촬영이 많아서 조금 지쳤긴 하지만. 그런 도미네이터의 옆으로 둠 브링어가 따라왔다. “오늘도 수고 많았어, 실수없이 한번에 컷하고.” “그거야 이 몸이라면 당연한 거 아니겠어?” “하여간 그놈의 잘난 척은, 그게 너...
깊어가는 새벽, 매드 패러독스는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이겨내며 졸음을 참고 있었다. 연구를 하겠다며 귀찮게 하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 연구실로 사라진 도미네이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패러독스는 두 눈을 비비며 무릎을 껴안았다. 연구실에 틀어박혀서 연구를 하는 동안에 식사는 물론이고 수면까지 모조리 스킵해버리는 불규칙한 생활패턴을 가졌기 때문에 패러독스는 ...
느닷없는 영주의 결혼 소식은 말라비틀어진 대지에 물길이 빨려들듯 순식간에 황야의 가장 외진 구석까지 전해졌다. 이 경사는 영지민 모두를 은근히 기대케 만들었다. 이 곳 서부에서는 영지 단위로 즐기는 축제라고 해 봐야 고작 봄의 파종철과 가을 수확철의 조촐한 생색 두 번-이는 사실 문명단위의 최소치나 다름없었다-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물론 각자 충성심의 정도...
에드워드 그레노어는 자신이 정령에게 매료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했지만, 그가 위기에 놓였다는 사실과 그것은 별개였다. 오히려 더 조급해졌다. 멍하니 남자를 바라보는 데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원하는 바를 계속해서 되씹기란 몹시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여유를 잃은 그는 이것저것 잴 것 없이 남자에게 매달리기 시작했다. 역시 안 되겠다고, 자신을 죽여 달라고. ...
첫 걸음을 내딛는 크리에이터를 위한 팁
ADD 3.3 / RAVEN 3.3 보아라 나의 스승아 너는 패하였다. 언젠가 내게 말했지 폭력이 평화를 이길 수 있냐고, 이미 일어난 일의 작은 회로를 바꾼다며 자신을 연소하지 마라고, 그러나 연소한 것은 너 자신이다. 사람을 가리지 않고 흐르던 너의 친절은 네 정신이 바스라진 이후로 마찬가지로 산산조각났고 이내 고운 입자로 변했다. 변해 이번에는 시간의...
깨지는 것에는 소리도, 느낌도 없다. 눈을 돌리면 공간 너머의 어딘가에 그것이 있다. 유리되어 오직 자신만이 있어야 할 공간에 나타나는 그것은 먼 옛날 자신의 모습 같기도 하지만 그와는 조금 달랐다. 어두컴컴한 공간에, 발 딛을 곳조차 없는 그곳에서 그것이 에드워드를 본다. 자신의 어렸을적 모습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거울을 자주 보는 사람도 아니었을 뿐더...
불행한 집안에서 태어난 구박데기 소년. 설상가상으로 불치의 병에까지 걸리고 나자 그 누구도 소년을 돌보려 들지 않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자살을 생각했지만 소년이 살던 마을에는 약관이 되지 못한 자가 스스로 죽음을 택하면 그 혼이 안식을 얻지 못하고 영원히 구천을 떠돌게 된다는 미신이 있다. 때문에, 막막한 마음에 사막으로 뛰쳐나와 당신을 찾게 된 것이다....
2018.03.04 “나는 네가 싫어.” 매드 패러독스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기에 도미네이터는 아무렇지도 않게 맞받아쳤다. “우연이군. 나도 그런데.” 그가 침대 위로 기어 올라오자 푹신한 매트리스가 출렁였다. 그는 도미네이터의 옆에 딱 달라붙고는, 계속해서 중얼중얼 많은 말들을 내뱉는다. 네가 싫어. 짜증나.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
에드워드 그레노어는 지평 너머로 얼마나 더 펼쳐졌을지 짐작도 가지 않는 광활한 이국의 땅을 걷고 또 걸었다. 모래 위에 새겨지는 발자국은 바람이 한 번 겨우 불어도 묻힐 정도로 작고 얕았다. 그 걸음으로는 천 번의 천 번을 걸어도 사막의 경계선에 닿지 못할 것이었으나 그는 개의치 않았다. 그는 죽기 위해 이 곳을 찾은 것이기 때문이다. 마탑의 대현자에게 인...
퇴고x 문장 중구난방함... 매일같이 당신을 찾기 위해 수없는 시공간을 건넌다. 나의 어릴 적, 행복했던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다. 그것은 불가능으로 판정이 났고, 내 노력들은 헛된 것이 되어 허공에 흩뿌려졌다. 하지만, 사람이 쉽게 포기할 수 있는 동물이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우리는 그렇지 못했고, 안타깝게도 일말의 희망, 미련, 집착 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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