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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았던 가을이 지나 추워 움츠리는 계절이 왔다. 아직 초겨울이라 그런지 창밖으로 느껴지는 햇빛이 선선하다. 나른하게 누워 일광욕하던 나츠메는 살짝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선생은 일찍이 핀 겨울꽃으로 담근 술을 맛봐야겠다며 뛰어나갔고, 토코씨와 시게루 아저씨도 잠시 모임에 다녀오겠다며 외출했다. 이렇게 기분 좋은 날씨에 혼자라니. 나츠메는 발끝으로 방바닥을 ...
문득 나토리는 제가 베고 누운 나츠메의 허벅지가 너무 얇아 은근한 미안함을 느꼈다. 제 손이 그렇게 큰 편이 아닌데도 한 줌에 잡아 부러뜨릴 수도 있을 것 같아, 나토리는 아주 잠깐 그를 어떻게 살찌울까 고민했다. “나츠메, 넌 나중에 뭐가 되고 싶어?” 요괴를 쫓다 잠시 쉬는 이 작은 언덕에서, 나츠메, 너는 대체 어떤 생각을 할까. “으응? 글쎄요. 딱...
마다라는 눈을 느리게 깜박였다. 제 커다란 몸을 누인 동굴은 여전히 어둡고 음습했다. 마다라는 끄응, 앓는 소리를 내며 뻐근한 몸을 기지개 켰다. 이게 무슨 고생이람. 나츠메의 집에 있을 때는 먹을 것 잘 것 알아서 다 해줬건만. 마다라는 제 털을 곱게 정돈하며 다시 자리에 누웠다. “고귀하신 마다라님께서 한낱 인간 아이에게 시선이 빼앗겨 같은 요괴를 등...
나무의 그림자가 길어진 거리를 걸었어. 무심코 든 시선의 끝에서 멀리서 걸어가는 네가 보여. 머리카락이 가볍게 흔들리는 네 걸음을 지켜보다 천천히 걷는 속도를 줄였어. 오늘 아침이던가, 내 반 앞에서 서성이는 네 모습에 그대로 뒤돌아서다 네게 들켜버려 붙잡혔지. 타누마, 왜 나를 피하는 거야? 겁먹고 움츠러든 듯, 살짝 불안한 듯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네...
비가 왔다. 투두둑 투둑 메마른 땅을 적시던 비는 어느새 거대한 암흑으로 변했다. 나츠메는 먹구름이 잔뜩 낀 창밖을 바라보다, 눈길을 돌려 제 앞에 죽은 듯 누운 한 사내를 바라봤다. 나토리 슈이치. 나츠메는 혀끝으로 그의 이름을 굴리다, 텁텁하고 쓴 감정이 올라오는 순간 삼켰다. 가여운 남자. 요괴를 퇴치하던 퇴치사 가문이지만 대가 끊겨 자연스레 잊혀 가...
‘요괴가 널 괴롭히진 않니? 해코지하진 않구?’ 괜찮아요, 이제 익숙해졌어요. 착한 아이들도 있고. ‘늘 괜찮다고만 하지 말고 얘기해주렴. 요괴는 어떠니?’ 사람처럼 생김새도, 성격도 가지각색이라 뭐라고 할 순 없어요. ‘그래…, 요괴들이 원망스럽진 않아?’ “일어나라, 나츠메!” 컥. 복부 위로 뛰어든 엄청난 무게의 야옹 선생 탓에 순식간에 잠에서 깨어...
아래로 <백수가 되어 그리운 것> 편이 이어집니다.
1. 가끔 생각한다. 과연 우리는 사랑이었을까. 어쩌면 우린 사랑이란 이름 아래 서로에게 집착하고 끈질기게 갈구했던, 지독한 악연이 아니었을까. 2. 쿠로오, 하고 넌 짐승이 그르릉 거리는 것만 같은 목소리로 나를 입에 담곤 했다. 내 온몸을 뜨겁게 녹이는 네 붉은 혀가 소름끼치도록 기뻐서, 나는 네가 내 목을 졸랐던 그 순간마저도 널 사랑했다. 3. ...
날 타고 흐르는 상처 자국은 너를 위해 있을 뿐이야 Vampire 윤정한 / 24 " 우리 중엔 내가 제일 정상일 걸. " 홍지수 / 24 " 몇 살인지는 왜 물어봐? 노인공경이라도 해주게? " 문준휘 / 23 " 으음, 준휘는 그런 거 잘 모르는데? " 전원우 / 23 " .. 괜찮아? " 서명호 / 22 " 뭘 야려. 뒤지고 싶어? " 김민규 / 22 ...
그는 첫인상이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 앙상한 겨울 나뭇가지마냥 마른 몸도 그렇거니와 항상 허공을 보는 눈, 요괴에게 잡아먹히지 않은 게 신기할 만큼 작고 연약한 남자. 마치 다리가 꺾여 도망치지 못하는 이처럼, 그는 늘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있었다. 기류를 타고 흩날리는 눈을 따라 춤추는 요괴가 많았던 날의 늦은 저녁이었다. 학교에 남아있다 돌아가려던 차에,...
근친 소재가 있으니 감상 시 주의 부탁드립니다. 11월 27일 일부 유료 전환 성문 앞을 조금 벗어나면 있는 장터는 언제나처럼 소란스러웠다. 상인들이 주욱 늘어서고 물건을 실은 수레와 저마다의 짐을 인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그 사이로 유독 검은 사내 하나가 우두커니 걸음을 멈추었다. “저 산골 깊은 곳의 마을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허무맹랑한 소리이온데……” “...
“정말! 정말 미안해, 타누마.” 추위에 발갛게 얼은 손을 맞잡고, 나츠메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이렇듯 타누마의 집 현관에서 벌벌 떨게 된 이유는, 얼마 남지 않은 기말고사에 타누마가 공부를 가르쳐 주겠다며 집으로 초대했기 때문. 어떻게 그런 민폐를! 나츠메는 괜찮다며 손사래 쳤지만 타누마가 혼자 공부하기 심심하다며 끈질기게 종용한 끝에 시간이 남는 주말,...
그 작은 몸뚱이에, 넌 참 많은 것을 담았다. 부드럽게 흩어지는 머리카락은 학대받은 유년을 담고, 꾸욱 주먹을 쥐는 가느다란 손은 빠져나간 추억을 담고, 선뜻 움직이지 못하는 다리는 밀쳐지기만 했던 슬픔을 담았다. 연약한 몸 가득 채운 것은 짙은 눈물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네가 참 가여웠다. 나츠메, 하고 이름을 부르면 넌 항상 흠칫 놀란 눈으로 돌아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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