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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군 작가님의 체취의 시점
* 강림의 존재는 철저히 부정당해 왔다. 정확히는 퇴마할 대상이 현존하고 있으며, 그것들을 퇴마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은 이가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려 들지 않았다. 그걸 인정하는 날에는 지금껏 정립해 온 모든 상식이 뒤집힐 만큼의 사회적 반향을 불러올 것이었으므로. 놈의 소행으로 보이는 사건은 대중에게 알리지 않은 것만 해도 벌써 열 건 가까이에 이르렀다...
이 글은 영화 ‘아가씨’를 모티브로 작성된 글입니다. 백양은 담배를 물어 피며 멀끔하게 차려입어 사람소리가 가득한 연회장 안으로 개미같이 숨어 들어갔다. 히로는 경성에서 이름을 내노라 하는 위인들과 가식섞인웃음을 팔고 있었다. 키즈키의 말이 생각났다. 백양은 피식 웃었다. “지랄하네.” 연회장은 평상시보다 큰 규모였다. 은근한 정치계의 대부 몇도 얼굴도장을...
* * * 기어이 쏟아지는 울음소리에 에릭은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결투 의식에서 혹시 죽는다면, 이라는 단서로 트찰라가 당부를 남기던 중이었다. 정당한 결투이니 결과에는 승복할 것이지만 남겨질 왕대비와 동생만큼은 부탁드린다는 말에 원로들은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으나 트찰라의 동생은 도리어 눈물이 터져버린 모양이다. “왜 이래야만 해? 지금이라도 거부...
LOVE BLOSSOM 10월의 하늘은 높다. 대부분의 가을날이 그렇지만, 전날 한바탕 소나기가 쏟아진 후의 하늘은 특히나 더 높고 청량했다. 이런 날은 그늘진 나무 아래에 앉아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나 실컷 읽는 게 딱인데. 때마침 즐겨 보던 시리즈의 신간이 발매되는 날이라 더 아쉬운 마음을 삼킨 쿠로코 테츠야는 쇼핑몰 한 구석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슬슬 ...
스밍 (@____d1s4str0us) 수인류의 권력 피라미드는 그리 길지도 않은 그들의 역사 내내 짧은 주기로 쉼없이 바뀌어왔다. 피지배 계급이 반란을 일으켜 지배 계급으로 오르는 것도 순식간이었고, 그들이 또 다시 피지배 계급의 피의 난에 못 이겨 쫓겨나는 것도 부지불식간이었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자 그 권력의 꼭대기에 아주 오랫동안 앉아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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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emil0529) 그 어둡고 더러운 곳에서, 내가 밟혀 뭉개질 지언정 너만은 벗어나게 해야겠다고. Black & White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뭐 하긴, 니 하는 게 거슬려가 그 자리에서 내려오라는 권유," 짝- 뺨을 얻어맞아 고개가 틀어진 다니엘이 쓰게 입을 다셨다. 때린 건 저면서, 다니엘의 볼보다 빨갛게...
"전원우 왔냐?" 그냥 반 친구들이랑 같이 봤던 면접이었다. 저 포함 다섯 명이 지원했는데 찬과 민규만 붙었던 것이다. 그 대충 봤던 면접에 합격했다는 통보로, 방송실에 앉아있는 찬이다. 그리고 찬은, 원우라는 선배가 들어올 때 심장이 터질 듯이 두근대는걸 느꼈다. "2학년 다 왔어?" 다른 2학년 선배가 들어왔다. 면접 때 애들 호명하던 선배였다. 그 선...
아인소프 오올에 의해 다시 한 번 쓰여진 세계에서, 플렉스 메디컬을 테러했던 세건의 과거는 존재하지 않았다. 인터폴에까지 수배당해 이 세상 어디에도 맨 얼굴로 편히 다닐 수 없었던 세건은 한 순간에 자유로워졌다. 더구나 어떻게 된 것인지 그가 획득했던 진마 사냥꾼이라는 타이틀까지 사라지고 애송이 헌터로만 알려져 있어서, 하급 뱀파이어들도 세건을 경계하지 않...
엄마에게 딸이 있어야 한다고들 말하지만, 엄마의 못다한 여성의 허영을 만족하기 위해서, 또는 쇼핑, 여행 등에서 아빠 대신 데이트를 해 줄 수 있는 여자친구를 찾는 것이라면, 일찌감치 딸을 취직시키는 것은 포기하는 게 좋을 것이다. 노오력하는 자가 이긴다고 믿는 헬조선에서 살아남은 여자 직장인은 동급 남자 사람은 물론 그들의 아버지들보다 더 터프했다. 한국...
그러니까 나는 조금 슬픈 것일지도 모르겠다. 깜빡 깜빡거리며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마우스 커서, 하얀 창 위에 아무것도 새겨져 있지 않다. 새하얀 암흑, 무엇으로 이 공간을 채울 수 있을지, 덜컥 겁이 나기 시작한 기분이 암담하다. 누구도 그리 하라고 시키지 않았는데, 나는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 적막한 대치, 누구도 움직이려 하지 않는 숨 막히...
w.데니에 “엄마, 이것 좀 봐요!” 나시사가 있는 서재로 레오가 문을 벌컥 열고 달려왔다. 발갛게 달아오른 그의 뺨이 방금까지 드레이코와 정원에서 뛰놀다 온 티를 냈다. 놀이도 제치고 저택으로 급하게 들어올 만큼 엄청난 일이라는 걸, 나시사는 직감했다. 다만, 손에 무언가를 쥐고 – 잔뜩 신이 나서 – 마구 흔드는 것을 그녀가 단박에 알아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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