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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바나 님, 직업인 A 님
재현은 쇼펜하우어의 묘비명을 떠올렸다.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병원에 소문이 났더라고. 언제부터 난 거지. 직원들이 수군거리다 병원비 결제하러 가면 말을 딱 멈출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나. 재현이 이마를 짚었다. 머리 아픈 일은 질색인데. 머리 아픈 일이 늘었다. 물리치료사 중의 한 명이 혹시 신재현 환자랑 아는 사이냐고...
인생 첫 당근마켓 품목이 커피머신이라니. 버리려고 배출 스티커 받아왔더니 그거 지난주에 전용 캡슐 산 거 아니었냐고 재현이 황당해했다. 결국 중고로 파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재현이야 네스프레소 캡슐 모아서 깔끔하게 캡슐 회수 서비스에까지 보내는 사람이니 그럴 만하긴 했다. 어쨌든 새로운 시작이다. 과거의 흔적은 빠르게 치우는 게 좋다. 그렇게 빨리 치울 ...
재현은 콩이에게 배신당했다. 공 던져줬는데 안 오길래 찾으러 갔더니 외간 인간에게 배 보여주고 있었다. 부친이 왔는데도 콩이는 일어날 생각을 안 했다. 콩이만의 잘못은 아니라 재현은 그저 속으로만 답답해하고 그 외간 인간에게 예의 바르게 웃었다. 내가 내 무덤을 팠네. 류청우였거든. 남의 친절한 웃음이 이렇게 거슬릴 줄이야. 청우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
작은 타자 소리에 말이 말로 변한다. 제일 좋은 건 아무것도 변할 필요가 없는 순간이다. 시간이 필요한 때에는 재현의 손이 버티컬 마우스를 몇 번 두드리고 나서야 키보드로 향했다. 그는 단어를 미세하게 깎아내 틀에 끼워 넣고 들뜬 틈에는 마감재를 넣는다. 미학보다는 정확을. 재현의 손짓은 가볍지만, 손끝은 무겁다. 타자 소리를 제외한 소음은 강아지 콩이가 ...
※ 캐붕이 있을 수 있는 2차 연성입니다. ※ 오타 체크를 하지만 오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알려주시면 수정합니다. 저 깊은 산골에 오래 산 범이 있다더라. 그 범은 산신령의 비호를 받는지, 잡히지도 않고 그 산을 해하려는 이들을 잡아먹고 몸집을 키웠다지. 어느새 산군으로 호령 되어 산을 지배한다더라. 그리하여 그 산을 오르는 이들 중에 그저 길을 지나치는...
로코 재질(?) 청우청려 계기는 활동이 겹친 음방 백스테이지였다. "아," "조심하세요." "…." "선배님?" "아, 고마워요." 테스타 다음 브이틱. 나란한 사전녹화 순서에 녹화를 마친 테스타는 무대 아래로, 녹화를 시작할 브이틱은 위로 향하느라 무대 뒤는 정신이 없었다. 계단을 내려가던 류청우는 반대로 계단을 오르는 청려를 스쳐 지나가려다, 중심을 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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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범죄 O 인내심을 보고 도덕 교과서는 필수 소양이라 하였고 자기소개서에서는 강점이라 했는데 특수 능력자 범죄 4팀에서는 진상 처리 담당 배정의 기준이 되었다. 청우는 자조하며 이 불운을 어떻게든 받아들여 보려 했으나 실패했다. 이번 진상만 잘 끝나면 진상 더 안 만나게 해 주겠다고 적당히 어르는 소리 전혀 안 반갑다. 진상을 더 안 만나는 게 아니라...
사망 O 문제가 많다. 일단 어디서 문제가 일어났었는지 잊지 않는 게 문제다. 그건 어렵지 않다. 메모장을 켜서 적어놓으면 그만이니까. 아직 산재한 문제가 많다. 어떻게 이 상황을 설명해야 할지, 어디까지 이 상황을 설명해야 할지, 이 상황을 설명해야 하기는 한 지, 그리고 당장의 출근. 다행히도 지난번처럼 제시간에 도착했다. 가까운 시점으로 돌아오는 것은...
사망, 범죄, 폭력 O 재현의 패배가 벌써 몇 번째 누적인가. 정직의 보상은 달콤했다. 청우와의 평화로운 연애 전선에는 방해 요소가 하나도 없었다. 평일에 죽어라 일하고 주말에 놀러 다니는 삶이 이렇게 좋은 거구나. 몇 달째 재현은 제법 삶다운 삶을 살고 있었다. 가급적 그 망할 직감이 오래도록 오지 않기를. 재현은 다시 성당에 다니기 시작했다. 첫날엔 바...
자리에 돌아오자마자 또 청우와 눈이 마주친 재현은 말을 잃고 키보드나 두드렸다. 저게 어떻게 방금 계단에서 폭탄 발언을 한 사람의 낯빛인가.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나? 못 본 새 더 이해하기 어려워졌다. 시작했으면 끝 하나는 확실히 내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지금 다시 잘해보자고 할지는 몰랐다. 재현은 과장에게 메신저 답장을 쓰고 나서 그 대화를 복기했다. 처...
사귀는 청우청려 브이틱 멤버 날조 있음 재현이 형이 오랜만에 숙소에 왔다. 할 말이 있단다. 그리고 폭탄을 터뜨렸다. "사, 사귄다고???" "진짜???" "…그래." 반응이 격렬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할 말이라는 게 브이틱의 사건·사고 예방 및 처리 담당을 도맡아 하던 청려의 연애 소식이었기 때문이다. 눈이 왕방울만 하게 커진 멤버들 사이에서 청려는 태...
폭력, 교통사고, 그 외 사망 O 몇 년 전 신재현은 류청우와 헤어졌다. 사유는 2년간 기다릴 자신이 없음. 진짜 이유는 더 간단했다. 빨리 헤어져야 생존 기간이 늘어난다. 지금부터 그는 할 일이 많았다. 학년 장학금을 받아야 하고, 학과 장학금도 받아야 하며, 서류합격, 입사, 진급, 아직은 모르는 무언가까지 해내야 했다. 그러니 그는 이번 생에 눈을 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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