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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댠 님, 쥬나 님
“여기예요!” 주차장 멀리 차에서 내리는 민호가 보였다. 기범은 저도 모르게 팔을 높이 뻗어 붕붕 흔들었다. 덕분에 기범을 빨리 발견한 민호가 속도를 내어 뛰었다. 조금 전, 새벽 장보기를 시작하려는 기범에게 민호의 전화가 걸려왔다. ‘장 보는 거 도와드릴까요?’ 술을 마신 상태에서 한 약속이라 잊어버렸을 줄 알았는데 민호는 용케 먼저 전화를 했다. 그래도...
:: 36. “...약속할게.” 사람이 살고 죽는 일이 어디 인력으로 다스릴 수 있는 일이던가. 어찌 보면 다소 억지스럽기까지 한 기범의 요구에 묵직한 대답이 돌아왔다. 민호의 품에 가만히 안겨있던 기범은 제 귓가로 내려앉은 약속의 말에 두 눈을 꼭 감았다. 함께 겪은 상실. 그 전쟁 같았던 시간을 함께한 친애하는 전우. 제가 하는 이 부탁이 어떤 의미인지...
* 본 작품의 내용과 설정은 허구이며, 특정 인물, 단체, 종교, 사건 또한 관련이 없음을 밝힙니다. 살아야 한다! 김기범은 이토록 살기 원했던 적은 없었다. 기억나지 않는 어릴 때부터 지냈던 보육원을 떠나야 했을 때도, 친구가 그다지 많지 않았던 학창 시절에도, 민호를 다시 만나 즐겁게 대학 생활을 할 때도 산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아마 ...
식당을 하겠다고 한 날, 동료 뱀파이어 이태민은 침대를 데굴데굴 구르며 웃었다. 뱀파이어가 마늘요리 전문점이라고? 그 아이러니가 태민을 웃느라 정신 못 차리게 했다. 정작 말을 꺼낸 김기범은 아주 진지했다. 이제 마늘은 뱀파이어를 물리칠 수 있는 고전적인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십자가에 면역이 된 것과 비슷했다. 영생을 사는 동안 익숙해졌을뿐더러 요즘 마늘...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늦은 오후, 작은 가게 앞에 선 김기범은 문 앞에 걸린 간판을 쳐다봤다. ‘체체식당’이라고 쓴 단정한 간판이 노을빛에 반짝반짝 빛났다. 새삼스럽게 간판을 보고 있는 것은 오늘이 개업한 지 백일째 되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고생도, 재미도 한껏 느낀 기범은 특별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 기범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 본 작품의 내용과 설정은 허구이며, 특정 인물, 단체, 종교, 사건 또한 관련이 없음을 밝힙니다. 민호가 떨어져 나간 것을 느낀 원장이 천천히 몸을 일으켜 바닥에 앉았다. 그녀의 붉은 드레스는 아까의 육탄전으로 이미 먼지를 뒤집어써 엉망이 된 지 오래였다. 턱선에 맞춰 잘라낸 검은 단발머리도 서로 뒤엉킨 채 사방으로 뻗쳐 귀신 꼴이 아닐 수 없었다. 그...
나비가 셋에서 하나가 되어도, 아버지의 고양이 이름은 나비였다.
* 본 작품의 내용과 설정은 허구이며, 특정 인물, 단체, 종교, 사건 또한 관련이 없음을 밝힙니다. 여기서 살 수 있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 아니, 나갈 수 있을까? 그럼 나갈 확률은 얼마나 될까? 수많은 물음표가 기범의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원장의 총이 옆구리를 강하게 찔러올수록 생각은 더욱 깊어졌다. 확률은 점점 제로(0)에 가까워졌다. 끝을 알 수...
왜인지 그날 하루는 다 망쳐버린 것 같았다. 기범을 지도하는 터키계 미국인 교수는 기범의 모의 디펜스를 보다가 시작한지 삼분도 안되어 끊어버리곤 한마디 했다. 'Rio, 오늘 피곤한거야?' 며칠동안 준비해온 모의 디펜스였는데... 제대로 망쳐버렸다. 본 디펜스 미팅날이 아니라서 망정인가. 이런저런 핑계를 대보았지만 유난히 그 날은 마음이 어두웠다. 무력하고...
:: 35. “잠들었어요?” 이건 어디서 어떻게 찾은 건지. 기범의 주방을 제 것처럼 휘젓던 태민은 커다란 컵에 뜨거운 물과 티백을 담아 기범에게 내밀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컵을 받아든 기범은 잠든 준영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기범의 시선을 따라 함께 준영을 들여다보던 태민이 작은 탄성을 내뱉었다. “와. 볼수록, 정말 똑같이 생겼네. 민호 선배랑.” 기범...
* 본 작품의 내용과 설정은 허구이며, 특정 인물, 단체, 종교, 사건 또한 관련이 없음을 밝힙니다. 잔잔한 밤바다에 달빛이 평화롭게 부서지건만, 그 위를 거니는 커다란 크루즈는 뱃머리가 요동쳤다. 크루즈의 조타실, 브리지에서는 항해사들과 선원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얼핏 보면 흔들리는 배를 바로 잡고자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달랐다. 그들의 움직임에...
:: 34.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뛰고 있는데, 오늘따라 다른 입구가 멀게만 보였다. 반대쪽 입구로 달려간 태민이 무겁게만 느껴지는 화장실 문을 제 몸으로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분명 인기척이 들렸을 텐데, 내부는 고요하기만 했다. 설마, 벌써 상황이 끝난 건가. 조금 전, 제가 기범과 함께 나갔던 입구 쪽으로 다가가던 태민은 눈에 보이는 광경에 잠시 걸...
:: 33. 결국, 버티고 버티다 휴가를 냈다. 생각지도 않은 시기였지만, 지금은 제정신으로 일할 자신이 없었다. 졸지에 기범의 일까지 다 떠안게 된 지환이 뜬금없는 시기에 휴가를 낸 기범에게 연신 툴툴거리기 바빴다. 주말을 포함해 고작 2주 남짓한 기간이었건만. 술 한잔은 꼭 얻어 마셔야겠다는 지환의 말에 알겠다고 답한 기범은 휴가 전날, 술 몇 잔을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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