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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은 친구가 보내 준 조잡한 지도를 보고 눈앞의 건물을 슬쩍 올려다봤다. 제대로 찾아온 것 같은데, 간판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다. 대충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오래된 원룸인 것 같았다.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하자 부드러운 목소리가 여보세요, 하고 들려왔다. "저기, 제가 지금 근처에 다 온 것 같은데요. 간판이 없어서, 혹시 지에스 바로 옆 건물 맞나요?...
꿈을 꿨다. 아주 어릴적 엄마와 아빠 손을 잡고 갔던 놀이공원에서 저거, 저거, 하며 떼를 써서 솜사탕을 얻는데 성공했다. 아저씨의 손에서 동그랗게 동그랗게 커져만 가는 솜사탕을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감사합니다, 하고 받아들고 조막만한 손으로 솜사탕을 뜯어 엄마 한입, 아빠 한입, 나 한입을 먹었다. 입에 들어가자마자 달짝지근함을 남기고 솜사탕은 사...
휴가를 받았다.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대박적으로 성공한 것에 대한 포상휴가였다. 주말 포함 무려 일주일. 뭘 할까, 어디를 갈까, 한참을 생각해도 딱히 마땅한게 없었다. 3일은 그냥 집에 있었다. 보지도 않던 TV를 보고, 책꽂이에 꽂혀있던 책을 보다가 잠이 들기도 하고 늦은 저녁을 먹고 씻지도 않은 채 침대에 누워있기도 했다. 나쁘지 않았다. 하고싶으면 하...
밤은 너무 길다. 밤은 사람을 감성적으로 만든다. 한참전에 약을 먹었는데 여전히 잠이 들지 못하고 있다. 잠들 타이밍을 놓치면 이렇게 밤을 새기 일쑤다. 한번 마음이 일렁거리면 몇날며칠을 앓게 된다. 영탁은 침대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가 차가운 물 한잔을 따라 마셨다. 원래가 사람이 좋고 사람을 좋아해 주위에 친구들은 많았지만 이럴 때 부를 수 있는 사람은 ...
아 엄마 나 태권도다닐래 태권도오- 모든 일은 초등학교도 채 입학하기 전 영웅이 엄마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지며 뱉었던 이 한마디에서 비롯되었다. 언제까지나 저만의 형일 줄 알았던 영탁이 바빠졌다. 놀아주는건 둘째치고 얼굴조차 보기 힘들어짐에 영웅은 이 모든게 영탁의 오른손에 들려져있던 하얀 옷뭉치 탓이라 결론을 내고는 일주일을 꼬박 태권도장을 보내달라...
IT강국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응당 무선 이어폰을 사용하는 2020년임에도 영웅은 주머니에서 꼬일대로 꼬여버린 이어폰을 꺼낸다. 익숙하게 몇번의 손놀림만에 언제 그랬냐는 듯 곧게 펴진 이어폰 한쪽을 귓바퀴에 돌려넣는다. 달리 나눠 들을 사람이 있는것도 아닌데 다른 한쪽은 꼭 비워둔다. 플레이리스트를 켜 제일 위에있는 노래를 누르고 휴대폰을 주머니속에 다시 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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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부서에 신입이 들어왔다고 했다. 솔직히 따지자면 사무실이 좁아서 두 군데를 사용하고 있지만, 옆 부서와 우리 부서는 같은 부서다. 이런거 정말 귀찮은데. 신입을 소개한다고 일자로 주욱 서서 부장님의 얘기를 듣는 거 따위. 내가 지금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나는 구두코로 바닥을 툭툭 치다가 자꾸만 나오려는 하품을 참지 못하고 손으로 입을 가렸다. 슬쩍 ...
봄날은 간다 부제 : 그리고 다시 새로운 계절 - 연분홍, 치마가아- 봄, 바아람에- 휘나알리더-라- 분명 울고 있었던 것 같은데, 영탁이 형? - 눈을 떴을 땐 하얀빛 빼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세상이 온통 하얬다. 힘겹게 눈을 몇번 꿈벅이자 물건들이 하나씩 하나씩 눈에 들어온다. 갈매기 무늬가 찍힌 하얀 천장, 손끝에 느껴지는 까끌한 이불, 팔에 꽂...
그제도 비가 왔고 어제도 비가 왔고 지금도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다. 바야흐로, 장마였다. 작년엔 비가 안와서 그렇게나 후덥지근 하더니 이번 장마는 좀 장마답다는 생각을 했다. 비는 그쳤다가도 어느 순간 갑자기 쏟아졌고, 또 어느 순간 갑자기 그쳤다. 그를 만난건 장마가 시작되던 날이었다. 일이 자꾸만 밀려서 며칠째 야근이 이어지고 있었다. 밥을 먹을 시간...
*퇴고없음 *오타, 비문 주의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예선에서 영웅과 영탁은 합격했다. 민호 또한 합격해서 다음 미션을 함께하게 되었다. 현역부A. 기존에 활동하고 있었던 가수들끼리 팀을 이룬 것이라 친해지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영웅도 아주 친하지는 않지만, 공연장에서나 혹은 영탁을 통해 이미 몇 번씩 만난 적이 있던 사이라 불편할 것도 없었다. 다...
*퇴고 없음 *답답함 주의 그 날 이후로 영웅은 평소처럼 영탁에게 연락할 수가 없었다. 원래라면 행사가 없어도 영탁에게 전화해 제집에 놀러 오라고 했겠지만 영탁만 떠올리면 그 날 닿았던 입술의 감촉이 내내 생각나는 탓에 먼저 연락하기가 어려웠다. 벌써 일주일 째, 영웅의 채팅창은 잠잠했다. 물론 영탁과 시시때때로 연락하는 편은 아니었다. 친구가 많은 만큼 ...
두 눈을 감고 숨을 한 껏 들이마셨다. 이내 주변의 소음은 사라지고 물소리만 귓가를 울렸다. 온 몸에 힘을 빼 감싸고 있는 물결에 모든걸 맡긴다. 온전히 나만 있을 수 있는 곳,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곳. 바다는 나에게 그런 의미였고 그렇기에 물이 좋았다. 그 곳에서 너를 만나기 전 까지는. 속 사정을 겉으로 티내지 않는 성격이었으나, 한계치를 넘어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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