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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 하고 싶어요 얼마쯤 잤을까. 눈을 뜨자 보인 것은 해그림자가 져있는 천장이었다. 계속해서 시야를 사로잡던 붉은 물결이 아니라, 커다란 격자무늬로 일정하게 줄이 그어진 새하얀 천장. 늘상 보던 풍경인데도 몽롱한 광경이 낯설기만 했다. 어젯 밤 일이 몇 초전처럼 떠오르다 가도 연기처럼 사라져버리기를 반복했다. “서진명씨는…본인을 너무 몰라요.” 세현...
브금이 짧아요. 가능하면 연속 재생으로 들어주세요💚 "아들, 에로스, 마크!" 에로스의 신전에서 아들을 찾는 아프로디테의 목소리가 다급했다. "어머니?" 왜 자신을 애타게 찾는지 영문을 모르는 아들의 모습은 어머니의 다급함과 대비되게 여유로웠다. "아들, 오늘 어디 다녀왔길래 안 보였어?" 모자지간에 나눌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대화였지만 아프로디테의 눈은...
09화 : 입맞춤 진명의 집으로 향하는 길은 정말 ‘서진명’스러웠다. 데스티니가 공개한 진명의 거주지는 출퇴근으로 1초도 낭비할 수 없다는 듯 회사 코앞에 위치해 있었는데, 휘황찬란한 고층건물들 사이 눈에띄게 깔끔한 아파트 단지가 바로 그의 집이었다. 개중에서도 살짝 구석에 위치해 있어 시끄러운 도시소음은 완전히 차단되고, 미백색으로 단정하게 지어진 외관에...
406.1 에리스는 방랑자와 제일 좋지 않은 순간에 만났으면서도 방랑자의 제일 좋은 면을 꺼내보네 랑자야 잘잡아라 저런거 봐주는 사람 이제 태양계에 얼마없다 에리스도 랑자 잘잡아야해 솔직히 에리스가 하는말 다 알아들을 머리 가진 사람 애셔, 선봉대장 제외하고 방사장이 유일하지않나 그것도 그렇고 랑자 그렇게 배신도 많이 당해보고 고생도 많이 했는데 그럼에도 ...
08화 : 이상형 “이상형이 어떻게 되세요?” 줄지어 늘어진 카메라와 파스텔 톤의 밝은 조명들이 가득 찬 촬영장 안. 책임자로 보이는 피디의 목소리가 적막한 세트 안을 울렸다. 핑크빛 그라데이션을 배경으로 카메라 앞에 앉아있던 인터뷰의 그 당사자는, 그 질문에 꽤 오랜 시간을 고민하다 느리게 입을 열었다. “하얗고…” 꽤나 신중히 나오는 대답에 카메라 감독...
7화 고주원 “너네 뭐하냐?” 문이 열림과 동시에 들려온 목소리에 진명이 다급히 세현을 밀쳐냈다. 세현이 황당한 듯 헛웃음을 터트렸으나 진명은 무시할 뿐이었다. 주원이 방금 전 그 상황을 본 건지 어쩐건지, 정체모를 부끄러움에 치가 떨렸다. 애써 태연한 척하며 진명이 옷 매무새를 가다듬으려는데, “야, 너 귀 엄청 빨개.” 그랬다. 주원은 눈 앞에 보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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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이런 불법 경기에 물들으셨습니까, 바렌?” “그야, 네가 지나치게 아름답잖아.” 메탄바다가 중력을 무시한 듯 휘엉청. 은행에 쌓인 세 마리의 방해꾼이 미친듯이 티끌을 갈구. 그리고, 소원종결자 화살이 머리에, 아주, 올곧이 박힌 헌터. 팀은 모두 전멸하고 저 혼자만 겨우 삶을 연명하고 있었다. 숨을 바르게 고를 시간도 주지 않겠다는 듯이, 검은 구...
6화 그거 알아요? “우세현씨?” 저 여자가 왜 여기있어? 혹시나 해서 불러본 거였는데. 고개를 돌린 것은 역시나 세현이었다. 지난 며칠을 잠들지 못하게 한 발언의 당사자, 그 우세현. 애들 장난마냥 쓴 연구 후기도 넘어가줬는데, 이렇게 눈 앞에 버젓이 나타난 꼴이라니! 현실감없는 등장에 낯설 무렵, 대표님~하며 세현이 손을 크게 휘휘 저어보이고 나서야 ...
하브-4는 내면 구석자리에서 스믈스믈 올라오는 두려움을 다잡고 도시로 내려가는 출구로 발을 내딛었다. 복장은 킷캣이 준비해 줬던 시선을 끌지 않는 평범한 도시의 의류. 무기가 될 만한 물건들은 숙소에 전부 두고 왔다. 군체의 키틴질을 맨주먹으로 두들겨 박살내는 타이탄에게 실상 의미가 없다는건 본인도 알고 있지만 이런 행동으로 불안감이 해소된다면 나신으로라도...
5화 귀여워 「 신청이 완료되었습니다. 」 띠링, 하는 소리와 함께 노트북 화면에 데스티니 앰배서더 신청 완료를 알리는 문구가 떠올랐다. 긴장이 풀린건지 세현에게서 안도의 한숨소리가 터져나왔다. “하여튼, 누가 만든 어플인지 더럽게 깐깐하네.” 데스티니. 척봐도 깐깐해보이는 진명이 대표로 있는 곳 답게 신청 설문도 상당히 까다로웠다. 어플 사용경험을 100...
숩준 네임버스 27살. 스무살에 네임이 발현한 이후로 벌써 햇수로 7년이 지났다는 뜻이었다. 연준에 제 가슴에 또렷이 박힌 이름 세 글자를 매일 아침 샤워를 할 때마다 손가락으로 쓸어보았다. 하필 가슴 부근에 새겨질 건 또 뭐람. 젖꼭지와 쇄골 사이에 정갈하게 쓰인 글씨는 연준이 보통의 남자들보다 가슴 근육이 나와 있었던 탓에 봉긋하게 도드라져 보였다. 여...
4화 완벽한 에러 완벽한 에러다. 이 순간 진명의 뇌를 강타한 문장이었다. 데스티니가 선정한 세현과의 첫 데이트 코스는 흔한 길거리 데이트였다. 요즘 핫플이라는 카페와 팝업스토어를 가고, 분위기 좋은 루프탑에 들러서 적당한 가격대의 와인을 주문하는 그런 평범한 코스. 이 뻔하디 뻔한 취향이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가 생각해보면, 그래. 이런 취향을 가질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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