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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간이 지나고, 다시 불이 켜지자 윤은 흐릿한 시야로 최를 살폈음. "괜찮," 그렇게 살피는 순간 최가 윤의 입을 손으로 막았음. 그리곤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에 끄덕였음. 최는 수면가스가 거처간뒤에도 눈빛은 또렷했음. 반대로 가스를 완벽히 막을 순 없는터라 윤은 머릿속이 자꾸 몽롱해짐. 이러면 안되는데, 하면서도 최가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음. "당신은...
“여보? 뭐해요?” “응? 아, 우리 아가랑 여보 사진 정리 중~ 이러고 있으니까 둘이 남매 같다. 애 엄마로는 안 보여, 여보.” “나..그 정도로 안 어린데요..” “에이~ 여보 아직 어려. 특히, 나한테는 엄청 어려..무려 6살이나 차이 나잖아..” “아..그게 뭐 어때서요.” “아냐, 아냐..내가 도둑놈이야..” “..아, 쫌! 그게 뭐라고 또 그래...
"선배님, 저 이것 좀 알려주실래요?" 어? 어, 처음 보는 후배가 말을 걸었다. 학교도 아니고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선배한테 뭘 물어볼 수 있는 거였던가? 라고 생각하다 기다리고 있는 후배의 얼굴이 보이자 펴 놓은 노트를 보고 대충 알려주었다. 맞는지는 몰라, 라는 답도 붙이고. "아, 감사합니다. 오늘까진데 정말 몰라서요. 아는 사람도 없고." 아… 괜...
“…으응…” 알고 있다. 시라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응…으응…” 빈말로라도 그와 나의 마음이 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흐으…잠,깐,” 서로에게 흔들린다는 점만큼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의 표정은 내 마음을 헤집고 뒤엎는다. 현재로서 나를 이렇게 만드는 건 네가 유일하다. “야, 그만…하라고,”“…아, 미안.” 이건 실수. 천진하게 웃으...
개막 - 태고의 힘이 눈을 뜨다(2) 2. 이거 빼도박도 못하겠는데? 6. 하얗고 눈이 부셨다. 세상의 것이 아닌것같은 그 모습에 처음엔 목이 졸려 숨이 막혀서 본 환상인줄 알았다. - 니 남편 새끼는 누군지 모르겠는데 애 한테 화풀이 하지마 미친년아 거칠게 말하며 엄마라는 여자를 한번에 날리는 걸 보고서 존재하는 사람이라는걸 알게됐다 그래서 말했다 - 누...
사람의 우는 얼굴은, 어떻게 보면 웃는 얼굴과 아주 비슷하게 보인다. “도대체,” 그 사실을 처음 깨달은 건 대여섯 살 무렵이었다. 유명한 사립 탐정이셨던 아버지. 그는 내가 그의 키 절반도 되지 않았을 때부터 본인의 일에 나를 데리고 다니셨다. “너, 뭐야?” 아버지가 상대하는 사람들은 종국에 그런 표정을 지었다. 처음이 어떻든 끝은 꼭 그랬다. 성이 잔...
※ 주의 신체훼손, 고어한 묘사, 체벌, 불합리한 상황, 조롱, 학교폭력 묘사 가상의 고등학교를 소재로 한 나폴리탄입니다. 실제로 이름이 겹치는 곳이 있다 할지언정 창작물과 현실의
개막 - 태고의 힘이 눈을 뜨다(1) 1. 차라리 환생이 나았다 0. 죽음이라는게 이렇게 갑자기 찾아오는구나 아.... 이럴줄 알았으면 조금더 마음대로 살아볼걸 그랬어 1. 마음대로 살아본다? 좋은 마음가짐이네 그래, 너라면 이 힘들을 맡길 수 있을 것 같네 나 한테 너의 죽음을 줄래? 난 이제 사는게 지겹거든 2. 눈을 떴다. 누가 멋대로 나보고 살라고 ...
반 쯤 비워진 캔을 입술에서 떨어뜨리며 벤치 뒤로 고개를 젖혔다. 우거진 나뭇잎 틈새 사이로 새파란 색의 하늘이 언뜻언뜻 보인다. 날씨 되게 좋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완전 흐렸었는데. 눈을 느리게 깜빡이며 머리칼 사이를 누비는 바람을 느꼈다. 그래도 그늘이라고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분다. "어, 배구부다.“ 젖혀진 고개를 슬며시 들어올렸다. 미나가 가리킨 ...
움켜쥔 손목이 뜨겁다. 평소와 다른 시라부 본연의 체향이 낯설다. 그 애 눈동자 속의 또 다른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내가 다른 사람 때문에 이렇게까지 화가 난 적이 있었던가. 어쩌면 정말 아픈 건 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손아귀에 서서히 힘을 풀었다. 날 선 표정과 다르게 맥없이 떨어지는 손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보건실...
“체육관에 가줄 수 있겠니?” 켄지로 군이 아직도 오지 않았네. 네가 짝이니까 부탁해도 될까? 담임선생님의 걱정스러운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교시가 이미 끝난 시각. 내 짝은 아직도 교실에 오지 않았다. 책상 옆에 덩그러니 걸려있는 책가방을 응시하며 가디건에 천천히 팔을 끼워 넣었다. ‘단체로 기합이라도 받고 있는 건가.’ 시라부와 짝이 ...
너를 만나기 전까지 내 세상은 깜깜한 밤과 같았다. 모노크롬의 풍경속에서 유일하게 주황빛을 띠는 너를 보고, '빛난다'는 것이 무엇인지 처음으로 깨달았다. 눈치가 더럽게 없던 나는 처음에 너의 존재가 어떤 의미인지 알지 못했다. 아직 떨어지지 않은 공을 필사적으로 좆는 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럽게 서툰 배구를 하는 네가 인상적이지만 한심했을 뿐이었다. ...
빨래집게를 하나 더 집어 축축한 천에 끼워 넣었다. 옆 탁자에 올려놓은 핸드폰에서 미나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평소보다 몇 배는 더 들떠있는 목소리. [그래서, 다음 주에 고백하기로 결정했어!] […다음 주?] 응! 씩씩한 대답이 들려왔다. 미나는 반년 넘게, 작년부터 같은 반이었던 남학생을 짝사랑 중이다. 드디어 고백할 모양이네. 수줍음이 섞인 웃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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