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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탁 앞에 서있는 이재현이 반갑기도 하고 놀라워서 벙쪄있는동안 아침 조회가 끝나고 여자애들이 이재현한테 막 몰려든다. 나도 그 틈에 끼어들었다. 몇 살이에요? 어디 학교예요? 질문 쏟아내는 친구들 가운데서 오빠!!! 하고 외쳤다. 모든 눈이 다 내게 돌아오는 동시에 아직 옆에 서있던 담임한테 머리 딱콩 맞았다. 이놈이, 선생님한테 오빠가 뭐야 오빠가. 아....
5월 17일 5월 17일, 가지 모종을 심었다. 가지 모종은 보통 5월 중순까지 심는다고 하던데 흔히 보이지 않아서 민주 플라워에 전화 문의까지 했다. 하나에 500원씩 넷. 잎이 흐물흐물 보송보송해서 귀엽다. 내가 심지도 않은 토마토는 쑥쑥 잘 크고, 집에 파종한 애들은 성장이 멈춘 지 오래다. 브로콜리인 줄 알았는데 케일 같기도 한 저건 키만 쑤욱 자라...
“좀 더- 좀 더 힘을 주십시오, 부인!” “아악!!!” 가장 더운 날 원영의 처소에서는 모든 이들이 손에 땀을 쥐고 있었다. 초산인지라 진통도 심하고 제대로 힘조차 주지 못하는 원영은 이미 기진맥진하였고, 그 소리를 내내 듣고 있던 위락 역시 진이 다 빠져있었다. 가장 힘이 되어주고 싶을 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방만 서성거린다. “휴…” 잠시 새...
억울해. 마침내 커피잔을 내려놓은 존이 한 시간 만에 내뱉은 심경이라곤 간결하고 명확했다. 놈은 한참 낚싯대를 휘두르던 아서의 팔뚝 안으로 파고든다. 정확히는 부드럽고 넓고 탄탄한 그의 가슴 사이에 끼어 고롱거린다. 아서가 자연스럽게 엉덩이를 받치고 놈을 품에 안았다. 이제는 익숙해진 모습이었다. 두 손으로 움켜쥐어도 차고 넘치는 그 완벽한 가슴은 내 거란...
나는 지금 세인트 레오나드 라는 영국 남부의 시골 마을에 있다. 바다가 보이는 플랫의 한 구석에서 나는 한국에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며 견디고 있다. 내가 처음 영국땅을 밟았을 때는 내 온 몸은 열의로 가득 차 있었다. 영어를 잘 하게 될거라는 기대, 열심히 하리라는 의지. 계획처럼 모든것이 잘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좋은 경험만은 남을거라는 희망. 그렇게 영국...
' 쓸데없이 다정하지 마. 그게 더 숨 막혀. ' ' 나 이제 형이랑 전처럼 못 돌아가. 아니 돌아갈 생각도 없어. ' ' 이제 내가 형을 존나 싫어해보려고, ... 형 싫어, 싫어 이젠, 그러니까... 제발- 내 앞에 나타나지 마. ' 모진 말을 내뱉으면서도 오히려 아픈 얼굴을 하고 있는 건 너였다. 나에게 상처를 주려는 것이었는데 넌 나보다 더 슬픈 얼...
<괴이현상 실종자수색연합 수색대원 행동지침> <주의사항> *해당 문서는 언제나 수색연합 본부 사무실에 비치되어 있는 것이 원칙입니다 만약 이외의 장소에서 본
2주간 주말을 보내고 드디어 섬 밖으로 나왔다. 확실히 섬에 홀로 오래 있는게 정신건강에 좋지 못하다. 가능하면 의식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정말 외로움이란 스스로 조절할 수 있을만한 건 아니구나 싶다. 섬에 들어간 초반에만 해도 분명 운동도 열심히 하고 그랬을텐데... 어쩌다보니 후반엔 어영부영 보내버렸다. 아무튼 섬 밖에 나와서 집에 도착하니 나도 모르게 ...
한번도 쉬운 적이 없었습니다. 세상은 원래 그런거니까요. 처음 자전거를 타던 순간을 기억합니다. 우리 집은 형편이 어려워 자전거를 살 수 없었죠. 일본에서 일을 하는 엄마가 있던 친구는 자전거와 게임팩, 이상한 꿀이 담긴 스틱을 저와 친구들에게 나눠주곤 했습니다. 우리 동네에서 유일하게 자전거가 있던 친구는 저에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
어머니는 로판물이 좋다고 하셨어 나는 어릴 때부터 책방에 꽤 익숙한 떡잎이었다. 엄마가 데리고 가는 책방은 어린 나에게 국립 도서관이었다. 항상 책을 손에서 놓지 않으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삼국지, 월야환담, 정령왕 엘퀴네스를 불철주야 탐독하였고 12세에는 스스로 성취를 이루어 자가 연성을 해내는 경지에 이르렀다. 오타쿠 속성 단기 과정을 거치며 나에게...
“윤이는 어때…?” 진맥을 마치고 나온 해란에게 눈물범벅인 채로 원영이 묻는다. 위락 또한 걱정되는 마음에 어서 고하라 재촉한다. 해란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윤이 마지막으로 먹은 것이 무엇이냐 묻는다. “차… 차를 마셨어.” “차에 무언가 들어있었던 것 같습니다.” 해란의 말에 원영의 울음소리가 커진다. 이럴 줄 알았다. 예희가 순수한 마음으로 자신...
엔헤두안나, 세이쇼나곤, 무라사키시키부. 여러분께 익숙한 이름인가요? 낯설다면 놀랄 준비를 하세요. 순서대로 최초의 시인, 최초의 수필가, 최초의 소설가로 역사에 기록된 이름이자, 여성의 이름이니까요. 이 중 엔헤두안나는 고대 수메르의 제사장으로 우리와는 문화적으로 다소 거리가 먼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사람입니다. 그러나 세이쇼나곤과 무라사키시키부는 모두 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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