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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을 쓰는 과정은 수월했다. 솔직히 태용은 아무리 봐도 데미안의 내용이 자세히 머리 속으로 들어오진 않았다. 그냥 기억에 남는 건 아브락사스의 새 하나 뿐이었다. 어떻게 독후감을 써야할지 한참을 망설이다가 대충 기억나는 대목들을 조금씩 쓰고 은우가 글의 살을 덧붙이는 것을 도와주었다. 예전 같으면 은우의 도움을 받는 것이 어색했을텐데 그래도 도서관의 비...
원래는 조용하기만 했던 집 안이 온통 시끄러웠다. 1층에서 뭘 하는 건지 시끌벅적한 소리가 2층 계단 바로 앞까지 울려 퍼지는 바람에 주말에도 성실하게 학교에 가서 자습을 하고 돌아와 바로 뻗어버린 인준은 결국 몇 시간도 못 자고 잠에서 깨어났다. 평소 아주머니와 아저씨는 올해 고삼이 된 인준을 배려해서 티비볼륨에도 신경을 쓰셨는데 무슨 일인지 잘 들을 수...
형은 진짜 인간이 되고 싶어요?라고 이동혁이 말했다. 동아리에 들어온 지 고작 10분밖에 안 되었는데도.이 세계에서 오직 인간들만 존재한다고 믿을 때가 있었다. 인간이 아닌 자들은 저 어둠 너머에 숨어 살았다. 이민형의 부모님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유서 깊은 흡혈귀 집안의 자제들이었다. 주기적으로 신선한 피를 공급받는 게 일상이었으며 죽는 순간에도 그러리...
고등학교 때는 살쪘다 소리를 입버릇처럼 해댔었던 게 심여사 본인이다. 옆집 제노 좀 봐라, 걔는 맨날 공부만 해서 삐쩍 말랐더라가 주 레파토리였는데 걔가 어딜 봐서 말랐어 엄마 걔 벗은 거 못 봤지 완전 근육 덩어리야! 칭얼거리면 조용히 하라며 등짝을 맞았다. 아들 인신공격으로 시작한 잔소리는 결국 의도한 멘트로 끝을 맺었다. 이게 다 니가 맘이 편해서 그...
*월간 동른에 참여한 글입니다. 월간맠왼에 마크편이 게시되어 있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동거하기 전까지 난 형에게 거짓말을 한 적이 없었다. '형이 나에게 관심이 없어서 같이 산다'는 뜻이 ‘나도 형에게 관심 없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 않았다. 형은 그걸 모르는 눈치지만 내가 그걸 말해줄 만큼 부끄럼이 없는 사람은 아니었다....
Captive에서 이어집니다. 재즈 선율이 차를 채웠다. 똑똑똑. 눈을 감고 있던 재현이 노크 소리에 창문 밖을 쳐다보곤 웃음을 피워냈다. 문 잠겼어. 아, 맞다. 답지 않게 허둥대는 재현에 재민은 차창 너머로 킥킥 웃었다. 갈까? 손가락이 자연스럽게 얽혔다. "어, 여기!" "오랜만이다, 제이." "안녕하세요, 형. 오랜만이네요." 왁자지껄 인사가 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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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현과 민형의 첫 만남은 과방이 아니었다. 복학 전까지 시내 샌드위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재현은 손님으로 왔던 고등학생 민형을 본 적이 있었다. 샛노란 교복을 입은 채 한참 동안 메뉴판을 바라보다가 눈을 빛내며 주문하던 모습은 자신의 담당이 아닌데도 자꾸만 쳐다보게끔 했다. 행복한 얼굴로 가게를 나서는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시선을 거두었으니...
야, 이동혁. 나 중국 가. 엄마가 다시 중국 가재. 수요일까지 집 못 구하면 닥치고 따라가야 돼. 근데 난 한국에서 집 구해 본 적 없잖아, 어떻게 구하냐고. 아니, 그리고 솔직히 스물하나 먹은 애 데리고 사는 게 더 오바 아니야? 야, 너도 알지. 우리 부모님 간섭 존나 심한 거. 나 중국 가면 술도 못 먹고, 클럽도 못 가고..... 원나잇? 꿈도 못...
정말로 커다랗게 사랑하고 있는 거 맞지
-이제 그만 보자 (4)- [야 진짜][마크형한테 나 게임 6등한 거 누가 말했냐][말하지 말라고 했잖아ㅡㅡ] 11:15 PM[읽어놓고 씹냐 이 아이들아?] [누가 말했냐고 진짜 아ㅡㅡ] 11:26 PM[말 안 한 사람 찾는 게 더 쉬울 듯][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ㅉㅉ][그러게 왜 6등함ㅠ][그러게 왜 7명 중에 6등하심ㅋㅋ][ㄹㅇ ㅋㅋㅋ] [저 새끼 화...
휴가 후의 임재범은 분명 이상했다. 어딘가 모자란듯이 허허실실 웃었고, 카메라 앞에서 가당치도 않은 애교가 늘었다. 진영은 그걸 보고 '허파에 바람이 들었다' 고 했다. 허파에 바람이 들어가면 큰일이 나는건 아닌가 생각했지만 기분이 좋은 재범을 보니 틀린 말도 아닌것 같았다. "카메라 리허설 갈게요" 지루했던 대기실에 생기가 돌았다. 다들 백스테이지로 향했...
유독 더웠다. 항상 습해서 손을 뻗으면 물기가 맺히는 것 같았고 햇빛은 살갗을 녹일 듯 따가웠다. 늘 폭염주의보 경고가 문자로 날아오던 그런 여름이었다. 눅진한 공기에 정신을 못 차리고 몸을 뒤척이며 밤을 지새우고 있을 때 휴대폰 알림이 울려 감고 있던 눈을 떴다. 동혁아 우리 헤어질까 참나. 폰을 신경질적으로 뒤집고 다시 잠을 청하려다 성질이 나서 다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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