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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고 있단 말이지.“ 조용한 집안을 울리는 니노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그러니까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 이른 저녁을 마치고 설거지를 하고 있을 때 문득 걸려온 니노의 전화에 호출당해 그의 자취방에 술을 사들고 들어온 참이었다. 오늘은 일요일, 내일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하는데, 라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니노는 말을 이...
3년 전 결혼했던 사토시가 돌아왔다. 소식을 들은 건 늦은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방 한구석에 누워 할 일 없이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을 때였다. 살짝 열린 방문 너머로 엄마가 누군가와 통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는 그래, 어휴, 를 연발하고 있었고 그 한숨들 사이사이로 사토시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이혼의 사유는 성격차이라고 했다. 사실인지 ...
'우리 헤어지자.' 머리가 지끈거렸다.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어제는 도대체 왜 그리도 부어댄건지. 간신히 찬물로 세수를 하고 서랍에서 진통제 하나를 꺼내 물도 없이 꿀꺽 삼켜버렸다. 헤어지자. 그래. 분명 내 입으로 그렇게 말했다. 헤어지자. 이따금씩 나도 모르는 사이, 꾹 꾹 눌러두었던 무언가가 불쑥하고 튀어 나올때가 있다. 그에게 이별을 고한건, ...
“다녀왔어.” 그리 넓지 않은 집 구석구석에 피곤에 잠긴 오노의 목소리가 울렸다. 불이 켜지지 않은 거실은 인기척이 없었지만 오노는 하루 종일 있었던 일들을 보고라도 하듯 읊조렸다. “오늘은 말야, 크루아상 만드는 법을 배웠어. 먹을 줄만 알았지, 그걸 만드는 게 이렇게 어려운 줄 처음 알았지 뭐야." 걸음을 옮겨 부엌으로 향한 오노가 냉장고 문을 열어 시...
새벽 세시 반을 넘어서고 있다. 잠자리에 든 지 벌써 세 시간이 지났음에도 오노는 여전히 잠이 들지 못하고 있다. 니노미야에게선 연락이 없다. 연락이 없는 게 당연하다. 여지껏 항상 그래 왔으니까. 그렇다고 오노가 먼저 연락 하는 일도 흔치 않다. 오늘도 핸드폰을 들었다 놨다만 수십 번째다. 창문을 열고 담배 하나를 베어 물었다. 장마시즌은 아직 멀었음에도...
뜨거운 하늘은 파랗기도 하다. 이젠 파란색만 봐도 지긋지긋한 오노였다. 그도 그럴 것이 어제 하루 종일을 니노미야에게 이끌려 바다며 수족관을 돌아다녔기 때문이다. 종종 이런 일이 있곤 했다. 문득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다는 니노미야의 성화에, 자동차로 세시간을 걸리는 거리를 달려 바다를 보러 가는 일 같은 거. 한창 해수욕이 무르익을 시즌 이었지만 이른 아...
1. '나폴리탄 괴담'이란 '나폴리탄 괴담'은 인터넷 괴담의 일종으로 미스테리한 상황에서의 매뉴얼을 다루는 특징이 있습니다. 매뉴얼 속에 신뢰성
니노미야가 나를 찾아오는 날은 백발백중 그에게 무슨일이 있던 날이다. 그게 좋은 일이든 혹은 나쁜 일이든, 그의 심경에 무슨 영향을 끼칠만한 일이 있던 날이다. 예를 들자면 여자친구와 헤어졌을 때나, 사소할 때는 편의점에서 잔돈을 잘못 받은걸 집에 와서야 깨달았을 때나. 그게 그리 많지도 적지도 않은 일이라 나는 언제나 그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오늘은...
살짝 열어 둔 창문으로 새벽냄새 가득한 바람이 새어 들었다. 잠이 깬지는 오래됐지만 도무지 몸을 일으킬 수 없어서 침대에 누워 있은 지 한참이 지났다. 감고 있던 눈을 살며시 떠 보았지만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타닥 타닥, 건물 벽을 스치는 빗소리가 꽤나 큰 걸 보니 어제 들었던 일기예보가 제대로 맞아 떨어진 것 같다. 니노미야는 비를 좋아했다. 비...
하얀 담배연기가 흩어지는 하늘은 까맸고, 그리고 푸르렀다. 벌써 몇 개째인지 모를 담배를 부벼 끄고 있을 때, 닫아 두었던 발코니의 문이 열리고 얼른 안 들어오고 뭐하냐는, 한껏 들뜬 아이바의 목소리가 기분 좋게 울렸다. 거실 테이블을 기준으로, 오른쪽엔 사쿠라이와 마츠모토가 자리 잡았고, 왼쪽엔 아이바, 그리고 내가 앉았다. 시선을 올리면 마주할 수 있는...
두두두두두. 뜨거운 토요일 오후, 동네 귀퉁이에서 공사를 하는 모양인지 아침부터 내도록 땅 파는 소리가 울리고 있다. 두두두두두. 쓰고 있던 노트를 탁, 소리나게 덮고 창문으로 향한 니노미야가 창밖을 한 번 내다 본 후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소파에 기대앉았다. 이런 날씨에 소음을 피하기 위해 창문을 닫는다는 건 제발로 지옥으로 들어가는 것과 다름없었다. 한...
요즘들어 유난히 살이 오른 그의 배에 살풋 손을 가져다대자 하지마, 하는 잔뜩 날이 선 목소리가 대기실을 울렸다. 꽤 오랜만의 만남이었다. 적어도 일주일에 두 세번은 마주치는데 이번주는 왠일인지 스케쥴이 꼬여 꼬박 일주일만에 마주한 녀석이 괜히 그리웠다. 커튼은 쳐져있지 않았지만 해가 진 지 오래라 창문으로는 거리의 뽀얀 가로등 불빛만이 비칠 뿐이다. "다...
학교 도서관은 언제나 적절한 온도와 습도로 유지되고 있다. 오노는 도서관을 좋아한다. 단지 계절을 잊을 수 있다는 것 외에도,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는 그의 마음을 안정시켜 주었고 오래된 책에서 나는 냄새는 왠지 모를 두근거림을 느끼게 했다. 도서부에 들어갈까 하는 생각도 해 봤지만 역시 미술부를 버리진 못했다. 이렇게 점심을 먹고 남는 짜투리 시간에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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