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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부생입니다." "나비입니다."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고 했던가, 손을 마주잡는 순간 두 사람은 서로가 동류임을 알아차렸다. 가상 연애 프로그램은 인지도가 많은 스타에게든 적은 스타에게든 일종의 기회로 작용하곤 했다. 그러니 다소 거칠고 공격적인 스타일의 캐릭터를 맡아왔던 나부생에게도, 개인 사정으로 수 년간 일을 쉰 나비에게도 들어온 캐스팅을 굳이 거절...
- 마리 시점 . . 이것이 그 흔하디 흔한 어린애 장난이 아니라는 것이 원통하고, 그 장난의 대상이 네가 된 것이 원통하도다. 눈물이 앞을 가려 누가 너인지 구분할 수 없으니, 이 얼마나 원통한가. 왜 너야만 했던 것인지, 왜 하필 네가 그곳에 있었던 것인지, 차라리 나였더라면, 이런 비참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건데. 아아, 참으로 원통하도다. ... ...
나흘 새 스무 명이 같은 병으로 죽었다. 처음에 이를 단순한 열병으로 진단한 의사들은 해열제도 듣지 않는 고열의 증상에 당황해 벤자민의 부검실에 시신을 보냈다. 무능한 의사, 일 못 하는 병원으로 소문이 나게 되면 끝장이라고 하얗게 질린 얼굴로 호소하던 병원장의 얼굴을 상기한 사 반장이 지끈거리는 머리를 쥐었다. “이런 일까지 경찰청에서 맡는 거예요? 조계...
언젠가 네가 죽는다면, 그때가 천 년 후라면 좋겠다. 천 년토록 살아남아 그 시간만큼 너를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 나는 이미 죽었으니까. 천만년 만만년도 죽지 않고 기다릴 수 있으니까.
네가 지금 죽더라도 우리 영혼이 다시 만나게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나는 아직 노마도 이모도 만나지 못했으니까. 우리가 몸을 가진 존재로 다시 태어나 만날 수 있을까. 알 수 없다. 알 수 없는 일이다. 나는 태어났고 죽었지만 아직은, 다시 태어나지 못했으니. 다시 태어나 다른 존재로 만난 너를 내가 사랑하게 될까. 그 역시 알 수 없다. 나는 내가 사랑하...
살아 있을 때는, 죽으면 죽은 사람들끼리 다시 만나게 될 거라고 믿었다. 사람들이 말하는 천국이나 극락 같은 곳이 아니더라도, 따로 모이는 우주가 있을 거라고. 이미 한 번 살아보고 죽은 자들이니, 그 우주에서는 몸에 매여 살던 이승에서처럼 각박하게 지내기보다는 유유자적 너그럽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해야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감당할 수 있...
날 조금씩 뜯어먹으며 담은 울었다. 울면서 정아, 정아, 내 이름을 불렀다. 부르며 말했다. 너는 나를 왜 이토록 괴롭게 하니. 너는 나를 왜 이토록 고통스럽게 해. 내가 살아 있을 때, 담은 내게 너 때문에 괴롭다고 말한 적 없았다. 판도라가 항아리를 열었을 때 그 안에서 온갖 나쁜 것들이 빠져나왔대. 근데 거기 희망은 왜 있었을까. 희망은 왜 나쁜 것을...
사람이란 뭘까. 정을 먹으며 생각했다. 나는 흉악범인가. 나는 사이코인가. 마귀인가. 야만인인가. 식인종인가. 그 어떤 범주에도 나를 완전히 집어넣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나는 사람인가. 아이는 물건에도 인격을 부여하지만 어른은 인간도 물건 취급한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무럭무럭 자라면서 우리는 이 세계를 유지시키고 있다. 사람은 돈으로 사고팔 수 있다. 사...
만약 네가 먼저 죽는다면 나는 너를 먹을 거야. 청설모가 되기 위해 들어온 이곳에서, 정이 말했다. 그래야 너 없이도 죽지 않고 살 수 있을 거야. 나를 먹을 거라는 그 말이 전혀 끔찍하게 들리지 않았다. 네가 나를 죽여주면 좋겠어. 병들어 죽거나 비명횡사하는 것보다는 네 손에 죽는 게 훨씬 좋을 거야. 우리는 서로를 바라본 채 누웠다.
이곳저곳을 떠돌았다. 처음 이 년 정도는 괜찮았다. 월세로 작은 지하방을 얻어 살면서 정은 피자 배달을 하고 나는 레스토랑에서 서빙을 했다. 아무도 우리를 잡으러 오지 않았다. 놈들에게서 자유로워진 줄 알았다. 우리가 너무 겁을 먹고 살았나봐, 말하며 웃기도 했다. 그렇게 웃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정이 일하는 피자집으로 누군가 찾아왔다. 같이 일하던 형...
그건 정의 잘못이 아니었다. 부모가 물려준 세계였다. 물려받은 세계에서 정은 살아남을 방도를 찾아야 했다.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했을까? 내게 같이 간호학과에 가자고 권했던 친구를 우연히 만난 적 있다. 그 자리에 선 채 우리는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녀는 원하는 대로 간호학과에 갔고 한 학기를 다니다가 휴학한 상태였다. 등록금에 생활비에 방세까지,...
물올가와 물네사로 상정하고 날조했습니다. 이야기가 아직 풀리지 않은 캐릭터들이기에 단편적인 정보로 열심히 날조했습니다. 공식이 주면 대충 머쓱타쓱하겠지만요... "바네사, 이 곳이 우리가 백성들을 가장 많이 만날 지역이란다." 탁 트인 하늘 아래, 두 지역을 이어주는 거대한 다리는, 왕족으로서 그들의 책임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귀족과 평민의 사이를 조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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