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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하지 못하니 성적이 낮은 것은 당연하다. 더는 성적 때문에 우울하고 싶지 않았다. 새학년 첫 시험을 보기전에 큰맘먹고 정신과를 찾았다. 상담을 한뒤, 머리에 센서를 주렁주렁 매달아 이런저런 검사를 했다. 의사의 가정대로라면 나의 검사지엔 항목별 평균이하에 그래프가 그려져 있어야 했고, 지능과 연관된 괴상한 도형이 그려져 있어야했다. 아무튼 나의 머리...
당연하다 생각했던 소중한 것을 한 순간에 잃는 고통은 내가 지금껏 맞아왔던 흉터들과 비교가 되지 않아 고통과 함께 한 순간에 몰락하였다 몰락은 처참했고, 진귀한 광경 이였다 난 오늘 이것을 귀한 경험이라 여길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여기기엔 내 발밑에 깔린 짙은 어둠은 공허로 매몰차게 날 밀쳤다 주저 없이 나 또한 공허로 몸을 내던졌다 끝없이 낙하하며 주마등이...
웃기다 정말 기억도 안나는 일들이 수두룩해 일을 하다보니 정말 아무 생각 안 들고 불안감도 없었고 정말 온전히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아무 생각 없으니 마음도 편안해지고 약간의 햇빛을 맛본 느낌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마음으로 살겠지? 사소한 것들에서도 행복감을 느끼며 이런저런 감정들에 맘껏 취할 수 있겠지. 기다리던 연락이 왔...
너무너무 싫은 사람이 생겼다. 숨만 쉬어도 싫다. 나는 도덕성에 대한 잣대가 높은 사람이다. 그런 나에게 있어 그 사람은 인간 이하의 사람이기 때문에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 자체 만으로도 힘이 든다. 하지만 그 사람을 싫어하는데 쓰는 에너지가 아깝기 때문에 나는 스위치를 끄려고 한다. 더 이상 그 사람을 대할 때 에너지를 낭비 하고 싶지 않다. 무시하고 업...
전시회에는 습작이 전시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작품의 아이디어나 컨셉, 작품 스케치, 수정 과정, 혹은 작가의 쓰잘데 없는 메모, 폐기된 아이디어, 절대로 세상에 내보내고 싶지 않았으나 주변 사람들에 의해 까발려진 조각 같은 것들. 나는 그런 것들을 보며 생각했다. 습작과 작품을 구별짓는 차이는 무엇일까? 습작은 그자체로 작품이 될 수 없을까? 습작은 작품...
서른이 넘은 나이에 다시 고민에 빠졌다. 최근에는 실직하고 스스로 안 좋은 선택을 하는 일도 있었다. 그다지 내게는 큰 사건으로 느껴지지 않았다는 게 웃기지도 않는다. 지금 낮에 마신 커피로 인해 손을 벌벌 떨며 타자를 치고 있으면서도 그다지 와 닿지 않는다. 내 몸이 약해지는 대신 정신은 오히려 말짱한 상태인 것 같다. 이 상태가 얼마 갈지 모르겠다. 나...
<괴이현상 실종자수색연합 수색대원 행동지침> <주의사항> *해당 문서는 언제나 수색연합 본부 사무실에 비치되어 있는 것이 원칙입니다 만약 이외의 장소에서 본
나는 이런 의식의 흐름이 가득한 일기를 잘 썼다. 시간대가 혼동된 일기를 말이다. 이것은 백수가 되고 나서의 버릇이기도 했다. 내가 어느 시간대에 존재하는지 잘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느 날은 기타를 꺼냈다. 배운 걸로 치자면 1년이 넘어가지만 아직도 다섯 가지 코드 정도 밖에 못 짚고 연주도 당연히 할 줄 모른다. 나는 머리로는 에드 시런이 되는 꿈을...
내 방과 나에 관하여 내 방은 내가 살기도 했고, 죽을 뻔한 곳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내가 병원에 실려갔을때 내 동생이 잠들기를 거부한 공간이기도 했다. 난 그게 서운했다. 왜 일까? 어지럽혀진 내 방을 동생과 엄마가 정리를 하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생각해봤다. 죽을 지도 모르는 사람의 방을 정리한다는 건 심장을 찌르는 일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 심장을 ...
내 소매에선 소금이 나올지도 모른다 나는 살아남은 사람이다 이 글을 시작 했을 때만 해도 나는 시도 하지 않은 사람이었으나 시도한 사람이 되었다 해서 그 무게가 적지 않다 이미 상상 속에서 나는 부서지고, 무너지고, 흩어졌으니까 살아남아보려고 오늘도 사랑을 구걸한다 어떻게 해야 아프지 않을 수 있을까? 감각이 너무 예민해져서 모든 게 고통으로 느껴져 아직도...
나는 가끔 외따로이 있는 섬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 외로움이 감당하기 버거워 뭐든 해봤다. 질릴 만큼 많은 물건들을 사들이기도 했고, sns에 진탕 빠져 보기도 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내 외로움의 가장 깊숙한 곳에는 성공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 나는 패배자로 살 바엔 죽음을 택할 것이다. 이 삶이 무대였더라면 장렬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연극 배...
꿈을 꾸었다. 꿈에서 나는 코끼리 발에 밟힌 개미였다. 어린 시절 나는 사촌 언니에게 아무도 모르게 속삭인 적 있었다. "내가 개미가 되어 코끼리 발에 밟혔으면 좋겠어." 그 얘기를 언니는 모두에게 전했고 나는 웃음거리가 되었다. 어린 아이가 죽고 싶다는 말을 하는데 비웃는 코끼리들, 나는 절대 그들이 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어른이 되고 그럭저럭 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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