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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수야, 잠시 학장실로." "네." 김록수는 덤덤하게 이제 아카데미를 떠날 때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긴, 복지의 일환으로 적당히 받아준 고아 새끼가 수석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 아카데미의 위상이 상할테니까. 수석은 지원금을 못받나? 성적 장학금으로는 전체 등록금이 안나오나? 하는 생각과 함께 문 앞에 섰다. 들어가기 싫다. 솔직히 록수는 아카데...
"더워." 쨍한 여름이 왔다. 어제까지만 해도 이제 여름이니 바다나 보러가자고 노래를 불러댔던 녀석은 짜증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온도로 내리쬐는 햇빛에 지쳤는지 혀를 내민 채 소파에 누워있었다. 그 옆에서 탈탈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선풍기는 그의 마지막 양심을 품고 있었다. 아니, 선풍기 지금 형만 써? 처음 겪는 동생의 반항의 계기가 선풍기라니, 충격먹은 ...
* [갤러모드] 바닐라와 이어집니다. 두 사람이 사는 것 치고는 상당히 넓다 싶은 런던의 어느 가정집 주방에는, 그에 걸맞는 커다란 크기의 냉장고가 한 대 있었다. 냉장고 문을 열어 내부를 들여다보면 텅 빈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공백이 많아 어쩐지 휑량한 느낌을 주었다. 집이 냉장고 몇 대는 들여놔도 티도 안 날 만큼 넓지 않았다면 그 자리만 잡아먹는 전기...
아진은 생각했다. 조 작가가 대체 어떤 경로로 자신의 대본을 입수했으며, 자기 드라마에 끼워 맞출 수 있었는지를. 그러다 생각은 과거의 하루에 가 닿았다. 줄 게 있다면서 여름에게 아진의 캐비닛 위치를 묻던 사람. 여름의 앞에 서 있던 여자. 아진이 여름에게 물었다. “언니, 그때 그 사람 어떻게 생겼었다고 했지?” “글쎄, 진짜 처음 보는 얼굴이라….” ...
*원작에선 캐릭터 모두 성인입니다. *리바이가 초등학생, 율리아가 성인인 컨셉이며 서로 옆집에 산다는 설정입니다. *소재 주의 (민감하신 분은 피해주세요!) 🏢 20xx . 12. xx . 포근한 침대에서 소년은 가벼운 몸짓을 하며 품 안에서 깨어난다. "율리아... 웬일로 먼저 깨어있어?" 소년은 누나의 품에서 벗어나며 엉킨 제 머리를 손으로 쓱쓱 빗어냈...
나는 운명이란 게 존재한다고 믿었다. 그게 인연 앞에서든, 삶과 죽음 앞에서든 상관 없이 말이다. 꽃집 일을 하면서 수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은 하나같이 각자의 운명을, 특히 인연을 맞기 위해 꽃을 사갔다. 누군가는 탐스럽게 핀 장미를, 또 누군가는 티 없이 깨끗한 국화를 찾았다. "한 다발 맞으시죠?" 그 만큼 셀 수 없는 사람들이 만나고, 헤어진다...
<괴이현상 실종자수색연합 수색대원 행동지침> <주의사항> *해당 문서는 언제나 수색연합 본부 사무실에 비치되어 있는 것이 원칙입니다 만약 이외의 장소에서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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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패한 청년이 비참하게 침대 위로 몸을 날렸다. 하필이면 그 침대도 이미 나란히 누웠던 전적이 있어 남망기의 그늘에서 도망가기란 불가능했다. 도저히 피할 방법이 없는 대신 청년은 영원히 숨을 쉬지 않을 기세로 돌아누워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런 점잖고 좋은 사람을 상대로 그래서는 안 되었다. 돌아누운 선생님이 길쭉한 손가락으로 입을 가렸다. 눈을 감...
* 딸랑, 점심시간이란 걸 알리는 푯말이 떡하니 걸려 있는데도 청명한 소리가 울렸다. 당직실에서 커피 빨대를 질겅질겅 씹으며 남망기와 수다를 떨고 있던 위무선이 누구지? 하며 몸을 일으켜 나갔다. “강징!” 너 이 자식, 언제 들어왔어. 위무선이 강징에게 달려들어 매달렸다. 무게를 실어 목을 조이는 손길에 살벌한 반격이 옆구리로 치고 들어오자 위무선이 다시...
전에 탐라에서 가볍게 쓴 썰글이고 대화형식/기록형으로 이어집니다. 온갖 날조주의 20xx년 xx월 xx일 시작은 갑작스러웠다. 우리는 눈을 감았고 떠보니 낯선 공간에 떨어져 있었다. 우리는 이런걸 원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기록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웠지만 조금 노력해보기로 했다. 어떤 것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이 기록은 아마 나중에 우리가 '돌아갈 수 있다...
“어으으….” 다음 날 아진은 깨질 듯한 머리를 부여잡고 자신의 침대에서 일어났다. 눈 떴을 때 바로 시야에 담긴 것이 싱긋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의 하랑인 것으로 보아 ‘다행히 집엔 들어와 잠을 잤구나.’ 하고 안도했다. 거실로 나오자 식탁에서 혼자 시리얼을 먹고 있는 제 동생 공아민이 보였다. 숙취에 이어 속도 쓰린지 배를 부여잡고 나오는 아진을 보며 ...
“근데… 근데 어떻게, 어떻게 5년 전이랑 똑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어? 왜? 왜,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 “조지필, 이 개자식,” 뒤에 육두문자가 이어서 나오려나 했는데, “문지방에 새끼발가락 찧어서 발톱 나가라, 비빔면 끓이다가 실수로 물 안 버리고 소스 넣어라, 세제 안 넣고 세탁기 돌려라, 비 오는 날 우산 안 들고 나와서 새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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