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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축제 마지막 밤. 사람들의 열기는 절정에 달했다. 거리에서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금속 타악기 소리, 소가죽으로 만든 북소리, 끊어질 듯 이어질 듯한 노래 소리, 웃음소리. 거리와 술집에 사람이 꽉 차 있었다. 여기 한 병 더! 봄을 상징하는 분홍색과 연두색 깃발이 바람에 조용히 날렸다. 고기가 구워지는 냄새가 자욱했다. 거리에서 많이 떨어진 골목길. ...
"글쎄요. 저는 마법이라는 게 있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쉽게 받아들이기는 힘들군요." 하긴. 나도 처음에 겪었을 때 현실 부정 직전까지 갔었지. 저런 말도 안되는 게 어딨어?! 하면서.
“아- 좋은 아침이네.” 목요일 아침. 민은 오늘도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침대에서 일어나서 화장실로 향한다. 아직도 잠이 덜 깬 건지, 자꾸만 머리를 흔들게 된다. 어제 방송을 보느라, 하마터면 제 시간에 못 잘 뻔했다. 그나마도 물을 마시러 거실로 나갔다가 자정 3분 전임을 알고 서둘러 양치질을 하고 잠자리에 들게 된 것이다. 잠에서 깨어 일어나 보니...
다음 날, 일어나보니 아켈은 옆자리에 없었다. 방에 들어온 하녀에게 물으니 아침 일찍 떠나셨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흠. 이안 움베르노가 그에게 통보하고도 남을 시간이군. 아켈이 어떻게 반응할지 나로서는 알 수 없다. 그 순간을 늦추기 위해 한번은 매달렸지만, 영원히 그럴 수는 없다. 그는 아버지에게 화를 낼까? 내게 파혼을 요구하러 올까? 아니면 당장...
아마 오늘의 생환자들은 전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을테고, 아케로스는 집에 가서 중대한 이야기를 들었을테니 며칠이나 지나서야 얼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묘하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2년만에 보는 얼굴. 수년 동안 사랑했던 그 얼굴. 내게 매몰찼던 너, 그리고 너에게 매몰찼던 나. 그 시간들이 우리를 올바르게 이끌었는지 모르겠어. 하지만 그런거였으면 좋겠...
2월 29일 얼마 전 합격 통지를 받고 새로 근무할 학교에 찾아갔다. 명도학원에서 설립한 명도여자고등학교. 가톨릭계 사립에다 교직원을 포함한 전원 기숙사제. 상당히 외진 곳에 있어 적응을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었다. 하지만 건물은 대단히 훌륭했고, 성천호라고 하는 커다란 호숫가에 무수한 침엽수들과 섞여 마치 그림처럼 서 있었다.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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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아직도 그 말을 믿고 계셨나요? 당연히 장난입니다." 이게 바로 사람을 죽도록 패고 싶다는 마음인걸까? 이사라에겐 제대로 치장을 하여 내려오라고 한 뒤, 응접실에서 내가 먼저 황태자를 맞이했다. 저번 일에 대해 묻자, 돌아오는 대답은 울려퍼지는 웃음소리...... "황실의 사람이 말을 그리 가벼이 하시면 안됩니다." "고의가 아니었다......
세 달 후, 테나브는 본부 이 층에 있는 위마의 개인 집무실에서 면담을 하고 있었다. 열린 창문으로 이제는 많이 따뜻해진 공기가 들어왔다. 날이 좋아 하늘이 파랬다. “봄 축제가 얼마 안 남았네.” 위마의 말에 테나브가 찡그렸다. 그걸 보고 위마가 짓궂게 웃었다. “그래도 봄 축제는 원래 있던 거잖아. 삼 년 전에 가을 축제까지 생긴 걸 보면 아이길란은 정...
광활한 부둣가, 틈도 없이 세워진 수많은 어시장에서는 심심치 않게 상인의 외침이나 흥정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리고 그런 복잡스러운 거리를 절도 있게 걸어가는 이들은 쉽게 눈길을 사로잡았다. “함장님, 3달 치 식료품을 방금 확보했습니다. 식수도 곧 선박에 실을 수 있을 거라고 합니다.” 대륙의 변방에 자리 잡은 소규모 국가 힐레스. 그러나 수십 년 ...
인간 혹은 천사 혹은 빌런
“시니어스,” “네, 팀장님.” 피뉴가 사무실 문을 밀고 들어오자마자 팀장은 피뉴를 불렀다. 이런 일을 흔치 않은데, 피뉴는 표정을 굳히고 가방을 내려놓지도 않은 채로 재빠르게 팀장 앞에 섰다. 팀장은 피뉴가 책상 앞에 서자, 모니터를 피뉴 쪽으로 돌려주었다. 누가 보아도 때깔 좋은 정장을 입은 사진, 넓은 어깨와 붉은 피부, 그리고 그보다 더 붉은 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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