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걍 다은 님, 해마 님
누군가에게 학창 시절에 대해 묻는다면 참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고, 쿠로오는 생각했다. 복도에서 친구들과 나누던 이야기, 선생님에게 혼났던 이야기 같은 자잘한 이야기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라고 한다면 바로 '짝사랑'일 것이라고 쿠로오는 생각하다 작게 웃어보였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부활동으로 배구를 했었다. 배구를 하다보면 다른 ...
꽤 긴 연애를 했다. 질릴 만도 했어, 헤어질 만도 했어. 하나마키는 길 한복판에 주저앉아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관계를 이어나간지 6년 째에 접어드는 24살의 유독 추운 겨울날이었다. 여느 연인과 다름없는 연애를 했다. 동성이라고 해서 걸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20대 초반의 건장한 남자들의 앞을 막을 수 있...
주태광과 양치열, 두 사람이 죽마고우가 된 지도 어언 십 년이 넘어가고 있었다. 볼 것 못 볼 것 다 보며 살아온 지도 오래건만 최근 들어 태광과 치열, 둘의 사이가 묘하게 이상했다. 적어도 치열 스스로는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실수로 손끝이라도 닿으면 화상을 입기라도 하는 것 마냥 그 닿은 손끝이 달아올랐고, 고뿔이라도 걸린 듯 몸이 뜨거워지기 일쑤였다....
"올해도 소식은 없는 겁니까." "임무를 하다 죽은 거야. 우리가 하는 일이 그래. 처리도 그렇게 마무리 됐잖나. 시신만 못 찾는 거야. 그러니까 자네도 이만 포기해." … 부탁 드립니다. 코노하가 상관의 사무실을 나서며 주머니로 손을 넣어 잡히는 사진 두 장을 꺼내 바라보다 표정을 구겼다. 작은 증명사진 두 장. 아래에는 이름과 생년월일이 휘갈겨 쓴 필기...
‘전하, 이것이 무엇입니까?’ ‘너를 위한 정원이다. 네게 주는 선물이다.’ “상위, 복ー!” 처마 위 내관의 외침소리가 온 궁 안을 울렸다. 과거의 기억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가슴을 움켜쥔 채 주저앉은 탁겸은 결국 목놓아 울었다. 즉위로부터 18년. 임금이 승하했다. 칼에 맞은 채로 침전에서 발견된 태광의 시신은 이상하리만치 잠든 듯했다. 새벽 닭...
매미의 울음소리가 꽤 시끄러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ー," 매미소리에 내게 무어라 소리치는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았을 때. 푸른 하늘을 닮은 웃음을 가진 너에게 빠진 나는 처음으로, 내가 구름이 되어 안길 수 있으면 좋을텐데 라는 생각을 했다. 고등학교 2학년, 여름의 일이었다. 팡, 팡. 배구공이 둔탁하게 튕기는 소리와 함께 끼익, 하며 배구화의 바닥이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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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이에요, 이거.’ ‘… 이게 뭔데.’ ‘플루메리아요. 꽃이에요. 꽃말은 나중에 찾아봐요, 지금 안 알려줄 거니까.’ 예전에 하나마키가 했던 말이 마츠카와의 머릿속에 스쳤다. 눈 앞에 가지런히 자는 듯 눈을 감은 채 깔끔한 관 안에 누워있는 하나마키의 뺨에 손을 얹은 마츠카와가 표정을 구겼다.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가게에서 총을 맞은 채 발견되었다고 했...
"선배, 진짜 좆까세요." "말 곱게 안 하지, 아츠무." "선배라고 존칭은 해드렸는데." 공기가 숨막히듯 조여왔다. 스가와라 쪽도, 아츠무 쪽도 어느 하나 굽히고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는 듯했고 먼저 험한 말을 뱉은 것은 결국 아츠무 쪽이었다. 서글서글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입으로는 험한 말을 뱉어낸 아츠무의 눈썹이 스가와라의 날카로운 한 마디에 움찔했다....
죽음에 관련된 소재와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열람 시 유의해 주세요. 조용한 집안에는 달그락거리는 소리만이 울렸다. 흰 와이셔츠를 걸친 채 머그잔에 무언가를 담아 든 아카아시가 잠시 숨을 들이마시다 이내 깊게 내쉬었다. 어딘가 멍한 표정으로 머그잔 안을 바라보던 아카아시가 빙글빙글 회오리치는 머그잔 안의 내용물을 보며 그저 멍하니 눈만 깜박이다, 선반...
처음으로 길렀던 머리를 그저 거울을 보고 밀었던 날. 짧아진 머리를 손바닥으로 문질거리던 쿄타니는 미간을 팍 찌푸렸다 이내 펴고는 거울 속 자신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스스로 바리깡을 들어 밀어버린 탓에 머리카락의 길이는 이리저리 들쑥날쑥 했고 그 머리를 가장 처음 보았던 건 야하바였다. "... 너 머리 꼬라지가 왜 그러냐." "밀고 싶어서 밀었는데. 보기...
"... 대박. 도쿄역 완전 커. 버스도 많아. 택시는 왜 저렇게 줄을 서 있어? 저거 사람들은 다 타?" "스가, 흥분했네." 신칸센에서 내려 출구를 빠져나오자마자 펼쳐지는 도쿄역의 풍경에 스가와라가 눈을 반짝이며, 자신이 도착하는 것을 기다리다 제 옆에 선 쿠로오의 코트자락을 쥔 채 따발총 마냥 이야기 했고, 그런 스가와라를 바라보던 쿠로오는 소리내어 ...
날씨가 꽤 쌀쌀해졌고, 얼마 전에는 눈까지 온 탓에 하나마키는 목에 둘둘 목도리를 두르고 엣취, 하며 교실 안에서 재채기를 했다. 제 팔로 팔짱을 껸 채 다리를 펴고 의자에 앉아있던 하나마키는 주변을 스윽 눈으로 훑었다. 오른쪽 제일 끝줄에 앉아 있어야 할 마츠카와가 보이질 않았다. 끼이익 하며 낡은 의자를 뒤로 밀어내며 자리에서 일어난 하나마키는 등받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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