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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보면, 어릴 때의 나는 제법 교활했던 것도 같다. 물론 어릴 때니까 나쁜 의도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있다 한들 귀여운 축이겠지만, 그 치기어린 시절에도 원하는 바를 유도해내는 본능이 있다는 건 조금 섬찟하기도 하다. 아니면 단순한 천성인가? 그 성격이 지금까지도 어느 정도 내려오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 쪽이 맞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나쁜 ...
*히카와 사요 당신은, 눈물이 많았다. 당신의 그 눈물에서 다른 사람을 보았다. 손가락에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던가, 갑자기 이전보다 훨씬 꾸미고 다닌다던가, 과하게 상냥해졌다던가. 그런 것 없이도 당신의 눈물에는 다른 사람이 있었다. 그 눈물이 나를 향한 게 아니었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 당신은 눈물을 흘릴 땐 늘 나를 보고 있지 않았다. 연습이 끝나...
[1/30] *약간의 후타나리 요소, 사망소재, 유혈 묘사 있음당신의 소중한 한 표를 부디 호죠 카렌에게잘 부탁드립니다(간절) 화사하게 웃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붉은 색의 미니드레스가 퍽 잘 어울리는 그녀는 파티가 진행되는 내내 회장 안의 중심이나 다름없었다. 성격좋아 보이는 미소와 무겁지도, 경솔하지도 않은 언동에서는 상류계급 특유의 기품이 묻어나왔다....
일기예보에서는 비 소식이 없더니,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하교길에 학생들이 수군거리며 비를 잠시 피하려 머뭇거렸다. 사요는 침착하게 우산을 꺼내들었다. 아침부터 하늘이 어둑어둑하길래 챙겨두었더니 때마침 비가 보람을 느끼게 해준다. 히나는 파스파레 멤버들끼리 카페에서 간만에 수다를 떨러 간다며 눈을 반짝였다. 허둥지둥 먼저 나가던데 우산은 챙겼을까. ...
[먼저 연습하고 있을 테니 천천히 와.] 유키나의 문자에 알겠다는 답장을 보내고 고개를 들어 전광판을 올려다보았다. 댄스부 동아리 일 때문에 학교 일이 늦게 끝나버려서 연습에 늦게 참여하게 되었다. 학교에 올릴 공연 때문에 조금 분주하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잦을 것 같다. 유키나가 이미 멤버들에게 알려줬을지도 모르겠지만, 밴드 연습을 빠져야 할 날이 올 ...
저는 당신이 행복하길 바랐습니다. 그 날 밤의 일은, 누가 듣는다면 어쩌면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로제리아가 계속되고, 대학 생활과 과제와 시험에 익숙해졌을 때 즈음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감정. 로제리아와 음악, 분명 우리에게 그것 이상의 무언가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당신을 애써 외면해왔습니다. 그 손을 잡고 ...
오얼모얼 님, 독사 님
사요는 마지막까지 친절했다. 내가 먼저 제안해놓고, 그만 사요의 기분을 생각하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려버렸다. 침대 위에 누구랄 것도 없이 스르르 무너져내린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듣기 민망한 신음소리 뒤에 울음소리가 섞이자 사요는 놀라며 내 얼굴을 감싸쥐었다. "이마이 씨?! 죄, 죄송해요... 제가 너무..." "아니... 그게 아니라..." 나는 ...
좋아해요. 한마디에 천천히 유리잔을 내려놓았다. 무슨 용기가 생겼는지 그 눈을 올려다보았다. 사요는 그 한마디만 간단히 내뱉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빨대에 입술을 대고 있었다. 시선은 나에게 닿지 않고 앞에 있는 감자튀김으로 향했다. 평소 같았으면 사요, 감자튀김 정말 많이 좋아하는구나~ 하면서 웃을 타이밍인데. 그렇게 좋아하는 감자튀김을, 사요는 정...
"충치가 꽤 깊게 있네요. 이 정도면 아플만 하죠." 드득, 드득, 날카로운 소리가 들릴 때마다 사요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아프진 않지만 꽤나 거슬리는 소리다. 아무래도 좀 더 일찍 치과엘 왔어야 했나. 언제 생겼나 싶었던 검은 자국이 깊게 자리잡을 때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양치를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도 충치가 생기다니. 지금까지 무언갈 게을리 ...
제일 먼저 흐름을 끊은 건 유키나였다. 맨 앞에서 우리의 연주를 듣고 가사를 얹는 유키나라면, 또 그만큼 음악에 열정이 있고 예민한 유키나라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 다음으로 유키나만큼 음악에 엄격한 사요가 유키나와 거의 비슷한 타이밍에 연주를 멈췄고, 그 다음으로는 린코가 손을 멈췄고, 마지막으로 드럼 소리 때문에 잘 들리지 않았는지 뒤늦게 분위기를 알아...
아직도 돌이켜 보면 참 따뜻했던 순간이었다, 싶다. 무슨 느낌이었는지도 모를, 서로의 숨만 간간히 주고받았을 뿐인 첫키스를 마치고 사요는 부드럽게 리사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리사는 왠지 그 얼굴을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어서 살짝 시선만 떨어뜨렸다. 너무 추우니까, 차만 마시고 가겠다며. 그렇게 들어간 집에서 별안간 사요가 리사의 얼굴을 끌어당겼다. 첫키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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