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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으면 아직도 생각나는 잊을 수 없는 과거가 있었다. '어린 시절의 꿈은 뭐였어?' 흔한 같은 반의 친구가 물었던 말이었다. 어린 시절,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의 꿈은 같았고 기억하기 싫었다. '당연히 마술사지. 일본 제일의 마술사' 장난스레 웃어 보이자 그 친구는 역시라며 더 말하다가 이내 돌아갔다. 지독했다, 너무나 지독해서 다시 가슴의 상처를 찌르...
실장님, 죄송해요. 죄송합니다. 제가 실례를, 그 남자는 몇번이고 사과를 했다. 독 저항도 있는 사람이 뭘 어떻게 했는지 술에 잡아먹혀선 말도 제대로 못 하기에, 버리고 갈 순 없어서 집에 하루를 재운 다음날이었다. 휴대폰을 두고 갔다고 한 번, 겉옷 때문에 또 한 번, 대문이 세 번이나 여닫혔다. 여느때보다 부산스러웠던 토요일 아침이 거짓말처럼 조용해진 ...
부제목이 전부입니다. 안경 내려놓은 아지라파엘. “크롤리. 그만.” 아지라파엘이 천천히 안경을 벗었다. 방금까지 서점의 소파에서 뒹굴거리며 쫑알대던 크롤리가 ‘아’ 하는 표정으로 굳은 채 아지라파엘을 바라보았다. 선을 넘었던 걸까. 선을 넘는 건 주로 아지라파엘의 몫이었지만 역시 독서를 하는 아지라파엘을 건드는 건 좋지 않은 생각이었을까. 하지만 크롤리는 ...
토니가 처음부터 붉은 실 이야기를 불신했던 건 아니었다. 태어나면서부터 누구나 갖고 있는 붉은 매듭은 성인이 되고 나면 길게 늘어져 상대를 찾아가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생일이 지나고 1년이 또 지나도 왼손 새끼손가락의 매듭은 잘린 것처럼 뚝 끊어진 채였다. 이런 현상은 상대가 죽었을 가능성이 있거나 혹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논문을 읽고 나...
미디어, 인터넷,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점점 사용규모 큰 언어만 남고 작은 언어들은 급속도로 사라져가고 있는 시대 속에서 그래도 누군가는 기억해야 할 작은 언어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 ‘작은’언어 전문가들이 각기 다른 시선으로 그 민족의 언어다운 단어를 선정해 정리했다. 장마다 처음 보는 단어들과 그 뜻이 나란히 펼쳐져 그 곳의 자연환경과 생활방식 및 문...
날 좀 봐. 저런 놈보다 내 쪽이 낫지 않아? 생각해봐. 내가 저 놈보다 뭐 하나 못난거 있어? 얼굴, 몸, 배구. 쟤는 이와 쨩 같은거, 안중에도 없을텐데. 왜 그렇게 좋아하는거야? 날 봐. 난 언제나 이와 쨩을 바라보고 있잖아. 계속해서, 기다리고 있잖아. 저 놈 보다, 이와 쨩과 함께한 추억과, 시간이 더 길잖아. 많잖아. 고작 3년 만난 저딴 놈에게...
단탈리온이 큰 부상을 입었다. 날 위해서. 날 지키기 위해. 시트리조차 치료할 수 없는 상처이기에 림보로 가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렇게 단탈리온은 림보로 들어갔고, 나는 내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왔다. 언젠가 들은 적이 있다. 악마는 한번 잠들면 100년은 깨어나지 못한다고. 인간의 수명은 거기까지 미치지 못한다. 이제 단탈리온을 만날 수 없다. 그 ...
언제부터인가 단탈리온을 보면 가슴이 답답하고 쿡쿡 찌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어느새 그녀석을 눈으로 쫓고 있었다. 단탈리온의 작은 말 한마디 한마디가 신경쓰였다. 내 손을 잡은, 뺨을 감싸준 네 커다란 두 손. 그 손이 그렇게 따듯하고, 그것만으로도 왜 그리도 안심이 됐던지. 날 지켜주겠다며 보이던 뒷모습. 쓸 데없이 강해보이고 무너지지 않을...
"정말 싫어." 악마니 뭐니, 갑자기 나타나서는 순탄하던 내 생활을 망쳐버렸어. 그러고선 자기들끼리 선제공이라며 시시콜콜 나에게 간섭하면서 자기를 선택하라며 멋대로 떠들어댔다. 자꾸만 악마들이 나타나 내 목숨을 위협하며 심지어는 학교의 목사에게까지 죽임을 당할 뻔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네가 나타나서 나를 지켜주었다. 날 위해서 싸워주었다. 너는 자주 날...
어영부영 흐린 눈으로 떠넘기기엔 사이즈가 영 컸다. 상견례 마친 후 신혼집 계약금 걸어놓고, 청첩장 샘플 폰트를 명조로 할지 대한명조체로 할지 고르고 있는 상황에서, 신랑 측이 게이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건. 다행히 예비 장모님께서 회사로 찾아와 사무실 한복판에서 김치 싸대기를 맞는다던가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차라리 그러는 편이 나을 뻔했다. 심약...
“음…” 죽간을 뒤적이던 손이 멈추고 이마를 짚었다. “괜찮으십니까? 형님.”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올리니 바짝 찌푸린 얼굴로 조조가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의원을 부를까요?” “아니. 가만.” 급한 마음에 일으켰던 몸은 조조가 손을 들어 제지하는 바람에 엉거주춤하게 멈추어버렸다. 쓰읍, 침을 쓸어 삼킨 그가 손바닥과 손등으로 번갈아 이마를 짚어보곤, ...
어릴 적의 일이다. 해가 아직 중천에 있는 떠 있는 시간, 평소보다 이르게 집으로 돌아온 날이었다. 나의 벗들과 형제들은 모두 한창 수업 중으로 몰래 빠져나온 것은 나, 단 하나였다. 앉아서 글자를 읽는 것이 싫지는 않았으나 그날따라 좀이 쑤시고 자꾸만 몸이 뒤틀어져 참기가 힘들었더랬다. 인내가 끝에 달한 나는 선생이 글을 읽고 제자들이 따라 읽는 데에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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