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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사·내 w. Yeon - 으레 그러하듯이 - 나뭇잎은 떨어지고 입김이 길어지는 계절이었다. 적당히 두꺼운 재킷에 적당히 무거운 나이키 가방을 메고 밟힌 자국 하나 없는 프로스펙스 신발을 신었다. 길거리를 노닐 때면 공장에서 찍어낸 게 아닐까싶을 정도로 항상 열에 아홉은 이랬다. 나라고 다를 건 없었다. 집 앞 대문에 등을 기대고 서서 이어폰을 꽂은 채 ...
18 도쿄의 여름 공기는 이대로 몸이 납작하게 짓눌리는 건 아닐까-하고 걱정될 만큼 밀도 높은 습기를 자랑한다. 어째 매년 점점 더 더워지는 것 같지?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숨이 턱턱 막혀서 정말 말 그대로 죽을 맛이다. 냉동실 밖을 나온 얼음의 심정이 딱 이럴까. 여름 진짜 싫다아. 축축 처지는 무거운 몸을 끌고는 덥고 습한 공기를 뚫고 겨우겨우 켄쨩네까...
(이제노x나재민x정재현) 눈을 떴을 때 보인게 내 방 천장이 아닌 날은 늘 속이 쓰렸다. 너무 마셔서. 이런 날은 보통 전날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았다. 그래서 눈 뜨자마자 불안함도 함께 밀려들었다. 그나마 익숙해진 정재현의 집이라서 그대로 누워있었다. 술도 마시다보면 늘었다. 올 초보다 술이 많이 세졌다. 끝을 모르고 달리는 사람들과 함께 마시는 날이 많...
가요. 꽃놀이. 그렇게 말했다. 아카아시는 사람이 많은 곳을 좋아하지 않았다. 남자 둘이 사람이 북적거리는 벚꽃 놀이를 가는 건 딱 질색이라며 해마다 거절을 했으니까. 보쿠토는 아카아시가 거절할 걸 알면서도 해마다 둘이 벚꽃 놀이를 가자며 졸랐다. 그가 받아주는 사랑으로 생긴 이기적인 습관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렇게 말했다. 내년 봄에 꽃놀이를 가자고....
*불편한 설정이 있습니다. 읽기 전에 주의 부탁드립니다. 겨울에만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머리가 아작나는 느낌의 추위에 마크가 욕을 씹어 뱉었다. 씨발, 퍼킹 코리아. 콩글리쉬 같은 하찮은 욕지기였다. 한국에 건너 온지 벌써 5년 째였고 이젠 영어도 한국어도 애매하게 구사한다. 가진 능력이라곤 말하기와 체력뿐인데 이젠 그마저도 하나 잃을 것 같다. 핸...
토도로키 쇼토의 계절 W. 동하춘 토도로키 쇼토의 계절은 겨울에서부터 시작된다. 토도로키는 지독히도 괴로웠던 겨울 속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얼어버린 호수 위에 맨발로 서있었던 토도로키는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던 연약한 호수 얼음 위에서 자신의 발이 얼어가는지도 모르고, 그저 혼자서 이다지도 고통에 허덕였다. 토도로키는 자신의 고통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
히카리 사진관의 문을 열고 나왔을 땐 바깥에서 눈이 내리고 있었다. 자연스레 허, 소리가 입에서 나왔고 나츠미도 나를 따라 나왔을 때 놀란 표정으로 바깥에서 내리고 있는 눈을 쳐다보고 있었다. 다른 세계에 간답시고 왔다지만 갑자기 눈이 내린다는 건 무슨 소리인지. 여기 오기 전까지는 분명 가을이 아니었던가? 다른 세계라 날씨도 다른 건가. 괜한 생각에 잠시...
손을 살짝 흔들며 태형이 밖으로 나갔다. 뭐지, 저 친밀함은. 평소에 낯도 많이 가리고 조용한 성격의 정국은 그런 태형이 신기하면서 귀엽게 느껴졌다. 그날 밤, 정국은 잠들기 전 자꾸 태형의 얼굴이 생각났다. 처음엔 그게 어떤 감정인지 몰라서 답답했다. 마음에 드는 여자아이를 좋아한적도 있고 아직 누군가를 사귀진 않았지만 좋아하는 여자배우도 있었고 길거리에...
맞아. 나 저 날, 3층에서 떨어져서, 어? 나, 죽었었나? 어? 어느새 나는 어린 내 앞에 서있었다. 기괴하게 돌아간 목에선 피가 낭자했다. 두 소년도 모두 피투성이였다. 설마 죽은 나를 업고 여기까지 올라온거야? 고작 초등학교 2학년이? 그런 생각을 하자 온 몸에 소름이 끼쳤다. 그 때 한 소년의 품에 얌전히 안겨있던 고양이가 가볍게 책상으로 뛰어 올랐...
(이제노x나재민x정재현) 제자리에 멈춰 섰다. 내가 지금 뭘 본거지. 한발씩 뒤로 물러났다. 저 옆모습은 분명히 이제노다. 최대한 기척 없이 물러섰다. 그렇게 조금 거리가 벌어졌을 때 돌아서 마구 달렸다. 달리고, 달려도 골목길이 끝나지 않았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때야 겨우 저 앞에 큰 길이 보였다. 막 바뀌는 신호등에 횡단보도를 달렸다. 더 이상 갈...
20190107 발행. 20190627 리로드.
초등학교 2학년 때 학교에 불이 난 적 있었다. 그 때 다행이도 심하게 다친 사람은 없었다. 나는 2학년 2반에서 가장 늦게 나온 아이였다. 연락을 받고 회사에서 부리나케 뛰어온 엄마는 나를 붙잡고 여기저기 살피더니 엉엉 울었다. 소방차 소리, 구급차 소리, 울음 소리, 윽박 지르는 소리, 사람들이 뛰어다니는 소리, 뭔가 무너지는 소리, 소방아저씨가 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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