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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었어?” “응.” 1시간 내내 이어지던 칭얼거림이 잦아들자 식탁에서 젖병을 데우던 아사히가 물어왔다. 늘 곁에 있던 안락한 품이 아니었던 탓인지 불만스레 울어 재꼈던 츠쿠시는 언제 그랬냐는 것 마냥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볼록한 배를 덮은 이불이 츠쿠시의 고요한 숨결에 따라 위아래로 흔들렸다. 잠결에 이불보를 입 속으로 집어넣는 걸 조심스럽게 빼주며...
이제 와서 고백하자면, 미성년의 나는 줄곧 대학생이 되기만을 기다려왔다. 고등학생일때는 잘 알지 못했지만, 일단 미지의 세계와 자유의 시대가 펼쳐질 것만 같은 상상에 빠져있었다. 좋은 대학을 가면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막연한 상상이었지만, 그래도 나름 공부도 했다. 지금 와서 고백하자면, 내가 믿고 있던 사실의 반, 딱 그 정도는 맞는 말이었다. 나는...
그 여자의 행복을 위해서 자신은 모든 진실의 무게를 짊어지고 가겠다는 석산의 말을 듣고 나서야 떠오른 의문이었다. 우석은 이제 세상에 남은 하나뿐인 우림의 가족이자 친구였다. 큰오빠가 세상을 떠난 후 우림은 가족들의 소식을 일부러 멀리했다. 알려면 얼마든지 알 수 있었으나 알 필요가 없었다. 이제 가족 안에 우림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만큼 세...
토우마「라는 걸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고」 쇼타「...가끔은 토우마군이 너무 무서워」 토우마「무섭다니, 그런 반응은 너무하잖아!」 호쿠토「그래 쇼타, 토우마는 그저 자신의 본능에 충실한 거라고」 쇼타「...쥬피터를 계속 하는 게 맞는 걸까?」 토우마「무슨 소리야 쇼타, 우리들 쥬피터는」 호쿠토「퍼포먼스도 단결력도 완벽한 유닛이라고」 쇼타「나만 붕 뜬 거 같은...
-야넥. -왜 그러시오. -춥지 않나? -버틸만 하오. 예고르는 천장을 보며 반듯하게 누워있던 몸을 돌려 야넥을 바라보았다. 정사를 마치고 평소처럼 서로 나체인 채로 누워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던 와중에 예고르가 야넥을 향해 몸을 트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야넥은 고개를 돌려 그를 마주보았다. 잿빛 이불 속에 뉘인 예고르의 나신은 회색빛 가득한 이 방 ...
아무도 없는 조용한 모래사장이었다. 다들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혼자라는 것에 별 의미를 갖는 것도 아니기에,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그래도 옛날과는 다르게 혼자라는 것은 익숙하지 않았다. 그 지옥 같은 생활이 끝나고 나서도 나는 메카루, 킨조와 함께 셋이었고 살인학급생활에서도 마에다와 다른 애들 덕에 혼자로 있을 일은 없었기에 정말 혼자라는 것은 생...
1. '나폴리탄 괴담'이란 '나폴리탄 괴담'은 인터넷 괴담의 일종으로 미스테리한 상황에서의 매뉴얼을 다루는 특징이 있습니다. 매뉴얼 속에 신뢰성
조금밖에 남지 않은 시간. 만약 ‘정말로’ 이게 동기로 내놓은 거라면 탈출구 따위는 없다. 그 사실을 너무 자세히도 알고 있었기에 절대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다들 결국은 탈출구가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리고 그때의 나도 그렇게 믿었다. 어차피 노력해봐야 나가는 길은 없다. 이 이상 시간을 질질 끌 필요도 없다. 어차피 결과가 같고, 있어야 할 일을 ...
우리는 서로 떨어진 존재다.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은, 독립된. 그리고 그것을 빌미로 울음을 터뜨린다. 누구도 머물지 않던 곳에서 “있잖아, 석민아.” 너는 버릇대로 입을 열었지만, 그는 대답이 없다. 긴 밤 동안, 까마귀 울음소리가 들렸다. 새카맣던 창밖으로 희끗한 빛이 솟아나고 있었다. 긴 밤 동안. 너는 오래전에 잊었을 법한 기억을 떠올렸...
간만의 술자리가 불편하기 짝이 없다. 그가 없는데도, 마치 그가 있는 것처럼. nothing at all 거머쥔 소주잔을 기울여 입안에 털어 넣었다. 진한 알코올 향이 입안에 퍼지고, 미간이 일그러졌다. 석민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와 마주 앉은 사람이 결코, 편하지만은 않았다. “왜 헤어졌는데?” 죽고 못 살 것 같더니. 빈 잔을 채워주며 던진 말이다. 무...
계절 향기 물씬한 어느 날 너는 나에게 물었다. 안부 너를 다시 본 것은 질문을 던진 지 어느덧 두 해가 지난 다음이었다. 우연히 오른 버스 맨 끝 좌석에 앉은 너를 봤을 때 말을 건네는 것조차 어색해서 고작 네 옆자리에 앉는 것이 전부였지만, 우리 둘은 마치 매번 그랬던 마냥 대화도 없이 나란히 앉아 차창 너머로 지나가는 풍경을 구경했다. 그 풍경을 감상...
다정이 마을에 오고 석산은 감옥에서 풀려났다.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지만 석산은 다정이 가까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근처에 다정이 있다는 것은 이미 다정은 이 일족의 손아귀 안에 들어온 것이고 이 비밀스러운 일족 안에 들어온 이상 마음대로 나갈 수 없는 운명이 되었다는 것이 확실했다. 풀려난 석산은 다정을 데리고 이곳을 나갈 생각뿐이었다. 석산은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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