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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푹 내쉬었다. 고개를 들어서 주변 사람들을 한 번 슥 들러보았다. 린코 선배에 사요 선배까지, 평소라면 활발하시던 분들이 지금은 모두 나와 똑같이 하나같이 피로에 쩔어있는 얼굴이었다. 하긴, 오늘 모인 이유를 생각하면 그럴만도 한가, 자그만하게 한숨을 내쉬면서 양 손으로 얼굴을 감쌓다. 대책 회의를 진행하기 위해 모인것이었지만 이대로면 회의 진행이 ...
여느 때와 같이 눈부신 아침 햇살에 나는 눈을 떴다. 어제와 같은, 익숙한 햇살인데 너무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그래, 나는 꿈을 꿨다. 아주 긴 꿈을. 그곳은 마법이 없는 세계였고, 마석이 없는 세계였고, 대신 과학이라는게 발전한 세계였다. 마법을 쓰지 않아도 하늘을 날 수 있고, 말을 타지 않아도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세계. 그것이 당연한 것처럼 살고 ...
*캐붕주의 "엘리 심심해“ 하얀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다 말고, 엘리가 툭 내 뱉었다. 그러나 주위는 그저 고요했다. 엘리는 주위를 둘러보고는 볼을 빵빵 부풀렸다. 자신의 방에서 나와서는 또 다시 주위를 둘러봤다. 평일 이다보니 다들 일 나가거나 바쁘다. 단 한사람을 제외하고 “이글아찌!!!!” “푸헉!!!” 소파에서 코를 골며 자고 잇던 이글에게 엘리가 뛰...
노년의 종신교수가 수업했던 강의실 중 끄지 않은 컴퓨터가 있는지 확인해보자. 몇 번의 뒤로가기만 하면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간단한 정보였다. 수첩 위에 적힌 건 신입생 하나의 단순한 인적사항이었다. 행정실의 누군가 보면 야, 너는 왜 애들 신상 적힌 서류를 흘리고 다니냐, 이런 걸로 욕먹고 싶다니 삶이 참 심심했나보다 소리 들을 딱 그 정도의 정보. 파쇄...
그날은 가을의 정석적인 날이었다. 햇볕과 구름이 딱 적절했던 날, 그리고 피로 얼룩젔던 날. 나는 널 지키지 못 했다. 388일 전의 이야기, 죽고 싶지 않아, 그 말을 한 너는 14일 이후에 정확하게 강을 건넜다. 아마도 평생의 트라우마가 될 것이었다. 하여 당신, 미련 없이 그 강을 건너시길. 그 강 뒤에서 나를 보지 마세요. 그저 평온하게, 안정적으로...
[마르에이] 책상 위의 탁상시계 8.
1. '나폴리탄 괴담'이란 '나폴리탄 괴담'은 인터넷 괴담의 일종으로 미스테리한 상황에서의 매뉴얼을 다루는 특징이 있습니다. 매뉴얼 속에 신뢰성
책임지고 뭐 할 것도 없다! 해원은 책을 홱 덮고 집안에 있는 책장 중 가장 오래되고 안 쓰는, 이목이 덜 집중될 책장의 맨 구석자리에 책을 꽂아 넣었다. 가로로 누운 책들을 와르르 꺼내 책을 가려버린 그녀는 소파에 앉아 울어대는 텔레비전을 바라봤다. 귀에 뭐가 넘어오는지, 눈에 뭐가 들어오는지 몰랐다. 괜히 봐서 눈이 말똥말똥한 채로 밤을 새게 생겼다. ...
그럴 수밖에, 가장 탐구하기 힘든 건 어디까지나 자기 자신이 되기 마련이야. 네 말대로 외면하고 또 그걸 사실이라 믿을 때까지 각인해서, 누군가 깨닫게 도와줄 때까지 그것이 진리라 믿게 돼. 이런 걸 진즉 깨달아버린 우리는 몇 번을 착각했을지 모르겠네. 너는 많은 쪽이었어? 시덥잖은 말을 내뱉습니다. 짚고 또 짚어보자면, 그것 역시 그의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주의 요소※ 시책 사생아로 태어났을 듯. 창녀와 어디 높으신 분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 낙태할 돈도 없어서 그냥 낳았을 듯. 새하얀 머리에 검은 눈동자인데, 그게 애가 커갈 수록 섬뜩하게 느껴지는 거임. 동공도 이채도 없고... 애가 죽은 것처럼 보이니까 소름끼칠 거 아냐. 머리카락도 하얀색이고... 근데 이건 정말 드물긴 하지만 진짜 있대. 애초에 창...
너와의 세번째 데이트는 부암동 계곡이었어. 네가 또 걷자! 라는 톡으로 우리의 만남을 이어갈 수 있는 돌다리를 던졌고, 나는 컨택 모임 후 너와 담배를 피우며 다음에 만날 장소와 날짜를 정했던 것 같아. 나는 예전에 파견예술 활동에서 백사실 계곡을 우연히 알게 되었고, 너에게 그 계곡에 도룡뇽이 살 정도로 물이 맑은 곳임을 알려줬어. 백사실 계곡은 서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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