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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텔 조직 최고위 간부의 자리에 오른 호세 바티스타는 후아레스 사람이라면 누구나 치를 떠는 극악무도한 자. 그런 그가 9년 전 한국에서 온 전열진이라는 사실은 아무도 모른다. 과거와의 인연을 끊고 카르텔 보스로 살아온 그는 어느날 돌연 과거의 인연들과 마주치게 된다. 그가 사랑했던 이, 사랑받고자 했던 이, 그리고 그런 그를 받쳐주던 이까지. 과거의 망령...
숲우듬지 너머로 해가 떠오르는 들판을 지나자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날이 며칠씩 계속되었다. 지평선 뒤로 끝없이 뻗은 하늘은 아스라가 아는 파란색의 모든 이름들을 하나하나 갖다붙일 수 있을 만큼 알록달록 색이 바뀌었으나 기차가 달리는 땅은 구름이 거꾸로 가라앉은 것처럼 새하얗기만 했다. 처음 이틀 동안 아스라는 눈이 아플 정도로 하얀 땅을 내다보느라 먼지...
『해후의 도시』 는 에픽로그의 중편 시리즈 '디스에픽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입니다. 그만큼 에픽로그 초기에 나온 작품이기도 하고, 꾸준히 반응도 좋았던 책이죠. 일전에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습니다만 1판이 그럭저럭 소화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재쇄하려고 보니까 그새 디스에픽 시리즈의 표지 스타일이 바뀌었지 뭡니까. 표지 스타일로만 구분하자면 『해후의 도...
이윽고 완전히 멈추었다. 바닥에서 들리던 돌 튀는 소리가 잦아들 무렵부터 아스라는 기차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움직인다는 것을 깨달았다. 먼지 낀 창문 밖으로 구름처럼 두터운 증기가 뭉게뭉게 흘러가는 것이 보였다. 문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밖으로 나가자, 각 칸에 타고 있던 승객들이 한두 명씩 기차 밖으로 내려서고 있었다. 아스라는 F칸에서 나온 ...
B칸의 문 앞을 가린 푸른 구름은 매일 커지고 작아지기를 반복한다.B칸의 사람들은 모두 푸른 얼굴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몹시 슬퍼보인다. 베기어드는 나와 마주칠 때마다 사과를 권한다. 나는 항상 거절했다. 창밖의 풍경은 너무 빨리 지나가 제대로 관찰할 수 없다. 기차가 멈췄다.기차가 멈췄다.
기차의 가장 끝에 있는 식당칸으로 갔다. 그곳에는 언제나처럼 몇 명의 손님들이 앉아있었다. 그들은 한 자리를 하나씩 차지하고 앉아 음식을 먹거나,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식당칸에서 대화를 나누는 사람은 항상 아스라와 식당칸의 주인 뿐이었다. 식당칸의 주인인 푸닐은 뚱뚱하고 나이가 많았다. 젊었을 적 군대에 복무했다는 그는 늘 머리를 이상한 모양으로 다듬고 ...
언제나 파란색의 구름이 떠 있었다. 그것은 처음에는 눈에 잘 보이지 않았지만, 아스라가 몇 번이고 복도를 왔다갔다 하는 사이 마치 비구름처럼 두꺼워져 있었다. 손을 대면 파란색의 물이 주르르 떨어질 것처럼, 아주 습하고 무거워 보였다. B칸의 문 위에는 작은 팻말이 붙어 있었다. 〈주의! : 유독성 구름임.〉 아스라는 그 구름의 독성에 대해 알고 싶었다. ...
* 각 주별로 그리고 도시별로 절차와 방식이 조금씩 다른 독일이라는 나라 특성상 그리고 대학이 가지고 있는 어학시험에 대한 권한을 고려했을 때, 이 글은 특정 도시(Dortmund)의 대학을 지원하는 사람과 그 도시에서 어학을 공부할 때 조금 도움될 수 있는 글이라는 것을 앞서 명시한다. 내가 다닌 어학원에서 DSH 시험을 준비하는 것은 꽤나 편리했다. D...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구의 어떤 귀퉁이에서 사과나무를 보게 된다면, 그것은 베기어드가 심은 것이다. (사과의 색깔, 향기, 종류를 막론하고)그는 모든 아이들이 사과를 좋아할 것이라 생각한다.그가 먹은 사과 씨앗은 뱃속에서 싹을 틔우지 않는다. 그러나 아이가 먹으면, 씨앗은 그 아이의 뱃속에서 싹을 틔운다. “나는 모든 아이들의 뱃속에...
독일 대학 입학이 쉽고 졸업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널리 알려져있으나, 실제로 누구에게나 쉬운 것은 아니다. 그건 정말 너무나 당연한 사실인데도, 왜 그런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왜냐하면 첫째로는 개인마다 "학력조건이나 경력"이 엄청나게 다르기 때문이고, 둘째로는 독일 대학마다 그리고 학과마다 "학생 선발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마지...
'독일 대학원 석사 지원에 있어서는 수능 성적보다는 학사 성적이 중요하다.'라는 Uni-assist 메일을 받았다. Uni-assist의 서류 심사는 꼬박 4주가 걸렸는데, 그 이후 대부분의 질문에는 성심성의껏 그리고 바로바로 답장을 주었다. 처음에는 불편한 시스템처럼 느껴지는데도, 익숙해지니 오히려 편리하다는 생각이 든다. 독일의 학점 시스템은 한국과 정...
아스라는 기차에서의 생활에 적응했다. 창밖이 칠흑처럼 깜깜하고 귀울림이 들리면 터널 속을 달리고 있다는 것, 발밑을 무언가가 노크하는 소리는 돌이 튀어오르는 소리라는 것, 화장실은 F칸과 G칸의 사이에도, G칸과 H칸의 사이에도 있다는 것, 의자 옆의 손잡이를 당기면 침대처럼 펼칠 수 있다는 것, 시끄럽게 하지 않는다면 찻간과 찻간 사이를 돌아다녀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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