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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용 그릇에 송편을 담아 랩으로 싸두었다. 쪄낸지 꽤 되어서 김이 서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저, 잠시 내려갔다 올게요.” “…같이 가 줄까?” “…….” 신발을 신던 나는 멈칫 하며 아버지를 바라보았다가 이전에 종석 오빠와 아버지가 마주쳤던 때를 떠올렸다. ─”집에 데려다 줘야지, 내 체면이 서지.” ─”……제가 알아서 잘 데려다 줄 텐데요.” ─”당신...
“…잘 모태씁니다.” “쌤, 쟤 아직 덜 혼난 것 같은데요.” “아닝미다. 츙부니 반성 중 입미다.” 꽈아아악, 하고 아버지의 양볼이 우성 쌤 손에 당겨지고 있었다. 엉엉, 우는 것 같은 말로 아버지가 말하고 있었지만 준면이 삼촌과 우성 쌤은 여전히 엄한 표정이었다. 나는 난처한 표정으로 핸드폰과 아버지를 번갈아 보고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카톡에 차단 걸렸...
아침부터 집안은 시끄러웠다. 뭔가 좀 넓었던 집이 약간은 좁아 보이는 것도 같고…. 슬쩍 그 원인들에게 눈길을 돌렸다. “추석이니까! 송편이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발랄하게 외치는 변백현…아니, 아버지의 목소리에 종인이 삼촌-아침에 내가 아버지라 부르는 걸 보고서 삼촌이라고 부르라고 종용 당했다.-이 한숨을 내쉬었다. “…부녀끼리 오붓하게 지내면 될 것이지...
잠든 여주의 모습을 본 백현은 방문을 닫고 나왔다. 아까 기자 회견 한 이후로 꺼 둬서 까만 화면만 보이는 핸드폰을 꺼내 보았다. 아, 이거 켜보기 무서운 걸. 아마 여기저기에서 연락이 왔을 터였다. 하지만 이 중 백현이 정확한 답을 줄 수 있는 연락처들은 몇 안 될 것이다. “아, 맞아.” 이것만으로 다 된 건 아니지- 참. 백현은 제 딸, 여주가 그렇게...
추석을 앞둔 날이라 길은 막혔고, 비는 보슬보슬 내리고 있었다. 운전대를 잡은 백현은 곰곰이 떠올리다가 문득 꺼놓은 핸드폰을 흘금 바라보고선 쓴 웃음을 지었다. 이미 소속사와 말도 나누었고, 부모님과도 상의를 했던 부분이었지만 준면과 종인, 그리고 지은을 제외하면 그 어떤 지인들과도 말을 하지 않았었다. 그저 기사 그대로 알게 되겠지. 그 거짓말들 말이다....
눈을 떴을 땐 오후 2시였다. “……?” 머리가 살짝 띵 한 게 이상해서,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머리 위 벽에 걸린 시계에서 눈을 떼고 몸을 일으켜 엉금엉금 기다가 훅 몸이 떨어져 버렸다. “???” 머리칼과 부딪친 충격에 의아해하며 뒤집힌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데, 바닥이 보들보들…아니…것보다 바닥? 나 방금 어디에서 떨어진 거지?? 손으로 겨우 보들보들한...
“부녀 끼리 좋은 시간 보내. 난 가볼게.” 우리 둘을 보고 있던 김종인 씨가 다 마신 컵을 탁자에 올려놓고서 소파 등받이에 걸쳐 놓았던 코트를 걸쳤다. “아, 죄송합니다. 또-” “아니. 뭐…딱히 소외 받는 느낌 때문에 가는 건 아니니까 그렇게 사과하지 말고.” 솔직히 무표정해서 무서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살짝 웃는 표정이 사람을 안정되게 해주는 것 ...
`같이` 산다, 라니. 상상해본 적 없다는 건 거짓말이다. 아버지에게 가라는 할머니의 말을 정호석씨에게 들었던 그 순간부터 상상해보았다. 혹시나 내 아버지가 좋은 사람이라면. 그래서 17년 동안 얼굴도 몰랐던 딸을 책임질 만큼 좋은 사람이라면. 그렇게 같이 산다면. 나는 어떨까? 행복할까? 그 질문에 기반한 상상 속의 나는-. “…….” 어땠더라. 기억이 ...
내 착각과 별개로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렇게 나는 난생 처음으로 변백현 씨…그러니까 친부의 집에 들어섰다. “…아로마 향이 나요.” “예리하네. 디퓨저 향이야. 준면이 형이 선물해준 거거든.” 상큼하면서도 조금은 달달한 레몬 향 같은 향이 났다. 현관에서 부터 말끔한 향에 조금은 설레면서도 김준면 씨 이름이 나와서 기분이 조금 그랬다. 이제 집에 발을 ...
기나긴 이야기였다. 할머니가 살아온 인생에서, 할머니 자신이 느꼈을 비통함을 나는 10분의 1도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어째서인지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담담하게 내 외할아버지가 CH 그룹 천우정 회장이었다는 것과 우리 엄마가 사실은 돈만 있었다면 살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 돈줄을 막은 게 천우정 회장의 아내였다는 것, 그래서─할머니는 복수를 결심했다는...
꼭 꿈만 같은 밤이었다. 밤 12시, 별빛이 모처럼 반짝이는 짙은 밤이 찾아오자 변백현 씨는 이제 자야 하지 않겠냐며 집 까지 나를 데려다 주었다. 고작해야 스무 걸음 남짓이었는데도, 변백현 씨는 `내가 아빠야`라며 무척 뿌듯한 웃음을 짓고서 내 반 지하 방 문 앞까지 데려다 주고서는 돌아갔다. 왜인지 두근거리는 마음을 참지 못하고 한참 잠을 설쳐서 힘겹게...
목에 돌덩어리가 꽉 막고 있는 것 같은 기분, 이 기분을 뭐라고 하더라. 울컥 차오르는 울음을 억누르고서 코끝이 찡 해질 때 까지 숨을 참아내고서 눈에 힘을 주는 이 감각을, 뭐라고 하더라. 서러움? 그래, 서러움. 서러움이라고들 하더라. 여태껏 내가 느꼈던 모든 서러움들이 한꺼번에 몰아치는 것은, 견디기가 힘들었다. 윽, 하고 뱉은 아, 소리가 울음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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