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릭의 고용주는 엄청난 비밀주의자인 동시에 엄청난 고집쟁이였다. 자신의 고용주가 가지는 첫 번째 특징에 대해서 릭은 아주 가끔 짜증이 났지만 적어도 참을 만은 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동료와 서로의 사생활에 깊이 개입하거나 혹은 이에 대해 시시콜콜 이야기를 나누는 스타일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릭은 동료로서 각자의 능력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다면 사생활을 ...
그날도 다른 날과 다를 바 없었다. 선생님은 내게 밥을 한 입이라도 더 먹이려고 했지만 나는 얼굴을 찌푸리고 거부했다. 숟가락 위에 얹어진 밥이 가까워지는 게 벌레가 다가오는 것처럼 꺼림칙하고 무서웠다. 나는 건물 밖으로 도망쳤다. 반대편이 텅 빈 시소에 앉아 힘껏 발을 굴렀다. 그러면 시소는 순간적으로나마 높이 떠올랐다. 양쪽 자리를 번갈아가며 타고 있는...
햇살 한 점 내리지 않는 우중충한 하늘, 퇴비 냄새가 코를 찌르는 숲의 한 가운데서 마키는 깨어났다. 평범히 학교를 다녀와 평범히 숙제를 하고, 피곤에 찌들어 침대에 눕자마자 잠든, 그야말로 평범한 학생의 하루를 보낸 그녀에게 이런 퀴퀴한 분위기의 장소는 다소 생소하기 그지없었다. 꿈인가 이거. 악몽? 쓸데없이 음침한 분위기네, 하고 태평하게 생각한 마키는...
‘띵’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문이 스르륵 열렸다. 스티브는 짧게 한숨을 내쉬고 걸어 나갔다. 그는 탁자와 의자 다섯 개가 반원형으로 놓여있는 새하얀 방으로 안내되었다. 스티브는 목을 매만졌다. 칼라를 너무 꽉 조였는지, 답답했다. 무표정의 요원은 그를 한 가운데에 서게 했다. 그가 자리하자마자, 방이 어두워졌고, 그가 서있는 곳에만 스포트라이트처럼 빛이 비추...
이번에야말로 정말 사고를 친 줄 알았다. 내 옆에 생판 처음 보는 남자가 누워 있는 것이었다. 나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침대에서 떨어졌다. 옆 침대에 있던 ‘그’는 내 침대로 건너오더니 엎드려 누운 채, 떨어진 나를 내려다보았다. 나는 떨어진 충격이 고스란히 전해진 팔과 무릎을 문지르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침대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는 터라 콧등 ...
황민현은 옹성우가 처음 이곳에 들어온 날을 꽤 상세하게 기억한다. 단골이었던 손님의 차를 타고 출근을 했고 날씨가 좋았다. 한강진역 근처에서 함께 밥을 먹고 한남대교를 타고 오면서 분홍빛의 노을 끝에 걸려 번지는 보랏빛이 꽤나 물감 같았다. 바람은 선선했고 창문을 열고 달리는 동안 이마를 스치는 앞머리가 무질서하게 흐트러지는 것도 신경 쓰이지 않을 만큼 기...
1. '나폴리탄 괴담'이란 '나폴리탄 괴담'은 인터넷 괴담의 일종으로 미스테리한 상황에서의 매뉴얼을 다루는 특징이 있습니다. 매뉴얼 속에 신뢰성
레레데릭은 붉은 열매가 휘영청 열러서 그 무게를 못 이기고 부러진 나뭇가지를 조심스럽게 만져보았다. 에르르바르데스부르크에선 상상도 못한 광경이다. 레레데릭이 이 열매에 관해서 묻자 시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레레데릭의 시중을 위해 카뮤 후작가에서 새로 고용한 여자애로 아스트루프가 면접을 보고 성실하고 분별이 있다고 마음에 들어했는데 사실 꽤 못 생겼다. 머...
눈을 뜨자 주위가 환했다. 나는 어떤 방의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잠든 기억이 없을뿐더러 이런 곳에 온 기억은 더더욱 없었다. 몸을 뒤척이자 배 위부터 발까지 덮인 이불이 바스락거렸다. 돌아누운 쪽으로는 낯선 등이 보였다. 잠이 확 달아났다. 당황하지 않으려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이 사람이 누군지, 어제 무슨 일이 있었기에 내가 여기 누워 있는지를 기억...
그것은 마치, 별 같았다. 별이라는 단어 말고는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다. 그건, 넌, 빛나는 별이었다. . . . 어김없이 일과를 끝내고 풀밭에 누웠다. 유난히 날이 좋던 그날 밤. 하늘은 순수한 검은빛이었고, 그 위를 무수히 많은 별들이 무질서한 듯 조화롭게 장식하고 있었다. 이런 날에 누워서 별을 바라보면, 정말 별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뭐, 실제...
사막이나 다름없는 미국 서부. 한낮 아스팔트 도로 옆에서 네 시간 동안 서 있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덥고, 뜨거웠고, 지쳤다. 온몸의 수분이 빠져나가 이젠 눈 깜빡이는 것도 힘들었다. 배터리가 닳은 핸드폰은 무용지물이었고 설상가상으로 근처엔 상가 하나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런 중에 격렬한 아지랑이 너머로 이쪽으로 달려오는 차 한 대가 보인다면 누구라도...
그날 이후로 나는 무언가를 아주 중요한 무언가를 잃어버린 느낌이 들었다. 알 수 없지만 잊으면 안되는 무언가. 가끔 특정 물건이나 장소에 가면 익숙하지만 낯선 목소리가 들린다. 그 목소리는 깊고 부드러웠지만 결코 힘을 잃은건 아니였다. 오히려 분명한 목표가 있는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는 내 머리속에서 울려퍼졌다. 환청인줄 알았던 그 목소리는 점점 더 선명해...
나는 숙소 1층 로비에서 밤을 지새웠다. 동이 트며 새가 지저귀기 시작해 윌을 깨우러 방으로 올라갔다. 목장에 온 뒤 그는 이 시간 즈음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곤 했다. 그러나 오늘은 죽은 것처럼 잠들어 있었다. 많이 운 것인지 윌의 눈은 감겨 있는데도 퉁퉁 부어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모르는 척하며 그를 깨웠다. 그것이 어제 내 행동에 대한 일말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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