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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너만 힘들도록 안 둘거야. 보골보골 차오르는, 확실한 형태의 이름을 붙이기 어려운.. 흔들림이라는 감정. 스스로도 인지할 수 없는 그 감정을 죽이고, 녀석에게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그렇게 까지.. 나 때문에 힘..들어?” 나도 모르게 아래로 숙여버린 고개는, 긍정적인 대답이 들려오면 비틀거릴 수 밖에 없다는 걸 대신해서 보여주고 ...
#47. 녀석의 두려움. 멍한 표정으로 영어장의 너덜거림을 훑고 있는데, 좀 전에 했던 녀석의 말이 생각을 살짝 스쳐지나갔다. 그 생각을 통해 한 가지의 궁금증이 피어났고, 그에 따른 약간의 걱정이 말 속에 섞였다. “자는건.. 왜 무서운건데?” 녀석의 표정이 머뭇거리며 잠깐의 뜸을 들이더니, 무언가를 떠올렸다는 듯 미세한 떨림을 보여주었다. 그 반응을 마...
#46. 나 왜이래. 접촉하지 않아도, 스치지 않아도, 두근거림이라는 단어가 찾아올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와 눈을 마주한 채 눈꼬리를 한 없이 아래로 인사하는 녀석의 순수하고 솔직한 미소에, 마음이 움찔해져 버렸다. 내가 옆에 있는 자체가 기쁘다며 미소짓는 상대 앞에서는 어떻게 반응을 해주어야 할 까. 멍해진 공간 속, 피부를 타고 움직이는 내 고...
#45. 가지마, 옆에 있어줘. 혹시 못 들었나 싶어, 검지로 한 번 더 초인종을 꾸욱 눌러봤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아니면 귓 속이 지저분해서 그런걸까 싶어, 새끼손가락으로 한 번 청소한 뒤 다시금 귀를 기울여 보았지만, 들려오는건 피부를 스치는 바람소리 뿐 이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열리지 않는 문 앞. 부동의 문 앞에 서있는 나는, 생각에 생각을...
#44. 두부와의 첫만남 마치 문이라는 인형탈을 쓴 것 같이, 개구멍에 엄마의 얼굴이 동그랗게 보여지고 있다. 어떤 자세를 하고 계시 길래 저런 느낌이 나올 수 있을까 내심 궁금했지만, 갑자기 나타난 모습에 놀란 심장은,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어보였다. “고..공포영화도 아니고!! 그냥 좋게 문 열고 주시면 되잖아요!” “귀신인줄 알았..” 안도의 한숨...
#43. 오래 친하게 지내고 싶어요. 나를 이끄는 발걸음 소리는, 조롱하듯 들려오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제치고 나와 손을 이은 채 앞만 보며 달려나가고 있었다. ..내 의지가 아닌 손에 이끌려 이동하고 있음에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되려, 아무말도 나오질 않았다. 아이들의 비아냥거림 쯤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보다. 나는 이어져있는 손을...
#42. 내가 알아줄게. “..세상에, 헐.. 나 방금 뭐라고 했지? 소름돋는데 지금.” 스스로에게 소름이 돋아 닭살이 올라온 팔을, 진정하라는 의미로 천천히 쓸어내렸다. 오글거리다 못해 내가 이런말을 했다는 것에 놀라, 마음 속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는데, 혼자서 뭐하는 거냐며 녀석이 나를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었다. 녀석의 표정이 충분히 이해 되었기에...
#41. 우물거림 생각보다 더욱 무거운 목소리의 빛깔. 그 짙은 색이 비워진 내 마음의 색을 물들어 가려 할때 즈음, 그러지 못하도록 당장 그 앞을 가로 막았다. 스스로의 삐걱임과 비틀거림은 내가 결정한다. 감정에 휩쓸려 녀석을 마음대로 오해할거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녀석이 진심으로 말한거라면, 무엇을 잘못했는지 물어본 다음 진심으로 사과할 수 있는...
#40. 다시 친구하자 ..음..으음.. 후회로 의미있는 내 미래를 애매하게 만들지 않겠다고 한 의도는 내 마음 속에 굳게 자리 잡았지만, 현실은 내가 무언갈 다짐했다고 해서 ‘페이드 아웃’ 되지 않았다. 생각보다 더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녀석의 눈동자가 심각한 경련을 일으키고 있다. 내 심장도 늦게서야 좀 전의 상황을 파악했는지, 온 피부를 통해...
#39. 믿는다는 것 (3) “….” 오늘 따라 녀석의 집 안으로 가는게 두렵다. 평소라면 이럴일 없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생각해야 할 부분이 너무 많아 발이 마음대로 움직여지질 않았다. 그리고 온 것도 온거지만.. 내 정신을 가득 채우고 있는 부글거리는 존재가 가장 큰 문제였다. 상점가로 달려가 병원 화장실이라도 이용하고 싶었으나, 내 꿀렁거림은 참을 정...
#38. 믿는다는 것 (2)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움직인 손가락 끝. 그를 통해 펄럭이는 공기와 종이의 마주침 소리가 귀에 닿아왔고, 제대로 된 일기 내용을 보기 전, 이름 적는 면이 나타났다. 여기도 역시나 귀여운 글씨체로 적어져있는 녀석의 이름. 3반. ㅎ ㅓ ㅁ ㅣ ㄴ 우. 녀석이 썼다는 건 같았기에 큰 달라짐은 없었지만, 나도 모르게 다시금 웃음이...
시노노메 남매는 알음알음 유명했다. 그 대상의 한 사람인 아키토는 그의 얼굴을 구경하러 온 사람들을 오히려 성가셔했다. 그는 귀찮은 걸 싫어하고, 시끄러운 것도 선호하지 않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게다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구경거리가 되는 건 그리 좋은 기분도 아닐 테니. 아키토에 대한 주변의 평판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갔다. 여전히 그의 이름만 어렴풋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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