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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을 잡으러 가기로 했다. 절반은 충동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필요에 의한 지극히 이성적인 결정이었다. "돈이 없어." 그 심란한 웅얼거림을 분명 들었을 터인데. 윤은 꼬깃꼬깃 종이만 구겨다가 창 밖에 내던져버렸다. 모르긴 몰라도, 저 창 아래편에는 꽃 대신 잉크와 종이가 쑥부쟁이처럼 엉겨 자라나고 있을 것이다. 기껏 뱉은 말이 묵살당한 김주노는 허리춤에 손...
걔는 받은 약들을 전부 옷장에 숨겼다. 나는 그걸 못 본 체했다. 방 검사를 한다고 했을 때도 가만히 있었다. 내내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쉬시가 방을 검사한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선생님이 옷장에서 휴지에 꽁꽁 싼 알약들을 찾았을 때에는 방관했다는 명목으로 나도 독실에 갇혔다. 황쉬시처럼. 새까맣고 벌레가 기어 다니는, 쇠 비린내 나는 방에...
아무도 이민형의 새카만 속내를 알지 못했다. 이민형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얼굴을 빼다 박았다. 황욱희는 서울에서 돌아온 이민형이 어른들의 환영을 받으며 금의환향을 했을 때 사실은 그 아버지도 악마인 게 아닐까 생각했다. 이민형은 소의 뱃속을 파먹는 새끼였다. 자주 그 짓을 했다. 그걸 아는 사람은 황욱희뿐이었고 가끔 정신 헤까닥 하려는 어른들은 호랑이 타령을...
휴일 아침엔 민형이 짜치계를 끓이는 게 암묵적 약속이었다. 형을 유일하게 못 이기는 요리였다. 부엌에서 쾅 하는 큰소리가 난다. 벌써 일어나서 요리 중인가 보다. 새어 나오는 기름 냄새가 방까지 가득 찼다. 눈꺼풀 위로 아른거리는 햇볕이 뜨거웠다. 동혁은 뻑뻑한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켰다. 후라이 하나 주면서 어제는 미안했다고 사과해야지. 부스스한 머리로 ...
“나나, 오늘도 회의하면서 술 마셔?” “글쎄. 근데 누구 하나가 분명 뭘 사오긴 하지 않을까.” “wow. 영화랑 진짜 다르네.” 동혁과 제노도 각각 사무실로 복귀했고, 도영과 윤오도 각각 퇴근 후 사무실에서 모이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얻은 게 없으니 회의에 대해서는 미리 준비할만한 내용도 없었다. 곧이어 공항의 2인조가 가장 먼저 오피스텔로 도착했고, ...
맞아. 아니야. 맞다니깐. 거실이 시끄럽다 했더니 또 시작이다. 맨 처음 영호와 태일이 티격태격하는 걸 봤을 땐 진지하게 싸우는 건 줄 알고 마크는 안절부절 못한 채 싸움을 말렸었다. 아, 형 왜그래요오. 영호 형은 그런 의미로 말한 거 아니잖아요, 그쵸? 태일이 형도 그런 뜻으로 말한 거 아닐 거예요. 그러나 그게 얼마나 의미 없는 짓이었는지는 30분도 ...
1. '나폴리탄 괴담'이란 '나폴리탄 괴담'은 인터넷 괴담의 일종으로 미스테리한 상황에서의 매뉴얼을 다루는 특징이 있습니다. 매뉴얼 속에 신뢰성
“뭐야, 왜 너네가 여기 있냐?” 분명 검성은 사람이 별로 없다는 평일 오전에 영화를 보러 갔었다. 사람이 북적거리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도 했고, 무엇보다 이 시간대라면 자리도 널널할 것이라 생각해서였다. 그런데 하필 이 곳에서, 이 시간에 저 녀석들을 만나는 건 어떤 우연이란 말인가. 눈 앞에 있는 두 사람, 마크와 체니도 똑같은 생각 중인지 얼굴에...
[ 원나잇 남을 팀장으로 만났어... ] 글쓴이 풀썬 (Fu*****) 좋아요 642 댓글 560 안녕 판돌이들! 그날 그렇게 가서 미안 ㅎㅎ. 팀장님이 갑자기 일어나서;; 이야기 빨리 이어서 쓸게!! 판 좀 익어갈 때 내가 초반부터 달려서 잃게 계속 마시다가는 실수할 거 같은 거야. 그래서 나갔다 온다고 하고 숙소 근처에 벤츠에서 앉아있는데 팀장님도 나오...
민형은 구레나룻를 손등으로 닦아 누르며 미간을 좁혔다. 손등이 작은 물기로 끈적였다. 쌍꺼풀이 진 동그란 눈매만큼이나 동그란 물방울이 턱 끝에 매달렸다. 다시금 손등으로 닦아 올렸으나 새끼손가락 아래로 땀방울이 빗겨 샜다. 여름이란 필시, 개미가 지나가는 일조차 짜증이 일었다. 민형은 손등을 옆구리에 문지르며 입술을 모아 산소를 게워냈다. 차오른 양보다 훨...
재범은 정말로 라면만 먹고 갔다. 같이 넷플릭스도 봤고 쉬기도 푹 쉬었다. 엄밀히 말해 말한 건 전부 지키기야 했다. 터질것마냥 뛰었던 심장에게는 미안하게도 기대는 전부 설레발이었지만, 배웅을 나온 마크와 나란히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는 내내 발걸음이 날아갈 듯 가벼웠다. 안 데려다줘도 되는데. 내가 뭐 한두 번 혼자 가는 것도 아니고… 재범은 괜히 발끝을...
어릴 때부터 손을 잡는 걸 좋아했다. 다른 스킨쉽은 썩 좋아하지 않지만, 손을 잡는 행위만큼은 아주 좋아했다. 상대방의 손을 꽉 잡으면, 서로 연결돼있는 것만 같았다. 외롭지 않았다. 나는 친구를 사귈 때,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마주했을 때, 쉽게 손을 잡았다. 그럼 모든 것이 시작되는 것 같았다. 나이를 먹으면서는 그게 아무에게나 하면 안 되는, 좋지 못한...
중천러가 좋아졌다. 원래부터 좋아했지만 다른 방식으로 더 좋아졌다. 이동혁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지만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안 보이면 보고싶고, 옆에 두고 싶고, 손을 잡고 싶었다. 이동혁은 답이 정해지지 않은 문제는 피하고 보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피했다. 천러가 왜? 하고 물어올 때마다 이동혁은 되도 않는 핑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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