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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잡고 한참을 웃다 눈언저리에서 흘러나온 눈물을 닦아낸 지민이 숨을 고르며 열이 올라 붉어진 제 얼굴을 가라앉히고는 윤기에게 태형에게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마음 같아서는 좀 더 오랫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은 채로 제 마음도 눈치채지 못한 태형이 윤기에게 질투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장난도 정도가 지나쳐서는 안된다. 윤기의 대답도 채 듣기 전에 몸을 돌...
태형이 숟가락을 손에 쥐고 앞에 놓인 국밥을 열심히 떠먹기 시작했다. 그 앞에 다른 반찬들도 숟가락으로 떠가며 허겁지겁 먹는 모습이 꼭 며칠 굶은 사람 같았다. 괜히 씁쓸해진 마음에 지민의 미간이 좁혀졌다. 시간이 많이 변하긴 했지만 제가 떠나기 전의 모습은 다른 아이들처럼 볼을 늘리면 늘리는 대로 늘어날 정도로 살도 찌워져 있었고 같이 밥을 먹을 때는 한...
지민이 서두르던 걸음을 멈추고 자리에 주저 앉아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태형이 제 얼굴을 알아보기에 저도 모르게 도망을 치고 말았다. 서로의 손을 붙잡고 기뻐하기는커녕 되려 도망을 치고 태형에게서 멀어졌다. 이런 멍청한……. 지민이 제 자신을 탓하며 후회를 반복했다. 그런 지민의 앞에서 양손을 허리에 올린 윤기가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인 채 숨을 내쉬었다. ...
"으음……." 귓가에 들리는 소리에 지민이 몸을 뒤척였다. 좀 더 자고 싶었지만 눈이 저절로 떠지는 바람에 더 잘 수 없었다. 지민이 제 눈의 흐릿한 초점을 잡았다. 낯선 천장이 눈에 들어오고 그 사이 윤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깼어? 느릿느릿 몸을 일으켜 앉은 지민이 멍한 표정으로 제 앞으로 다가온 윤기를 올려다봤다. 방금 막 샤워를 끝마쳤는지 하얀 수건...
"지민아, 얼른 짐 싸." "네?" 일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하는 말이 저게 뭐야. 지민이 황당함에 반문했다. 그러나 윤기는 그런 지민에게 다른 말은 꺼내지 않고선 제 방으로 들어가 넥타이를 풀어 내고 외출복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돌아오는 윤기를 맞이해주려 현관문 앞에 서 있던 지민이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다 퍼뜩 정신을 차리고 윤기가 있는 방으...
지민이 무료한 표정을 지으며 탁상 위에 늘어졌다. 매년 들어온 것이지만 이미 서적을 통해 대부분의 것은 모두 알고 있는 터라 알고 있는 것을 다시 배우는 것은 생각보다 꽤 무료한 일이었다. 게다가 이런 저를 알면서도 굳이 가르치려는 저 전임 관료 또한 너무하다. 지민이 눈만 치켜떠 제 앞에 서 있는 사내를 바라봤다. 사내의 허우대와 크고 양반의 옷차림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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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이 편전을 뒤로한 채 걸음을 옮겼다. 지민은 눈을 뜨면 폐하께 문안인사를 드리기 위해 매일 아침 편전으로 향했다. 본디 문안인사라고 하면 제일 먼저 대왕대비마마께 향하는 것이 순서였지만 대왕대비마마는 제가 세자가 되기 전에 이미 죽었기에 지금 궁궐 안에 존재하지 않았다. 제 손자인 세자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쓰러지셨다지 아마. 지민이 방금 전까지 입...
정국이 핸드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오전 11시 18분. 곧 있으면 점심시간인데, 뭐 먹지. 뭉그적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 정국이 냉장고 문을 열어 안에 뭐가 들었는지 확인했다. 참치 한 캔, 스팸 한 통, 마요네즈 한 통, 엄마가 보내 준 반찬들, 생수병, 딸기 잼, 그리고 계란 3개. 밥솥에 밥이 있었나. 정국이 뚱한 얼굴로 냉장고 문을 닫고 자리에 ...
동방 한구석에 놓은 작은 트리 앞에 앉은 호석이 옆에 내려둔 상자에서 색색깔의 볼과 작은 종을 꺼내 걸고 트리 꼭대기에 노란색 큰 별과 글자를 달았다. 그리고는 상자 맨 아래에 깔아 놓았던 전구를 꺼내 양손에 전구 선 끝을 잡고 트리에 빙빙 둘러 감았다. 코드를 손에 쥔 채 콘센트를 찾아 두리번거리던 호석이 2인용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앉아 있는 윤기...
"형, 정국이 봐요. 완전히 다른 사람인데요?" "호들갑 떨지 마. 씻으면 다 이렇게 돼." 눈을 빛내며 말하는 지민과는 다르게 윤기는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 까맣던 피부는 씻지 못해 그런 것이었는지 씻자마자 흘러내리는 검은 물과 함께 정국의 피부는 백옥같이 하얗게 되었고 짧게 잘라 단정해진 머리카락과 지민이 준비한 옷을 입은 정국의 모습은 어느 누가 보...
"사생아?私生兒 갑자기 그게 무슨……." "대신들 중 한 명이 저하의 존재를 알게 된 직후 사람을 시켜 세자 저하와 같은 연유緣由로 태어난 이가 없는지 샅샅이 찾아본 모양입니다." "……." "이미 전하께서도 사생아라는 것을 인정하셨습니다." 윤기가 어딘가를 잠시 흘겨보며 말했다. 이곳에 온 지 세 달이 채 지나지도 않았건만 이런 일이 생기다니. 윤기가 제...
태형이 걸음을 멈추고 숨을 골랐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고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 태형이 눈썹을 아래로 늘어뜨리며 두리번거리다 이내 바로 앞에 보이는 초가집草家으로 걸음을 옮겼다. 지민아! 태형의 바람과는 달리 초막집 문짝이 천천히 열리고 지민의 어머니가 밖으로 나왔다. 느껴지는 분위기는 아주 침착했고 눈동자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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