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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기 중간고사의 마지막 시험. 정국은 두 시간 전부터 강의실에 와 공부했고 윤기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보통의 그라면 벌써 와 공부를 하고도 남았을 시간인데. 카톡이며 문자를 보내고 전화도 했지만 그는 받지 않고 시간이 흘러 시험 마치기 5분 전이 되었다. 여전히 윤기는 오지 않는다. 쓰러진 거 아니야? 이러면 내가 또 그놈의 오지랖을 부려야 하잖아....
사이 좋은 게 오래 간다 했지."너는 날 고양이로 보는 거야, 사람으로 보는 거야?""그쪽이 애초에 왔다 갔다만 안 하면 되는 일이잖아요.""살다 보면 사람이기 싫을 때가 있잖아 너는 그것도 이해 못 하냐?""고양이로 살아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네요!"저래놓고 쥐돌이 흔들어주면 좋다고 달려들 거면서. 정국이 생각했다. 손님 들이닥쳐서 커피 만드느라 고생한 나...
할 수만 있다면 정국의 우울을 전부 건네받고 싶다. 가만히 누워 정국의 노랫소리를 듣는다. 어떤 말도, 행동도 필요하지 않다. 그냥 팔을 베고 누워 정국이 어떤 노래를 부르는지, 그 노래가 끝난 뒤엔 또 어떤 노래를 부를지 생각한다. 흥얼거리는 정국의 얼굴이 그려진다. 이대로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대로도, 영원히.영원, 이라고 발음해 본다. 불...
민윤기의 우울이 내게 옮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나를 구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폐부에 차오르는 이 죄의식을 끝내 외면하지 못할 것 같아서다. 민윤기의 경멸을 나는 참을 수 없을 것이다. 도망치지도, 매달리지도 못한 채 민윤기의 발치에 엎드려 엉엉 우는 꼴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눈을 감아도. 나는 아침이 밝으면 종종 눈물을 흘렸다. 민윤기는 계란후라이에 간...
사랑. 사랑이란 감정에 대한 윤기의 생각은 명백했다. 독약, 병, 온갖 부정적인 단어를 다 가져다가 몰아넣은 것. 사랑이라는 놈은 약아서 한 번 빠지면 사람을 아주 호구로 만든다. 남편이라는 작자에게 온갖 것을 다 가져다 바쳤던 제 어머니처럼. 그리고 사랑의 끝은 항상 이별로 끝난다. 그런 어머니와 뱃속의 윤기를 두고 떠난 제 아버지처럼.그렇다면 사랑에 빠...
―작가의 한마디 [슙진]으로 현실적인 연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이야기를 끌어 나아가고 싶었습니다. 고구마 한 백 개쯤 먹은 듯한 답답이X10000의 요소를 그래서 넣을 수밖에 없었어요. 사는 게 그렇잖아요. 내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이만큼이나 쌓여있는데 몸은 맘처럼 안 따라주지. 좋지 않은 일은 한꺼번에 터져버리지. 거기다 제일 가까이 있는 ...
1. '나폴리탄 괴담'이란 '나폴리탄 괴담'은 인터넷 괴담의 일종으로 미스테리한 상황에서의 매뉴얼을 다루는 특징이 있습니다. 매뉴얼 속에 신뢰성
“뭘 봐.”“형이랑 진짜 닮았네요. 와, 거의 뭐 여자 민윤기.”“뒈질래?”닮았다 생각은 했는데, 생각보다 더 디테일하게 닮았다. 마른 몸이며 흰 피부, 얇은 눈꺼풀, 동글동글한 코, 심지어 귀 모양까지 윤기와 비슷했다. 아, 분위기 우중충한 것도. 두 번째 아이스초코를 앞에 둔 정국은 그런 생각을 하며 실없이 웃었다.“형은 말을 안 해요.”“......”...
태형이는 유독 덤벙대는 구석이 있었다. 두 달 전, 친구네 강아지를 데리고 있어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으나 그저 귀를 길게 늘어뜨린 고양이었고, 별안간 고양이 장난감을 사 오겠다며 벅찬 포부를 내 놓더니 나간 지 여덟 시간이 되어서도 집에 들어오질 않았다. 그날 아홉 시가 온전히 채워지기 전에 무사히 몸을 들였지만 오후 중으로 보낸 메시지가 내리 씹혔다는 정...
"태형아, 이거 더 먹어" 윤기형이 건네 준 피자를 바라보며 콜라만 들이켰다. 다정하지 않은 말투로 다정하게 챙겨주는 모습이 당황스러운 것은 나뿐만이 아니다. 당장 옆자리에 앉아있는 지민이도 귓속말로 윤기형, 뭐 잘못 먹은 거 아니야? 라고 물었으니까. 어깨를 으쓱였다. 나도 모르겠다. 1년 2개월의 연애는 눈물로 종지부를 찍었다.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밥 먹었어요?''먹었다''커피는요?'계속 웅웅 울리자 전원을 끄고 뒤집었다. 그래 병원에선 휴대폰 끄는 게 맞는 거지."죄송합니다.""그럴 수도 있지. 한창 연애할 때 아닌가.""연애는요."손을 가져간다. 한 손에 잡히는 작은 손. 옆에서 눈물짓는 할아버지."우리 손녀, 안 아프게 가게 해주게."뇌간에 생긴 종양으로 얼마 살지 못하는 여섯 살짜리 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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