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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필사적으로 이 상황을 빠져나갈 방안을 생각해 냈다. 이 새끼 하는 꼴 보니까 끝까지 떠먹여 줄 것 같은데. 그럼 기껏 먹은 음식이 얹힐지도 모른다. 아니 걍 그따위로 음식 먹기 싫습니다... 상식적으로 다들 그렇지 않을까. 내가 싫어하는 거 뻔히 아는 놈이 이렇게 구니까 가증스러웠다. 나는 울컥하려는 속내를 삼켜내며 웃었다. "스승님, 그렇게 떠먹여 ...
아리에 혼의 옷에 묻어있던 물이 말라 옷자락이 눅눅해질 때쯤에야, 그는 나를 안아 들어 욕실을 나갔다. 밖에 있던 사용인이 그에게 커다란 수건을 건네자, 그는 욕실 문을 다시 닫고 내 몸을 흰 수건으로 곱게 싸맸다. 거의 포장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맞지 않는 옷을 덮은 듯한 느낌에 가만히 눈을 깜빡이고 있자, 그는 품 안에 안긴 내 등을 토닥이더니 ...
내 과거 회상은 끊이질 않았다. 특히나, 이렇게 전용 욕실에서 몸을 담글 때면 불현듯 생각나고 마는 것이 과거란 것이다. 하물며 그것이 욕실과 관련된 기억임에야. 아니, 씻는 행위에 가깝다고 봐야 하나. 머리가 좀 크고서 한동안은 같이 씻질 않았는데, 이 행운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아니, 진짜 그 새끼 눈깔이 돌았다니까? 진짜 뭐가 ...
무슨 정신으로 성까지 왔는지 모르겠다. 아리에 혼의 품에 달랑 안겨 성으로 들어온 나는, 온갖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길을 걸어야만 했다. 정확히는 끝까지 안겨 갔지만. 진짜 마지막까지 안 내려주더라. 설사 도망가더라도 충분히 데려올 수 있는 능력이 되는 양반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나는 한숨을 삼키며 아리에 혼의 하얀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흠...
사내가 무어라 중얼거리는 것도 같았다. 나는 신경 쓰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온몸에 내려앉은 식은땀에 칼이 미끄러지려는 것을 꾹 참았다. 방금 전까진 그래도 괜찮았던 것 같은데, 왜 갑자기 이렇게 숨쉬기가 힘들지? 공기가 무거워진 건가, 산소가 희박해진 건가. 아니면 둘 다일지도 모른다. 중력마저 무거워진 듯한 위압감이었다. 나는 멈칫거리려는 몸을 겨우 끌...
기실 나는 빙의 전의 기억은 거의 없었다. 지금의 상황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잠깐 과거를 돌이켜 보던 나는, 새삼스런 사실 하나를 떠올려 냈다. 맞아, 나 지금 완전 백지였지. 처음에는 그래도 뭔가 기억나는 게 있었던 것 같긴 한데, 지금은 아무것도 없었다. 직장인인지 학생인지, 친구는 누구였는지, 부모님은 뭘 했는지, 심지어 남자인지 여자인지조차 불투명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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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스승은 아리에 혼이다. 그걸 이 성 안에서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잠깐 걷기만 해도 "예서님, 가주님은 저기 계십니다."하고 주위에서 목소리가 날아왔다. 아니 지금 화장실 가는 건데요. 뭐가 됐든 스승이랑 같이 있고 싶지 않은데요. 그런 의지를 담아 꿍얼거리며 인상을 찌푸려도, 사람들은 '아, 가주님께 빨리 가고 싶구나.'하고 친절히 스승에게 데려...
※귀하와의 관계를 선택하세요.(필수) □ 연인 / □ 친구 / □ 그 외 * '여기 왜 왔냐, 국연수.' '뭐?' '다신 안 본다고 했을텐데.' '나도 이 일 아니었으면 안 찾아왔어.' '고작 이 일 때문에 찾아왔다고?' '고작 아니고 나한테 중요한 일이야.' '글쎄. 5년 만에 찾아올 정도로 중요해 보이진 않는데.' '넌 뭔데 5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그렇...
...아. 꿈을 꿨던가? 언제 잠들었지? 그건 정말 무심코 든 생각이었다. 나는 두어 번 눈을 깜빡이고 나서야 내가 자다 깼다는 사실을 상기해 냈다. 어, 그러니까. 눈앞이 이렇게 흐린 걸 보면, 방금 막 깨어나서 그런 거겠지? 나는 연신 눈을 깜빡거렸다. 눈앞에 뿌연 안개가 낀 것만 같았다. 여러 문양으로 음각된 천장이 제대로 보이질 않았고, 몸과 정신 ...
밤 아홉 시, 수영장 레일이 즐비한 건물에서 이현이 나왔다. 머리카락은 젖어 있었고 고개는 바닥을 향해 있었다. 새파란 얼굴은 당장이라도 바닥으로 고꾸라질 것처럼 보였다. 쟤 괜찮나? 저절로 한 발이 트랙 밖으로 뻗어나갔다. 부축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몸을 반 바퀴 돌려 이현을 살폈다. 눈을 가늘게 떴다. 보건실에는 누구 없을 텐데, 기숙사 사감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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