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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이번 기회로 뭘 어떻게 잘 해보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것은 맹세코 아니지만. "진짜요? 그럼 우리 동갑이구나." "아… 네, 선배님." 진짜 정말 절대 아니지만. "그냥 정현이라고 불러도 되는데. 아, 여기 은근히 우리 동갑내기들이 없어요. 와 진짜 되게 반갑다." "아. 하하, 네. 저도."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은 건, 예상했던 그림과는 달...
8. 화면 속에서 노래하는 자기 자신을 보는 것은 역시 좀 쑥스러웠다. 이번에는 괜찮게 잘 잡혔다고 하시는 걸로 봐서 영 나쁘지는 않은 모양이지만. 제 눈에는 아무리 보아도 폼을 너무 잡고 있었다. 노래할 때 저렇게 얼굴이 움직이고 막 그랬었나. 처음에 로봇처럼 굳어서 ‘나는 지금 민망하다!’ 외치는 듯한 표정보다는 나은 것 같지만. 쑥스럽지 않은 척, 이...
7. 벽에 기댄 채로 팔짱을 꼈다. 눈 앞에 있는 문은 단단히 닫혀있었다. 문에는 창이 있었지만 워낙 작아 바짝 붙어서지 않는 한 안쪽 사정은 볼 수 없었다. 찬열은 문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지금쯤 끝날까 싶었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어느새 팔짱을 끼고 있던 자신을 발견했다. 잠시 내려다보았다. 이건 뭐, 무슨 감시하는 것도 아니고. 너무 감독관처럼 버...
6. 좋은 디지털피아노 중에는 업라이트의 건반을 누를 때의 느낌까지 구현하는 것이 있었다. 눈을 감고 치면 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다. 가벼운 느낌보다는 묵직한 감이 익숙해 좋았다. 전에 있었던 피아노는 들일 때 이미 중고였으므로 꽤 오래된 것이었고 이사를 다닐 때마다 골칫거리가 되거나 그리 크지 않은 집을 잔뜩 차지해버렸어도 도저히 팔 수가 없어 한참을 함...
5. 저를 한 번 믿어보세요, 백현 씨. 아직 대표님이라고 부를 수 없었을 무렵 불쑥 찾아와 손을 내밀면서 그 말을 건네었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는 말할 것도 아니었다. 잘못 찾아오신 것 같다 외면하다가 결국 차분히 마주 앉았을 때 백현은 반대로 되물었다. '저를 믿으세요?' 자신을 어떻게 알고 또 어떻게 찾아왔는지도 당황스러웠지만 더 궁금한 것이 있었다. ...
<괴이현상 실종자수색연합 수색대원 행동지침> <주의사항> *해당 문서는 언제나 수색연합 본부 사무실에 비치되어 있는 것이 원칙입니다 만약 이외의 장소에서 본
4. 똑똑똑. 문을 두드렸다. 빼꼼 고개를 내밀었더니 의뭉스럽게 돌아보다가 곧 웃었다. 종종종 걸어와서 손을 붙잡았다. 한때는 지겹게 본 얼굴이 이젠 또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라고 그래도 반가워서 같이 마주잡고 으헤헤 웃었더니 당장 볼이 집혔다. 아니. 얘는 예전부터 꼭 지가 형인 줄 알더라. "여기까지 왔냐, 어떻게." "아니 뭐 지나가다가아. 그냥." "...
3. 이건 정말 황당한 일이다. 눈을 깜빡이기만 하고 그대로 서 있었더니, 창 밖으로 쭉 내밀고 있던 팔을 휘휘 흔들었다. 정확히는 그 손끝에 잡고 있는 죽어라 집을 뒤지고 뒤지고 뒤져도 찾지 못했던 바로 그 지갑을 흔들고 있었다. "안 받아요?" 그것도 박찬열이. 화장에 머리 세팅까지 하고 나타나서. "필요없으면 말고요." 필요없- 을리가 있나요?! 황당...
2. 덜컹, 덜컹. 흔들리는 전철 안에서 손잡이를 꼭 붙들었다. 왼쪽으로 쏠리던 몸을 다시 똑바로 세우고 중심을 잡았다. 이어폰에서 나오는 익숙한 노래를 멍하니 입 속에서 따라불렀다. 노래가 나온 뒤 1년 간 플레이리스트에서 한 번도 빼지 않았던 곡이었다. 그러다 흠칫. 멈췄다. 아니 왜 하필 박찬열이 만든 노래야. 의식하면서 들은 적은 없었는데 갑자기 엄...
차는 술타나 우주공항을 지나, 옆의 정비단지로 간다. 볼트 인더스트리 공장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는다. 공장에 들어서자마자, 수민의 눈을 사로잡는 건, 다름 아닌 격납고에서 나온 얼리버드 호. 차는 얼리버드 호와 격납고 사이에서 멈춘다. 수민과 주경을 포함한 6명이 모두 차에서 내리고 보니, 이미 캠벨이 마중나와 있다. “아, 안녕하세요!” “그래. 사흘밖에...
플레이PLAY w.시퀸 1. 사람에겐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 말고도 다양한 면이 존재한다. 상황에 따라서, 본성을 자제하고 내보여야 하는 부분만을 드러내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어쩌면 어떤 이유에서 숨기고 있던 면을 발견해가는 것이 삶의 핵심이거나 타인과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일 수도 있다. 알고 있다. 자신도 더 이상은 열여덟 살 난 어린애가 아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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