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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약 천년의 세월 전.내가 사는 곳에선, 명문가의 여자일수록 배우자 선택권이 없었다.명문가에서 태어난 나는 15세 때 집안에서 정한 남자와 결혼했다.집안의 부와 권력을 위해 더 부자고, 더 명문 있는 가문의 40세 남자의 다섯 번째 아내가 된 것이다.아버지 같은 남자가 내 남편이었다.그래도 나는 정실이었다.본부인이었다는 말씀.남편의 전 부인들은 모두...
흔적 없이 사라지려는 파리는 사소했지만 그 존재를 알리며 방 안을 시끄럽게 날았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기에 누워 있었고, 그 파리를 눈으로 쫓아갔다. 거의 우아하게 작은 별장 모양의 방 안을 움직이며 날아다닌다. 다른 사람이 관찰한다면 파리가 걱정 없이 자유롭게 보일 것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보다 나은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
124. 헌터 능력 개발원의 정문. 명실상부, 우리나라 최고의 보안등급을 자랑하는 개발원답게 정문을 통과하기까지의 과정은 매우 까다롭다. 홍채, 지문인식과 더불어 경비원 헌터들의 육안 인식까지, 3단계에 걸친 철저한 검증을 통해서만 출입이 가능했다. 직원도, 헌터도, 심지어 개발원장까지도 그 과정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차단기로 굳건하게 닫힌...
운명이란 이름의 거인을 아는가. 그가 한 걸음을 향할 때마다 수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 일들은 쉽게 바꿀 수 없는, 말 그대로 운명이라 칭하는 것들이 된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그 행선지를 엿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렇다 해도 일어날 일을 막는 건 쉽지 않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주 사소한 부분을 바꾸는 정도가 고작이다. 거인의 행선지를 바꿀 ...
아침에 일어나면 기지개를 한번 편다. 그리고 햇빛이 잘 들어올 수 있도록 창문을 열고, 지난밤에도 몸을 뉘었던 잠자리를 정리한다. 그리고는 늘 그랬듯 익숙하게 옷을 입고 머리를 묶는다. 오늘도 머리 스타일은 반듯한 양갈래다. 마지막으로 거울을 확인해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곤 만족한 웃음을 지으며 장비를 챙겼다. 나가는 발걸음은 1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지나 작...
집을 나온지 어느새 1년이 다 되어간다. 16년동안 가정폭력에 시달렸던 터라, 결국 집을 나와 고시원에서 하루하루 벌어서 살고있다. 아빠는 항상 술을 마시고 들어왔었는데 집에 들어오면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멍하니 보고있는 엄마를 때렸고, 엄마가 보이지 않을때는 내 머리채를 잡고 바닥에 던지거나 복부를 발로 차기도 했었다. 정말이지, 그 집에 살면서 나는 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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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소에 고급스러운 클래식이 울려퍼진다. - 크큭 참 대단해 어떻게 이런 음악을 만들었을까? 인간들은 “그래서 답은?” 버그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시스템의 오류 또는 시스템 오동작의 원인 사람들은 버그는 프로그램에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하지만 그게 현실에 존재한다면? 무슨 소리냐고? • 만약에 이 세상이 그저 신들이 즐기기 위해 만들어진 세상 그니깐 프로그램...
이 시대는 불야성. 빛의 제국이었다. 밤낮 구분없이 24시간 형형하게 빛나는 곳. 어둠은 붙어있을 공간이 없었다. 우리가 만들어 낸 유토피아, 아니 누군가에겐 지옥이었다. 빛이 환해질수록, 그림자는 짙어지는 법이니까. 비다는 자신이 후자에 속한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이 빛의 제국 그 뒤꽁무니에서 겨우내 호흡하며 부지하고 있는 목숨이었다. 그저 종이 한 끗 ...
돌아가지 않는다니 제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말에 보화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서있었다. “화리야…. 가족들과 부대원들이 기다리고 있어… 어서 돌아가야지 그게 무슨 소리야….” “아니. 나는 가지 않아. 나는 이제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게 됐어.” 그녀가 원하는 삶이라는 것이 대체 무엇인걸까, 계속해서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너의 원을 내가 들...
"흠흠~~" 어느날처럼 다를 것 없이 새파란 하늘을 보며 콧노래를 부르던 나는 내게 어떤 일이 생길지도 모르고 오늘도 그 꽃밭으로 발을 옮기고 있었다. 이름모를 노래를 흥얼거리며 걷다보면 내 눈 앞엔 어느새 나무 표지판과 드넓은 꽃밭이 기다리고 있었다. "백합~ 백합을 보러가요~" 꽃들 중 유난히도 백합을 좋아하던 나는 노래를 부르며 힘차게 앞으로 나아갔다...
‘너는 내가 죽으면 어떡할 것이냐.’ 얼굴을 보이지 않은 채 긴 머리의 남자가 두루마기를 걸치고 뒷모습만 보이며 말한다. 그리고 보이는... 김사의? ‘스승님이 죽기도 합니까?’ 지금까지 내가 보았던 김사의보다 앳된 얼굴로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하고 있다. 지금 김사의는 두루마기를 걸치고 있지 않았다. ‘너는 내가 영원히 살 것이라고 믿느냐?’ ‘스승...
갑자기 제 인생에 닥친 시련에 보화는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가족도 친구도 없는 자신에게 전부였던 화리의 부상과 그녀와의 이별. 하지만 보화는 하루 아침에 정리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니었다. 애써 잊어보려고 노력했지만 그러기도 쉽지 않았고,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 법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다른 이를 만나보려고도 했으나 자꾸만 그녀를 닮은 모습들을 찾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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