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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겐 다시 한 번 이 이야기를 쓸 펜과 종이가 있었습니다. 당신이 그를 창문에 그리며, 이듬해 봄 까마득히 먼 땅 아래 무성히 핀 노란 꽃들 사이에서 당신을 하염없이 기다릴지도 모르는 그를 위해, 당신의 빛나는 의지와 함께 찾아가겠다는 그 약속은 나중으로 미루어도 괜찮았다고 스스로를 다짐했습니다. 당신은 오늘의 해피 엔딩 페이지를 잠시 찢어내고, 새 이...
당신은 떨어졌습니다. 땅 끝이 아스라이 높은 한 산의 구덩이로 떨어졌습니다. 당신은 다행히도 폭신하고 질긴 꽃밭 위에 떨어져 목숨만은 건질 수 있었습니다. 당신은 만났습니다. 폭신하고 질긴 또 하나의 꽃을 만났습니다. 그 꽃은 악랄히도, 당신을 인도하는 척 공격했습니다. 당신은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처음으로 느끼는, 살이 찢기고 긁히는 고통에 아무말도 할...
친애하는 나의 내일에게, 지금부터 베개에 머리를 대고, 폭신한 이불을 한 가득 덮고, 라디오 대용으로 휴대폰에서 적당히 잔잔한 노래를 찾아 노래를 틀으며 눈을 감는 이 순간에도, 내가 지하에서부터 어렴풋이 느껴왔고 내 삶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할 줄로만 알았던, 신과도 같던 아스리엘과의 만남에서 강하게 공명하여 죽음의 순간에도 불현듯 다시 눈을 뜨게 만든...
현실의 아픈 공기에 찌들어 노쇠하고 찬란하지 못했던 나의 오늘은 어제가 되었고, 분명 또 다시 아플 것이라 생각했던 내일은 오늘이 되었다. 내 기억 속에 머문 무의식의 우울은 과호흡을 불러와 한 두번 고비를 만들었다. 아득히, 저 아득히 멀어져가는 나의 의식을 굳이 붙잡고 싶지 않았지만, 내 의식을 붙잡을 수 있는건 나만이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 내 시야...
내가 항상 눈을 뜨는 시간은 자다 깨고, 자다 깨고를 반복하며 몸이 더 이상의 잠을 거부할 때 즈음이다. 아침마다 어슴푸레 비추어져 오는 햇빛은 항상 내려져 있는 흰색 블라인드에 막혀 방 안을 은은하게 밝힌다. 아직은 눈꺼풀이 찌뿌둥하니 눈 좀 감고 있으면 다시 잠이 올까 싶지만, 간간히 즐겨하는 모바일 게임에서 푸시 알람이 무지하게 울려대는걸로 보아선 적...
다른 날보다 유난히 어두운 날이었다. 하늘은 칙칙한 회색빛으로 물들고, 짙게 낀 구름은 태양에게 원한이라도 진 듯 필사적으로 새어나가는 햇빛을 차단했다. 곧 비가 내릴 듯 밖은 습했고, 살살 부는 바람에 보잘 것 없는 낙엽만이 제 모습을 억지로 과시하다 땅에 긁히는 소리를 낼 뿐이었다. 이와 어울리지 않게, 옅게 남은 달콤한 파이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빵...
<괴이현상 실종자수색연합 수색대원 행동지침> <주의사항> *해당 문서는 언제나 수색연합 본부 사무실에 비치되어 있는 것이 원칙입니다 만약 이외의 장소에서 본
* 비고: 글 특성상 포스타입에선 작성이 불가하므로 아래 링크에서 읽어주세요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1174893
주제: 학교 가는 아스리엘과 차라 "차라, 나… 괜찮을까?" "에이, 천하의 지하세계 왕자님이 이런 것도 무서워하게?" 아스리엘은 언제나 봐도 귀엽다. 명색이 지하세계 왕자가, 겨우 첫 등교에 잔뜩 긴장했다. 네 초록색 눈망울이 갈피를 못 잡고 떨고 있었다. "괜찮아, 아스리엘! 겨우 학교 가는거야!" 잔뜩 긴장한 아스리엘의 손을 꼬옥 잡아주었다. 아스리엘...
괴물들의 오랜 숙명이자 절망의 증표였던 결계가 부서졌다. 괴물들을 가두어놓은, 막강한 힘의 결계는 너무도 간단히 산산조각났다. 지하와 지상으로 분단된 두 종족의 가슴 아픈 역사가 끝나고, 두 종족은 번영과 화합을 이루어내어 희망찬 미래를 꿈꾸며 진보할 것이다. 모든 괴물들이 기쁨에 격하여 열렬히 환호할 것이다. 나 빼고. 프리스크의 영혼을 빼앗아 세상과 시...
도시. 도시란 무엇인가?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살고, 집과 건물이 많으며, 정부 기관과 사업체 및 문화 시설이 즐비한 지역이다. 이는 정의상의 도시고, 내게 도시란 모자이크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크기가 제각각 다른 사각형이 빽빽히 땅을 채우고, 이 때문에 사각형들 사이의 조그마한 것들에는 집중하지 못하기 마련이다. 아무래도 나는 그 사각형 사이에 존재했던 ...
너는 마지막까지 울지 않았다. 통곡하는 나를 보면서도 애써 웃으려했다. 하지만 네가 그 강인한 정신을 지켰음에도 돌아오는 것은 초라한 끝이었다. 네 여정의 끝을 지켜봐준 사람이 나 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온 몸이 찢기고, 불타고, 부러지는 고통을 참으면서,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괴물들에게 자유를 되찾아줬는데. 적어도 네가 위인이기 이전에, 너도 사지가 ...
병원의 병실은 항상 이질적이었다. 옅은 색깔의 벽돌형 대리석 벽, 말끔한 흰 색 천장, 코팅이 된 나무 바닥. 이 세 재질들은 무엇하나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따로 노는 기분이었다. 억지로 따뜻해보이려 하면서도, 모던함을 잃고 싶지않아했다. 그 방의 흰 침대에 둔각으로 누워, 그저 창 밖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너는 어딘가 모르게 서글퍼보였다. '나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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