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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오래된 아파트 45m. 15층짜리 한 동의 폭파해체 작업이 이뤄졌다. 그 이름도 그럴싸한 ‘발파해체 수직 점진붕괴기법'을 이용해서. 수도권은 그야말로 하루걸러 건물 하나가 무너지고 그 자리에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기에 특별할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보통 건물을 철거할 때 발파용법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방식인지라 그 근처 주민과 관계자...
—도와다오, 벨져. 돌아오자마자 갑작스레 온 전화의 내용은 그를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이글이 그렇게 되고서도 도와달라는 말을 한 적이 없는 다이무스가 도와달라 한 것도 그렇지만, 무슨 일이냐는 질문에 이어진 대답은 더욱 그랬다. —이글이 깨어났다. 8년을 그렇게나 기다려왔지만, 이제 들을 일 없다 내심 포기했던 소식에 당황한 것은 벨져도 마찬가지였다. 뭐...
발렌타인 데이. 약 이주일 전부터 초콜릿으로 사방이 가득 차고, 거리에도 단내가 차는…… 일종의 지옥 같은 날이다. 하여간 이 맘 때면 단내 때문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군.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나왔을 때 그렇게 투덜거린 벨져는 날 좀 도우라더니, ‘검의 형제 기사단’ 단장실에 쌓여있던 초콜릿을 모조리 쓸어와서는 다이무스의 방에 투척했다. 큰형이 내...
가끔은 말이죠, 아예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어요. 능력 탓이었을까, 아니면 특유의 성격 탓이었을까 그녀는 종종 그렇게 말하곤 했다.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그 갈색 눈동자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숨길 수 없는 고독이 보여서 같이 있는데도 마치 다른 차원에 있는 것마냥 느껴지곤 했다. 넘을 수 없는 벽. 그것을 실감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앉아있자면 그녀는 금...
어두운 하늘 아래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온 몸이 무겁고 아프다. 왜 이렇게 아프지? 아아, 맞아. 전쟁 중에 폭격에 휘말렸다. 스나이퍼가 저격을 했어. 내가 저격을 당했던가? ……아니, 큰형. 형은? 그제야 어깨에 묵직한 체중을 느꼈다. 피비린내가 가득 났다. 그래, 지원이 없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우린 도망치고 있었다. 도망칠 곳도 없으면서. 기...
B6 / 무선제본 / 날개 有 / 엽서
※ 주의 신체훼손 묘사, 불합리한 상황, 폭력, 억지로 음식을 먹이는 행위 To. .(주)개미싹 전체 From. 권주희 대리 [공지] 카페 프레지에 이용 안내의 건 첨부파일. (
A5 / 무선제본 / 날개 有 / 내표지 2p, 목차 2p, 도비라 3p / 책갈피책갈피 은박 작업
어둡다. 며칠이나 됐을까? 눈이 가려져서 얼마나 되었는지 알 수 없다. 입이 막혀 턱이 얼얼하고 입안이 텁텁했다. 단단하게 묶인 팔과 다리에는 이제 감각이 없었다. 청각만이 민감하게 주변의 소음을 잡아내려 애쓰고 있었다. 발소리, 약간 끄는 듯한, 문이 열리고, 독특한 숨소리. 그리고 덜컹, 무언가를 내려놓는 소리가. “읏, 크흡…….” 입에 물린 것이 빠...
그 날도 점심까진 평소와 다를 건 전혀 없었다. 언제나 하던 대로 양들을 풀어놓고 도망가거나 뒤쳐지는 양이 없도록 살펴보던 즈음, 울타리 너머에서 수상한 냄새가 나서 다가갔을 때 쓰러져있던 그를 발견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을까. —피 냄새가 잔뜩 나는 하얀 물체. 첫 인상은 그랬다. 울타리 바깥에 쓰러진 그를 멍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머리 사이로 보이는 은...
서늘한 공기에 눈을 떠서 밖을 보니 눈이 흩날리고 있었다. 내리기 시작한지 제법 되는지 창 밖이 온통 하얗다. 훤한 달빛 아래에 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 눈이 부실 정도로 빛을 내었다. 톡톡톡, 인사라도 하듯이 창문에 부딪힌 눈발이 사르르 녹아내리다 이내 쌓이기 시작한다. “으응…….”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달빛을 받아 빛나는 흰 눈에 잠이 깼는지 ...
—모든 것이, 끝났다. “죽지 마!” 아득히 들리는 외침. 울듯이 떨리는 소리가 저 멀리서 들린다. 입 끝에 웃음이 걸린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물론 기분뿐이다. 이젠 눈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끈질기게 자신을 괴롭혀왔던 고통도 희미해져, 어쩐지 두둥실 떠오르는 것만 같기도 하다. —양시백씨. 절 원망하고 있습니까? 본인에게 묻지 못한 질문을 아득...
그 소녀와 처음 만난 것은 배준혁 27살, 이제 막 경찰이 된 햇병아리 형사일 무렵이었다. “거기 서!!” 골목길을 빠져 달려가는 강도사건의 범인을 쫓으며 외친 말이 허공으로 흩어졌다. 날랜 몸의 범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골목을 돌아 도망쳤다. 놓칠 줄 알고! 지친 다리를 채찍질하듯 끌어올리며 범인을 쫓아 길을 접어들었던 배준혁은 덜컥 그 자리에 멈춰 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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