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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어디야?” 광망한 하늘 아래 쪼그리고 앉아 있던 칼리가 물었다. “수영장.” 그 옆에 쪼그리고 앉아 있던 팹이 대답했다. “바단가 봐.” 칼리는 기어코 자답을 했다. 저만치 떨어진 수면에 녹색 잔물결이 이는 걸 바라보다가, 별안간 양팔에 얼굴을 묻고 발작적으로 키득거렸다. 물은 자못 풀빛이었고 민물 냄새를 풍겼지만, 그는 홀로 뜨거운 해변에 있는 모...
열에 받친 랩탑이 성난 소리를 냈다. 팹은 욕을 하면서 화면을 덮었다. “어떤 씨발놈이 뒤치기 했어.” “너 사냥하는데?” “응.” “모르는 놈이?” “아주 모르는 건 아니고 내가 예전에 두 시간 동안 열 번 죽인 놈이야.” 스캇은 웃었다. 그러면서 붉은 빛이 도는 액체에 드라이 진을 부었다. “그럼 어떤 씨발놈은 아니네. 그 씨발놈이지. 근데 뭐 그런 걸...
“바다 가자.” 구석진 데서 마른 동양인 여자와 키스를 하고 있던 팹이, 갑자기 하던 걸 중단하고 홱 돌아섰다. 그러고는 누구한테 말하는 건지도 모르게끔 말했다. “이 시간에?” “귀찮아.” 바에 앉아서 시시덕거리고 있던 채드와 레이는 그 제안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들이야 어쩌건 바로 다가간 팹 지노는, 재떨이가 바로 옆에 있는데도 구태여 바에다가 ...
채드 브룩스와 레이 류노스케는 칸막이가 된 어두침침한 테이블에 함께 앉아 있었다. 파인트 글래스를 비운 채드가 레이에게 몇 마디 불평을 했고, 등받이에 몸을 한껏 기댄 채 마리화나를 피우던 레이는 “찡찡대지 마, 좀. 올 거야.”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약 1/2파인트가 더 지났다. 파브리치오 지노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고는 “안녕? 반가워?”라고, 되도 않...
매번 그러듯이,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잠에서 깼다. 어떤 때에는 좆 빠지게 놀라서 깨고 어떤 때에는 그냥 기겁만 하면서 깨는데, 이번에는 순전히 소스라쳤다. 잠에서 깨고 보니 나는 킹 사이즈 침대에 가로로 엎드려 있었다. 막 눈을 떴을 때 전면에 있는 유리창 밖으로 발코니가 보였고, 발코니의 유리난간 너머로 바다가 보였다. 그리고 숨이 막혔다. 내가 다...
“결국 왔구나? 벼락치기 할 거 있다더니.” 파브리치오가 테킬라 썬라이즈를 열의 있게 저으며 말했다. “응.” 옆 스툴에 올라 앉은 닐이 무기력하게 대답했다. 그는 바텐더를 불러 보드카토닉을 주문했고, 그 후에는 팹의 손가락 사이에 끼워진 담배를 30초 정도 관찰했다. 그 부주의한 이탈리안이 같은 손으로 플라스틱 스터러를 쥔 채 잔 안을 휘젓고 있었던 까닭...
1. '나폴리탄 괴담'이란 '나폴리탄 괴담'은 인터넷 괴담의 일종으로 미스테리한 상황에서의 매뉴얼을 다루는 특징이 있습니다. 매뉴얼 속에 신뢰성
그 남자는 날 내려보고 서 있었고, 나는 그를 올려보고 서 있었다. 대체 이 인간이 여긴 왜 있는 걸까? 오직 메스암페타민이랑 직접적으로 관계된 일이 터져야만 이쪽으로 온다고 들었고, 미국에 와서도 다른 모든 일은 다 좆도 개무시하고 그 일과 관련해서만 입을 여는 걸 본 게 한두 번이 아닌데, 대체 이 새끼는 여기 왜 있으며 나한테 말은 또 왜 거느냐고. ...
바는 투명했고 광택이 흘렀다. 그리고 조명 때문에 불그스름한 반사광을 띠었다. 역시나 그 조명 덕에 캘리포니아산 오렌지 같은 머리색이 된 칼리는 거기에 머리를 올려놓은 채, 옆에서 픽픽 웃고 있는 팹의 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곤충을 채집해놓고 바싹 마른 곤충의 사체를 바짝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듯이, 하지만 유의미한 실험결과는 하나도 내지 못할 지력으로 들여...
마스카라 발린 속눈썹이 오만하게 뻗어 있는 여자는 침대 헤드에 등을 기대고 앉아서, 아무 말도 않고 팹의 뒤통수를 노려봤다. 그 옆에는 미디엄 블론드인 남자가 엎드려 있었다. 그는 여자와는 반대로 겸허하다 못해 초점이라곤 없는 눈을 하고, 엔드 테이블 위로 늘어뜨려진 스탠드 코드를 만지작거렸다. “아니, 난 호텔인데……. 어디라고? 크게 말해봐. 언더그라운...
공기 중을 채보면 수증기가 내 손바닥에 부딪쳐 액화할 것 같았다. 해는 타오르는데, 그 와중에 이 물기는 날 둘러싸고 가득 차오른다. 그 와중에도 말이다. 그래도 청량감이라고는 없다. 작열하는 태양과 철저히 개인주의적인 기체입자들, 당최 청량감이라고는 없다. 폰 배터리가 나간 이후부터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다. 탈수는 아니다. 수분은 있지만…… 내 ...
컴퓨터 앞은 텅텅 비어 있었다. 오로지 스캇 맥클라우드만이 가운데 자리를 차지한 상태였다. 그는 진지하기 짝이 없는 얼굴로 모니터를 응시하면서, 마우스를 한 도트도 움직이지 않았다. “팹.” 그가 헤드셋을 벗겨 어깨 위에 걸쳐두고는 모니터에 시선을 계속 둔 상태로, 별안간 툭 말했다. 바 옆에 앉아서 기절해 있다시피 한 팹 지노에게 산 사람의 기척은 거의 ...
“야, 나가.” 동아리 방에 리젠된 팹이, 칼리의 팔뚝을 붙잡은 채 소파로 걸어가면서 말했다. “싫어.” 바에 앉아 축구 통계 책자를 뒤적거리고 있던 채드는 심드렁한 반응이었다. 더욱이 스캇은 대답하기는커녕 뒤돌아보지도 않았고, 그저 닦던 글라스나 계속 닦아댔다. “아, 나가. 우리 섹스할 거야.” “뭐래. 그딴 협박 해도 안 나가, 임마.” 팹은 칼리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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