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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선은 앞에 펼쳐둔 학생의 레포트에 고정한 채, 곁에 있는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였다. 후-. 왼손 검지와 중지 사이에 아무렇게나 내버려두고는, 라이터를 쥐었던 오른손으로 다시금 펜을 쥐었다. 피곤하다. 잠깐 머리를 지탱했던 손으로 눈가를 주무르고 안경을 고쳐 쓰자니 그 궤적을 따라 알싸한 냄새의 연기가 이리저리 떠돌았다. 집중하려 했건만 ...
차가운 공기가 온 몸을 시리게 감싸는 한겨울이었다. 농번기가 아니라 그렇다기엔 지나치게 조용한, 눈 덮인 밭 한 가운데에 후지모토는 잠시 서있었다. 다 피운 담배를 땅에 비벼 끈 그는 뒷머리를 거칠게 긁적이곤 머플러를 도로 입가로 끌어올렸다. 그리고는 마을의 뒷산, 작은 신사가 있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신사로 향하는 돌계단은 눈에 파묻혀 두루뭉술한 형...
끼이익!! 타이어가 아스팔트 노면을 거칠게 할퀴었다. 좁은 골목의 평화를 산산 조각낸 범인은 한 대의 검은 차였다. 그리고 또 다른 승용차가 그 뒤를 바짝 쫓고 있었다. 브레이크도 제대로 밟지 않고 막무가내로 핸들을 꺾어 추격자와의 거리를 벌린 남자는 더욱 속력을 냈다. 타오르는 불꽃의 색을 닮은 그의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차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몸이 와르...
후지모토가 그답지 않게 살짝 문을 밀었을 때 메피스토는 책장 곁에 서있었다. 찾는 책이 있나본지 하나 뽑아들어 페이지를 넘기다 다시 꽂아두곤 다른 책을 넘겨보는 식이었다. 문에 기대서서 가만히 그런 모습을 지켜보았다. 휴일의 오전임에도 단단하게 허리를 조인 흰 자켓과 완벽한 모습으로 부풀어 정리된 스카프의 옆선을 본다. 언제나와 같이, 틈이 없다. “………...
뚜벅, 뚜벅, 하고 울리는 발소리. 피식, 하고 이미 웃음이 나왔을 때에서야 웃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는 걸 인식했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 웃음을 본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을 때에서야 내가 지금 배를 잡고 뒹굴며 웃는다고 해도 내가 웃는 것을 아무도 알아차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이 좁은 병실 한 칸엔, 생명이 육체를 떠난 여자가 하나, ...
수줍게 다가왔던 가을이 눈 깜짝할 사이 끝이 났다. 왜 그랬을까. 한기가 감도는 공기 속, 후지모토는 생각했다. 그가 내뱉은 숨이 하얗게 흩어졌다. 익숙한 동작으로 지포 라이터를 꺼내 담배에 불을 붙였다. 매캐하고 알싸한 맛의 연기가 그의 가슴을 한가득 채우고 기억을 흔들었다. 짧았던 가을, 그러나 그 시간은 그가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로 빼곡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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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1 병원에 발을 들일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다. 아니,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부터 이미 가슴 속에 무언가 얹힌 느낌이었다. 매일 아침이 그랬다. 모든 게 예전 같지 않았다. 예전 같을 리가 없었다. 무언가의 끝을 눈앞에 둔 사람이라면. 시끄러운 로비를 벗어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어느새 네가 있다. 오늘도 역시 너는 웃고 있었다. 나를 보면 ...
사막은 오늘도 도전받고 있었다. 사막에겐 휴식이란 개념이 없었다. 그것은 항상 움직이고 있고, 형태를 변화시키기에 그랬다. 항상 일어나고 있는 일이었기에, 사막에겐 움직임이라는 개념도 존재하지 않았다. 확실한 것은 고요했다는 것이었다. 도전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점점 사막의 중심으로 다가오는 그 소리는 심장이 맥동하는 소리였다....
*형에 대한 사랑을 고민하는 리츠와 상담을 받고 당황하는 레이겐과 순수해서 잔인한 시게오 *백만년만의 연성,, 이런 소재 좋아하는 것도 병인 것 같아요. *이번에도 모브가 등장하지 않는 맃몹 모브동생 리츠X모브 “형이 좋아요.” 다짜고짜 자신을 불러낸 열일곱의 패기는 당당했고 걸릴 게 없었다. 당사자의 앞이었다면 어땠을까,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잠시 하긴 ...
네가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다. - 한강, 소년이 온다 다시 눈을 뜰 수 있다면 그 곳엔 수평선이 있을 거라고 생각 했었다. 눈이 부시게 하얗고 따스한 백사장과 그 너머의 바다와 수평선. 마음이 넘치도록 사랑해 마지않던 모든 것들이 눈 앞에 도열한 세계가 있기를 기대했었다. 하지만 실은 눈을 뜰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죽...
Dear my blue Stage 01. Almost Blue Izumi Iori x Nanase Riku *** 오직 그곳에 그의 목소리가 있었다. 처연하도록 푸른 색. 그렇게 노래하기 위해 태어났구나. 그것이 나나세 리쿠를 처음 만난 순간 이즈미 이오리의 감상이었다. 담배와 이것저것이 섞인 매캐하고 몽롱한 연기를 헤집고 귓가에 파고든다. 흐린 곳에서 누...
2015년 여름에 냈던 격투게임 블레이블루의 2차창작 단편집에 실린 글 중 하나입니다. 책은 츠바키를 중심으로 하쿠멘x츠바키와 진x츠바키의 단편인 <그날의 꽃은 여전히 피어있다>, <영웅에게 띄운 편지>, <Justice sword> 세 이야기로 이루어져있습니다. 그중 하쿠멘과 츠바키의 얘기를 담은 글,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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