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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그리고 주로 해결책이 단순하기 그지없는 밤비의 속사정은 그가 마스터에게 옆집 사는 변호사가 툭하면 떠날 사람처럼 군다 투덜거리고 그 이후 마스터의 가게에 들른 붓상이 무심코 읊어댄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밤비의 소식을 본인에게서 직접 전해 듣지 못한지 제법 오래된 붓상은 마스터에게서 처음으로 그의 이웃집에 이사 왔다는 변호사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
덜컹, 배려 없이 멈추는 기차에 그는 눈을 떴다. 정말로 기쁘지 않은 졸업이었지만 모두가 있음으로 만족했다고 하면 불쾌할까. 올 때보다 단촐한 캐리어의 안에는 아무것도 없던가. 아, 더 이상 입을 일 없는 호그와트의 교복. 그리고, 그 주머니에 든 것이 전부였다. 1학년 때는 어떠했더라. 가벼운 잠옷가지와 먹을 것들, 양피지와 깃펜 따위. 방을 옮겼다고 해...
그녀의 고급 맨션을 나가는 길에도 계속 주변을 두리번 두리번거리는 얀이었다. 그 모습을 본 R는 얀의 복지에 좀 더 신경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얀의 가문이 약소하기는 하지만 가난하게 굴 정도는 아니었다. "네가 원하면 람보르기니도 탈 수 있어" "전 운전면허가 없어요. 인간 나이로 아직 18살이 아니란 말이죠." 말을 타던 시절에는 그런 게 없었는데 쓸데없...
아카아시ver. 달이, 참 아름답네요 * 왼쪽 어깨에 맨 카메라 가방. 그 안에는 그의 손때가 묻은 DSLR 카메라. 왼쪽에 붙어있는 작은 주머니에는 방금 냉장고에서 꺼낸 작은 생수병. 이 두가지는 그가 집을 나설 때 항상 챙기는 것이었다. 신발을 신은 그가 문손잡이를 잡는다. 스르릉-하는 소리가 나며 녹슨 문이 열린다. 문을 열자마자 부시도록 쏘아대는 볕...
* 저도 멘답이 하고 싶은데 아 손가락이 이녀석이 아 아 다음엔 진짜 멘답해요 약속 이번만 따악 한 번만 다정한 바람이 분다면 네 근처에 닿기를, 세상이 가혹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떤 세계든 네 세계는 너무나도 가혹했구나. 네가 아이를 위해 세계를 일구지 않았을 때에도, 너는 그래서 너에게도 가혹한가. 모든 상황이 너를 이렇게 만들었나. 나는 네게...
(네 밑바닥이 무엇일까, 너는 어디까지가 너의 밑바닥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밑바닥의 정의는 무엇일까. 너는 무어가 두려운 걸까. 누군가의 떠남이 두려운 걸까. 아, 그 아이처럼. 너의 세계처럼 누군가가 떠나는 게 두려운 거구나. 너는 너로 이루어져있지 않구나. 오롯이, 오롯이 그 아이만을 위한. 그 속에 너와 나는 없을까? 아주 조금도?나는 네 진심을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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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하세요?" "후회 보다는.. 죄책감이지." 내 이기심 때문에 많은 사람을 상처 줬으니까. 큰 얼음 덩어리가 조금씩 녹아 딱 마시기 좋은 농도와 온도가 된 위스키를 입술에 조금 축인 다음 입에 한 모금 물었다. 형원이 내어 준 그 위스키가 제법 입맛에 맞았는지 현우는 눈썹을 들고 살짝 미소 지었다. 원래 남자들끼리는 목욕탕 한 번 같이 갔다와야 친해진...
# Scene B 드디어 15일이다. 석진은 윤기네 집 안으로 들어섰다. 불빛이 하나 없이 고요함이 가득해서 석진은 잠깐, 윤기가 돌아오지 않았나 하고 고민했다. 그러나 이내, 창 밖에서 은은하게 비추는 달빛에 드러난 실루엣을 보고는 안도를 내쉬었다. - 윤기야, 오랜만이야, 라는 말은 속으로 삼키며 석진은 윤기를 불렀다. 눈이 마주쳤고 한참을, 알 수 없...
"넌 왜 그렇게 날 싫어해?" 사실 그 말을 들었을 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싫어한다라. 솔직하게 말하자면 싫지는 않았다. 단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첫 단추가 잘못 끼워져 지금의 상황까지 다달은 거 같았다. 왜 저런 슬픈 눈으로 나한테 묻는 것인지에 대해 너한테 다시 되묻고 싶었다. 내가 아니라 네가 날 싫어하면서 왜 그렇게 슬픈 눈을 하냐고. 우...
* 책임자를 만나고 싶은데. 취조실 바깥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그는 허리를 숙여 마이크가 놓인 책상을 손으로 짚었다. 넥타이가 마이크에 와 닿자 성가심을 느낀 그는 넥타이 끝부분을 대충 두 번 둘둘 접어 와이셔츠의 오른쪽가슴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이 곳에 끌려오고 한 달이 다 되도록 말은 커녕 눈썹 한 번 찡그린 적 없던 여자의 표정이 꿈틀거리는 그 순간...
1-1. 정신이 깜박이길 반복하던 중 간신히 시야에 걸렸던 것은 아주 옅은 갈색 머리칼. 나루세는 울 것처럼 입술 끝을 찌그러뜨리며 웃었다. 이제 헛것도 보는 것 같아요. 나는요, 사실 당신이 많이 보고 싶었던 모양이죠. 나루세는 힘이 들어가지 않는 손을 간신히 들어 줄곧 그리웠던 이를 쓰다듬었다. 바람 앞의 등불처럼 덜덜 떨리던 소년의 커다란 눈동자가 생...
20세기 후반의 암스테르담, 자유와 방종이 혼재하는 도시. 외곽에 위치한 관광객도 거주민도 찾지 않는 낡은 상영관은 무척 특이한 이력을 자랑하는 곳이었다. 그것은 소위 말하는 현대의 건축물과는 결이 달랐다. 시대와 동떨어진 석조 건축물의 외벽 기둥은 코린트식이었으나 양쪽 끝에 위치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뾰족한 첨탑은 중세의 건축 양식과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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