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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는 아름다운 것, 이라고 배웠다. 일등이 아니어도 좋고 꼭 남을 이길 필요가 없으니 네 앞에 주어진 그 길을 끝까지 완주하라는 잠언. 더 나아가 완주라는 말보다 끝까지 ‘최선’을 다 하라는 말을 늘 새기고 살았던 나의 삶은 과연 올바른 일이었을까. 몇 년간 누적된 피로가 해일처럼 덮쳐오는 순간을 느끼곤 한다. 푹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고 조금만 체력을 ...
-소설가 오다사쿠, 공무원 안고, 학생 다자이 -위스키조가 탐정사나 마피아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일반인이라는 설정입니다. 창밖에서 불어오는 짠내 머금은 바람이 차다.오다 사쿠노스케는 펜을 잠시 내려놓고, 열린 창문을 닫으려 몸을 일으켰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밤바다는 여러가지 빛깔로 출렁였다. 먼바다의 빛나는 점들이 항구로 들어오고 있었다.자신이 이 풍경이...
※ ※ ※ 피웅덩이와 불지옥 속에서 눈을 감았던 리오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모든 것이 끝난 이후였다. 난장판 속에 엎드린 채로 있었던 몸은 어느새 깨끗한 병실 침대 위에 있었고 옷도 깨끗한 환자복으로 갈아 입혀져 있었다. 마지막 기억과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기에 그는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선생님, 환자 깨어났어요!” 오렌지색 머리칼...
※ ※ ※ “어휴, 대단도 하시네. 역시 우리 폭주마차께서는 지나간 길목마다 당신의 흔적을 뿌리신다…. 얜 이래서 첩자 해 먹기는 틀렸다니까.” 2층 복도를 빙글빙글 돌다 보니 자꾸 탄내가 나서 그리로 향했더니 그간 뚫고 나온 어둠이 무색하다 할 정도로 화려한 불길에 휩싸인 복도가 나타났다. 에녹 포스터는 코를 킁킁거리며 비비다가 자기 카디건을 벗더니 그것...
※ ※ ※ “쉿, 막다른 길이야.” “여기 지리를 모르시나요?” “넌 몰라도 여긴 폐건물이라 지금 안 쓰거든? 클럽하우스 뒤로 좀 가면 나오는데…나도 설마 이 녀석들이 이런 쓰레기 같은 곳이 아지트인 줄 몰랐지. 자기들은 내부구조 파악했단 뜻인가.” 어두운 밤눈에 의지해 가며 천천히 여기저기를 돌아봤지만, 이곳은 건물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미로라는 표현이 옳다...
※ ※ ※ “인질을 꺼내와! 당장!” 갑자기 방문이 덜컹대며 열리더니 조금 전에 여학생과 함께 시시덕거렸던 남학생이 들어왔다. “이크, 손발 풀었었지. 얼른 튀었어야 했는데.” “세상에 누님! 이것들 줄 풀었어요!” “그럼 둘 다 얼른 붙잡아! 난 밖을 맡는다!” “도련님, 피해!” 남학생은 급하게 달려와 램프를 붙잡더니 그것을 리오에게 내리치려 했다.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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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을 끝낸다. 몸을 편히 둔다. 2. 주도권은 자기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클리브를 괴롭히는 것들을 찢고 싶다고 생각했다. 질서정연하고 논리적인 추론을 거친 후의 결론이었다. 개와 늑대 같은 상사들이 있고, 그 개와 늑대만도 못한 취급을 받는 세상의 모든 직업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데 왜 귀천을 꼭 따질까. 아마 따지고 싶어서 그렇겠지. "그럴 때는...
에릭에게 죽음은 친숙한 것에 비해 생명의 탄생은 낯설기 그지없었다.기실 에릭이 짧다면 짧은 삶 동안 죽음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매일 총에, 약에, 폭력에, 굶주림에 누군가가 죽었고 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죽음이 아니면 버려지는 것이던가.에릭에게 생명을 준 반쪽인 어머니는 그 대가인 것처럼 에릭을 낳고 숨을 거뒀다. 에릭은 생에 미련이 없었고 오히려 그 ...
천만배우 김태형. 혜성처럼 나타나 데뷔작부터 대박이 나더니 그 이후로 모든 작품이 다 중박 이상은 치더라. 그리고 몇년이지난 지금, 대한민국에 김태형이라는 이름 석자를 모르는 인간이 없을 정도로 잘나가고있다. 업계 탑. OO분야 선호도 1위. 장르불문 명품배우. 국민 첫사랑. 모든게 이 남자를 수식하는 단어였다. 가만히만 있어도 반짝반짝 빛이나는 밤하늘의 ...
※ ※ ※ “저저저, 저는, 그게, 아, 실례했습니다, 저기, 그, 해서는 안 될 짓을…!” 자신의 스케줄을 눈앞에서 낱낱이 파헤치던 여학생을 상대할 때보다 두 배정도 혼란스러운 상태의 리오가 엘리제의 앞에서 덜덜 떨었다. 아, 내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그는 이젠 정말로 이 세상에서 도망치고 싶어졌다. 그는 지금 당장 교수대 밧줄이 주어지면 기꺼이 ...
※ ※ ※ 한편, 같은 시각 부속학교의 본관 복도를 걷고 있던 로건 스펜서는 기둥 뒤에서 그를 덮치듯 튀어나온 상대의 팔목을 낚아채 뒤로 꺾고 있었다. 끄억, 하는 소리와 함께 우두둑 뼈가 재조립되더니 상대는 쉽게 바닥으로 내리꽂혔다. “끄어악, 억, 야! 나다 나! 아야야야야!” 로건의 무릎에 처참하게 등짝을 찍힌 뒤 비명을 지르던 자는 그처럼 키가 큰 ...
옛날엔 악령을 닥치는대로 먹곤 했었지. 모가미는 제 손에 잡힌 악령을 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래, 너도 한번 먹어볼테니? 악령을 제 코앞에 가져다대며 높낮이 없는 음색으로 말하는 제 스승을 보며 시게오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내리깐 눈은 어렴풋이 두려움을 담고 있었다. 모가미는 잠시 그런 모브를 바라보다 이내 악령을 제 입안에 넣었다.아직도 무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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