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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는 끝이 없다고 하지만 보통 나그네가 간절하게 원하던 것이 아주 극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면 그 꿈의 중심 이야기가 끝이 났다고 말한다. 그 후에는 사소한 일상이 계속 이어지지만 어쨌든 나그네 서사의 중요한 부분 하나는 결말이 난 것이다. 길잡이들이 시간을 들여 꿈진입을 하는 건 그들의 무의식이 바라는 것들을 존중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화가 ...
수호자가 접근하자 거미가 발끈했다. “아아... 나의 수호자.” 거미의 눈이 흙발 자국을 남긴 수호자의 진흙투성이 장화에 머물렀다. 수호자가 손을 뻗자 거미가 경비경에게 얼룩진 편지를 가져오라고 손짓했다. 그의 호흡기에서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별 문제 없었지?” 거미가 해안의 짙은 공기 속에서 구겨진 편지를 펄럭이며 펼쳤다. 혀를 차는 소리와 숨소리 사...
1학년 E반 교실. 외제니는 머리가 약간 헝클어지고, 얼굴을 잔뜩 찡그린 채, 입에서는 거친 숨을 내쉬며, 눈앞을 노려보고 있다. 손은 어느새 문짝에서 뗐고, 얼어붙어 있었던 때문인지, 아니면 힘을 줘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잔뜩 벌게져 있다. “내게 이런 굴욕을 주고도 무사할 것 같아?” 외제니의 눈은, 다시 불타오르고 있다. “오늘 반드시 결판을 낼...
그림: https://esprit-kdy.postype.com/post/4750711
정연은 안 그래도 마른 얼굴이 더욱 핼쑥해져서는 이화를 보자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이화는 괜한 충고나 위로를 꺼내는 대신 그와 함께 돌아가기 위해 생각해둔 변명거리를 먼저 설명했다. 정연은 말 한 마디가 끝날 때마다 예, 예에, 하며 잘 들리지도 않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건성으로 답한다기보다는 주눅이 들어 보였다. 이화는 그런 그를 단지 내버려둘 뿐이었다...
<괴이현상 실종자수색연합 수색대원 행동지침> <주의사항> *해당 문서는 언제나 수색연합 본부 사무실에 비치되어 있는 것이 원칙입니다 만약 이외의 장소에서 본
위무선은 음료부를 자동 시스템에 맡겨두고 무대로 올랐다. 아주 옛날식으로 스탠드마이크를 연결하고, 반주를 맡은 로봇에게 곡명을 말하고, 소리 크기를 조절하는 동안 객석이자 자신의 카페 겸 바를 둘러보았다. 옛 그림을 재현해달라고 해서 마련한 둥근 테이블들과 바에 우주 각지에서 모여 든 각양각색의 종족들이 삼삼오오 앉아 술을 마셨다. 개중 몇몇은 무대에 사람...
노을이 지기 직전이었다. 탑의 최전방, 선봉대 사령관이 항상 서 있던 자리에 붉은 빛이 비춰질 무렵. 탑의 앞마당에 자발라가 수호자들을 모은 채 말을 시작했다. “오늘 이 자리에 다들 모여 줘서 고맙네. 다름이 아니라 내 지위, 선봉대 사령관으로서의 자네들에게 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개인적인 부탁을 하기 위해서 자네들을 이렇게 불러 모았네.” 자발라가 ...
BGM : HENG - SUMMER'S SUMMER 감각질 02 어떤 것을 지각하면서 느끼게 되는 기분, 떠오르는 심상,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특질. 백현x경수 듀 “경수야. 번호 좀.” 경수의 시야로 불쑥 휴대폰이 들어왔다. 뭐야? 번호 줘. 보니까 네 번호가 없더라고. “연락하라고 했는데, 어디로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웃기고 있네. 단톡에 나도 있거...
“‘문지기에게 안부를 전해 줘.’라니. 거미는 우리가 클럽에서 어떤 일을 할지 알면서 그런 이야기를 한 걸까요?” “뭐 뻔하지. 적들을 처치하고 티끌을 은행에 반납... 아 이게 아니구나. 그나저나 ‘명예의 속박 악시닉’이라... 몰락자들은 왜 이렇게 멋있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거야? ‘켈 중의 켈’이라던지 ‘늑대의 가문’이라던지 ‘야생마’라던지 우리도 막...
이화는 자신이 시험에 들었다는 걸 생각보다 빨리 깨달았다. 일을 맡긴 사람들의 시선이 껄끄럽기만 했다. 협회장은 그를 앞에 세워두고 ‘책임감’을 운운했다. 잘못을 저지른 후에 크게 후회하며 모든 것을 바로잡지 않았느냐는 주장에 아무도 대꾸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날카로운 눈초리는 이화의 온몸에 들러붙어 떨어질 줄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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