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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그래 안녕. 귀신을 본 듯 발걸음을 재촉했다. 엘레베이터 문 잡고 기다리는 지성이가 얼굴로 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이마크가 저 순진무구한 발상으로 내가 시한부니 아프니 뭐니 하면 일이 이상하게 돌아갈 것 같은데. 지금 상황에서 장난친거야 헤헤, 하는 순간 얼음 날아와 꽂힐 것 같아서 오금이 저렸다. 분명 지금 바로잡아...
肺魚 째깍. 째깍. 흰 벽을 장식한 아날로그 시계가 적막을 메꿨다. 승민은 싸구려 철제 의자에 기대 앉아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밤 9시 20분. 정신없이 끌려다니느라 시간이 이렇게 된 줄도 몰랐다. 뒤늦게 허벅지가 욱신거렸다. 넘어질 때 크게 멍이 든 모양이다. 슬쩍 내려다 본 바지는 흙과 먼지로 잔뜩 더러워져 있었다. '너, 따라 와 봐.' 민호는 그...
“고은 씨. 이번에 베타 팀이 H 기업 계열사 공장 하나를 뻥- 터뜨렸다는데, 한번만 수고해 주세요.” “네…. .oO (으미씨벌이새끼들은철이언제들라고하니)” 내가 몰래 고은 씨 통장에 뽀나쓰 넣어 드릴게. 내 맘 알지? 넵, 당연하죠. 갑니다요. 김고은. 23세. 학구열이 높기는 개뿔 공부에 목숨 거는 대한민국에서도 탑 중의 탑이라 불리는 도시대학교 건축...
4. 오늘따라 쉽사리 잠에 들지 못했다. 첫 임무를 맡았으니 그럴 만도 하겠다. 그런데 적어도 새벽 1시 이전에는 곯아떨어지는 게 내 체력인데 새벽 세 시가 넘어가도록 똘망똘망했다. 이 시간에는 다들 자고 있겠지. 만약 누군가 안자는 사람이 있대도 나랑 놀아줄 사람은 없겠지만은... 아, 아니지. 김정우가 깨있으면 가능성 있을지도. 근데 잠이 워낙 많은 애...
여행을 준비하는 건 언제나 설레고 가슴 두근거렸다. 아냐는 수영복을 사러 로이드와 요르와 함께 백화점으로 향했다. 내일 출발이니 오늘 준비를 마쳐야 했다. "그러고 보니 여기에서 당신과 처음 만났지요." 요르가 아냐의 손을 잡고 걸으며 말했다. 로이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생에서의 첫 만남이라면 틀린 건 아니었다. "네. 아냐의 여름옷을 사러 간 길이었습...
공백 포함 27,505자 “형, 제가 한 거 아니라니까요. 아, 진짜로요. 악, 제가 했어요, 잘못했어요.” 한적한 길거리에 울리는 커다란 목소리가 귓전을 때리듯이 시끄러웠다. 소란스러운 소리를 살피기 위하여 Y이 걷던 걸음을 멈추어 자리에 우뚝 선 채 소음의 근원지를 향해 고개를 반쯤 돌려 뒤를 돌아본다. 동시에 제 눈앞으로 다가온 남자를 피하지 못한 채...
데뷔 7년차 1군 아이돌 유지민. 가이드 발현. 연예면이고 사회면이고 할 것 없이 포털 사이드 상단에 속보가 떴을 때, 팬덤은 뒤집어졌다. 우리 애기 어떡하냐고. 시대가 어느 땐데 가이드 발현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에서 잡아가냐고. 우리 지민이 그냥 하고 싶은 아이돌 활동 하게 냅두라고. 그도 그럴 것이, 기사에는 지민이 몇 날 몇 시에 가이드로 발현했으며,...
눈을 뜨고 나니 하얀 천장이 보였다. 더듬더듬 기억을 되짚어보며 깨질듯한 머리를 부여잡았다. 주변에 사람은 없는 모양이다. 뭐 뜨겁다 한 건 기억이 나는데 그 후부터는 기억이 뒤섞여 모르겠다. 스위치 내리듯이 감기는 눈을 겨우 뜨고 허리를 세워 앉았다. 에구구 소리가 절로 났다. 근육통이 심했다. "...아." 이윽고 떠올랐다.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이상한...
肺魚 덥고 습한 공기가 옭아매듯 숨통을 죄이던 여름. 이민호는 한국 유일 S급 에스퍼로 발현했다. 불과 그의 나이 열일곱이 되던 해였다. 첫 발현이 어땠는지도 이젠 가물가물하다. 드문드문 끊긴 기억의 조각은 아무리 모아봐도 이어지질 않았다. 살갗을 태우던 햇살, 미지근해진 바닷물, 귀를 찢을 듯한 비명 소리…. 아. 민호의 반듯하던 미간이 일순 찌푸려졌다....
차유진은 전과 같이 이세진을 대했다. 일본과 중국 등 외국에서 페어가 없는 가이드를 파견해 차유진의 페어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영 차도가 없었다. 차유진은 어깨를 으쓱하곤 말했다. 거봐요. 이세진 형이 내 가이드였어야 한다니까요. 나는요, 이세진 형이랑 있을 때 제일 편안해요. 다들 무시하고 넘어가는 말이었지만 이세진은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움찔...
정쌤이 알려준대로 들어간 훈련실에는 안경을 쓰고 훈련복을 갖춰입은 사람이 한 명 있었다. 그 뒤로는 즐비하게 다른 센티넬들이 칸을 나누어 훈련하고 있는게 실시간으로 송출되는 것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강여주입니다." "안녕하세요, 강여주 센티넬 전담으로 교육을 담당할 김도영입니다. 편하게 도쌤이라고 불러주세요." "반갑습니다..도쌤." "좋아요. 오늘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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