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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요소, 불쾌 주의※
초등학교 5학년 때 녀석이 엉엉 울며 우리 집에 온 적이 있었다. 오른손으로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식식 닦으면서 내 옷자락을 붙잡고 한참을 서서 울었다. 무슨 일이야. 침착하게 말하면서 등을 토닥여주고 싶었는데, 막 곤충채집을 하고 온 터라 손이 흙투성이가 되어 어정쩡하게 서 있기만 했다. 하지메쨩, 하지메쨩이 죽었어-. 하지메는 녀석이 일주일을 키웠던...
소택의 평화로운 오후, 매장소와 린신은 마주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얼마 전 동궁으로부터 받은 무이차였다. 맛과 향이 깊으면서도 깔끔한 것이 민주에서 공수된 최고급 무이차임이 분명했다. 차를 마시는 매장소의 입가에 은은한 미소가 드리워졌다. 린신은 묘한 눈빛으로 그런 매장소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매장소는 무시하려 했지만, 자신이 그가 원하는 반...
1. 경염은 아침부터 찾아와 혼약을 시켜달라고 조르는 공주를 보다가 공주가 처음으로 자신에게 청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한번도 아비로서 다정스럽게 해준적도 없었고, 오히려 여인이 되어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도 못하게 되었던게 생각이 나서 안된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우선 물러가 있으라고 말을 해두었다. 옆에서 보던 임수는 흥미롭다는듯 경염의 얼굴을...
첫 린매 연성입니다. 각주님 이미지를 잡기가 어려워 고생을 했지만 꼭 써보고 싶어서. 일단은 처음이니 가볍게, 두 사람의 좋은 밤을 적어보았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스포는 없습니다. “ 린신. ” 돌아서서 나가려는 린신의 발걸음을 붙잡은 건 머뭇거리듯 내려앉은 매장소의 목소리였다. 마지막 남은 한 방울까지 매장소가 전부 입 안으로 털어넣는 것을 확인하...
이 이야기는 어디로 가는가... ********************** 수가 장난스레 현대문물 만세라며 웃었을 때, 옆에 있던 경염과 린신은 심통 가득한 얼굴을 하곤 방금 팔팔 끓인 물을 넣은 핫팩을 수건에 싸 수의 품에 들려주었다. 린신의 아버지는 수의 아버지와 친구였고, 수의 주치의였으므로 린신은 학교가 파하면 언제나 이 작은 방을 찾아오곤 했다. 아...
산의 비는 정적과 함께 내린다. 굵은 빗방울이 나뭇가지에 걸려 요란스레 떨어지다가도 부드러운 흙에 닿으면 조용히 스며들고 만다. 산의 비가 시끄러울 것이라 여기는 이는 한 번도 산에서 비를 맞은 적이 없는 사람이다. 제 아무리 거센 빗줄기라 해도 산은 그 자리에서 고요히 자리할 뿐이다. 맞서지 않고 조용히 흘러 보냄으로써 풍파에 휩쓸리지 않는다. 절벽 위 ...
세기 20XX년. 자랑스러운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은 넘치는 정열과 훌륭한 애국심으로 북한에의 선제공격을 시작하기 시작했다. 5천만의 국민 중, 2년이 넘는 군사훈련과 투철한 반공정신으로 무장한 예비군들이 그 창끝이었다. 아아, 구렁이 담 넘어가듯, 대나무 도끼에 쪼개지듯 하는 파죽지세란 것은 이 예비군 부대를 필두로 한 평양진격의 속도를 일컫기에 바로 부...
상공 10km. 별은 밝게 빛나고 있다. 구름을 벗어나자 비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우주선 감도 삼삼 양호. 나는 크게 한숨을 쉰다. 땅도 더 이상은 보이지 않는다. 상공 20km. 오존의 기묘한 냄새가 우주선을 가득 채운다. 방진·방사선 처리는 다 했을 텐데, 분자 단위로까지 막는 건 무리였나? 지상은 먹구름으로 가득 깔린 게 보인다. 하늘에는 개밥바...
해는 저물었지만 캠프의 모닥불은 한창일 무렵. 잘 걸러내지도 않은 걸쭉한 술이 언제나처럼 몇 통은 비워졌다. 그러나 그날은 이상케도 술자리가 지난 후 술이 수 통은 남았고, 달은 아직 새초름하게 밝았고, 드물게 시간마저 남았다. 카드놀음이나 주사위도박도 슬슬 흥이 떨어져가던 차. 병졸들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서로 바라보며, 익숙치 않은 입놀림으로 익숙한...
"...야." "...야?" "아, 아니. 원주민." "인디언 처음 본 백인 같은 소리 하네. 민희." "...응?" "민희라고, 강민희. 내 이름이야." "어...알았어. 지구에 사는 3등급 지적개체 민희야." "경찰 부른다." "그게 뭔데?" "마을 경비원. 호리호리한 외계인 미간에 구멍뚫는 것도 잘 해." "죄송합니다, 민희 님...좀 봐주세요." ...
모든 불행은 독립적이다. 밑에는 더 밑이 있을 수 있다. 설령 전쟁이 결국 생화학병기와 핵무기로 끝났고, 생존자들은 서로 방독면을 놓고 다투며, 그게 나와 내 양부모님, 애인과의 다툼이라고 해도. 그럴 수 있는 것이다.
세계엔 수많은 가능성이 있고, 나는 사람의 가능성을 믿는다. 우리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어디로든 갈 수 있다. 사람은 하늘을 날게 되었고, 달 위에 깃발을 꽂았고, 세계를 멸망시킬 고대병기까지...아, 이건 아닌가. 그런데 아, 과학의 발전이란 항상 그렇잖아. 내가 상상한 분야에선 발전이 더딘데, 상상도 못한 곳에서 무지막지하게 초고속성장을 이룬다.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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