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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애와 5미터 이상 떨어지면 죽는 저주에 걸렸다.
민희야, 만약에, 정말 만약에 말이야. 내가 네 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면, 너는 어떤 선택을 할까? 열여덟의 형준은 민희에게 줄곧 이런 질문을 던지곤 했다. 형준은 만약에, 라는 질문을 좋아했다. 예와 같은 상황을 겪어 본 적이 없는 민희는 형준의 물음에 주로 글쎄, 라고 대답했다. 민희의 무심한 대답에 형준은 어차피 만약에인데 좀 성의를 넣어 대답할...
" 그만 좀 하자. 지친다 이제. " " 그럼 헤어지자. " " ... 너 진심이야? " 이게 몇 번째더라. 민희는 셀 수 없이 이루어졌던 형준과의 이별을 떠올렸다. 언제부터 헤어지는 게 이렇게 쉬웠지. 형준과 사귀며 열 번도 넘게 헤어졌다 다시 만나기를 반복한 민희는 이제 정말 지칠대로 지쳐 있었다. " 너 그 말 책임질 수 있어? " 형준의 눈을 똑바로...
(*ㄱㅗㅇㅌㅏㅇ 등장) 안성민이 앓아누웠다. 원인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피로 누적. 4월 중하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쉬는 타임 하나 가지지 않았으니 당연했다. 열정과 꿈 이루기에 혈안이 되어 느끼지 못했을 뿐, 진작부터 몸에 과부하가 걸려있었다. 덕분에, 늘 계획부터 직접 만들기까지 성민의 주도 하에 이루어졌던 카페 럽잇티는 제대로 돌아갈 리 ...
발이 넓은 주혜는 고등학생 시절 지금보다 훨씬 더 쾌활해서 전교생과 스몰 토킹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같은 반인 민희와 주혜가 친해진 건 둘은 같은 교회였고 그들의 부모님이 교회에서 청소년부 관리를 담당하고 계셔서 함께 해야 할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주혜는 입이 근질거리는 걸 못 참고 민희와 더 친하게 지내고 싶어했다. 정말 친구로서. (민희는 누가 봐도 ...
23살, 2학년 형준과 4학년 주혜는 28일째 연애 중인 cc였다. 둘은 아직 손도 안 잡아본 풋풋한 커플이었다. 형준은 솔로로 날려버린 꽃다운 1학년과 눈물 나는 군 생활이 지나 성사된 이 연애에 만족하고 있었다. 형준은 꼭 먼저 입술 박치기를 하겠거니 생각하다가 키스는 너무 빠르다며 혼자서 오두방정을 떨었다. 주혜는 형준에게 '난 내 시간을 존중받는 연...
강민희는 소중하지 않다. 굳이 말하자면 중요했다. 내 삶에 걔가 필요했다. 반짝 행복했기 때문에 걔를 소중하다고 표현하고 싶지는 않았다. 초콜릿을 화려한 껍데기에 싸고 먹고 나서 버리는 포장지. 소중하단 말로 포장하는 것 같아서 싫었다. 그래서 강민희와는 사귀고 싶지 않았다. 걔랑 함께한 시간이 소중했던 것이 돼버리는 게 마음 아팠다. 같은 대학에 다닐 것...
깊은 밤, 피비린내 가득한 여인이 임자관에 찾아왔다.
우리가 성인이 되던 날. 친구들과 술이며 담배며 이제 합법적으로 해보겠다며 새해 00시 정각에 맞춰 반짝거리는 민증을 들고 입장했다. 주량도 모르고 설치던 우리는 하나 둘 정신을 못 차렸고 난 술이 체질이었던 건지 생각보다 멀쩡했던 것 같다. 강민희는 한 잔 먹고는 이걸 왜 마시는 거냐며 잔을 내렸고 애들은 얘가 분위기 잡친다며 걔한테 술을 먹였다. 틱. ...
눈물이 뚝뚝 흘렀다. 나도 울고 싶지 않았다. 소리 내어 엉엉 울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그랬다면 개쪽이 틀림없었다. 걔는 내가 왜 울어버린 지 영문도 모를게 분명했다. 강민희가 내 머리 위로 자기 교복 자켓을 덮었다. 긴 팔로 어깨를 붙잡더니 나를 데리고 걸었다. 강당을 벗어난 것 같았다.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나는...
[3. 귀여운 ♡ 를 하나 그린다.] 펜끝을 손바닥에 대고 잠시 가만히 있으니 검은 잉크가 서서히 번지듯 새어 나왔다. 두 눈을 질끈 감고 으으거리던 민희도 내가 통 뭔가를 쓰지 않자 궁금했는지 실눈을 뜨고 펜을 쥔 내 손을 바라보았다. 잠시 뒤 나는 손을 움직여 아주 천천히 둥근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위쪽으로 봉긋 솟아오른 곡선은 이내 완만한 경사를 ...
적어도 너는 나에게 소중한 순간은 아니었다. 너에게도 소중한 순간이고 싶었던 적이 없었다.중학교 친구들 무리에서 혼자 다른 고등학교로 배정받았다. 아는 사람이 정말 아무도 없었다. 애초에 인사는 바라지도 않았지만 이러면 범생이 코스프레라도 해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도 자리는 뽑기였다. 속으로 안심했다. 혼자 앉지 않아도 된다. 짝은 친구가 ...
우리는 술에 꼴았다. 정확히는 난 술에 절여진 정도 강민희는 술에 떡이 된 정도.교양 수업 조별 과제 팀원들이 뒤풀이를 하자며 의사와 상관없이 끌려온 결과 시끄러운 대학가 술집에 앉아있게 되었다. 강민희랑 같은 조여서 다행인가 싶다가도 어제부터 혼자만 어색해진 느낌에 결국 하루 종일 이상하게 굴고 있음을 얘가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 강민희는 딱히 어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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