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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원래 쓰던 글을 미루어 두고 적는 이야기. 우리집은 공동주택의 1층이며, 지하실을 창고로 사용하고 있다. 창고 겸 보일러실인 지하에는 우리 집 사람들이 미처 정리하고 오지 못한 옛날 물건들이 많이 남아 있지만 여태 정리를 하지는 못하고 계속 쌓아 두었다. 그 누구도 그 시절에는 알지 못하였을 것이다. 미루어둔 일이 폭풍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고는 말이...
작가 은 x 죽은 그의 애인 규 (사망소재, 유혈 표현 주의) 톡 톡 일정한 간격으로 만년필이 책상에 부딪혔다. 몇달째 굳게 닫혀있는 하얀 상자를 바라보던 혁재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창문을 열었다. 숨이 턱 막혀오던 집에 시원한 바람이 순식간에 들어찼다. 저 멀리 그 애와 함께 걷기도 하고 드라이브도했던 다리가 시야에 들어왔다. 하지만 저 다리를 지나가지 ...
그 제노바의 인어가 처음으로 배운 뭍의 말은 Farfalla, 즉 제 이름이었다. 실은 리구리아어 억양이 강하게 반영되어 더 독특하고 튀는 발음이었지만. 파르팔라보다는 빠르파알라, 에 더 가까운 제 이름만을 발음하던 인어는 곧 제 첫째오빠의 가르침으로 그의 이름과 언니의 이름, 그리고 간단한 문장들을 발음할 수 있게 되었다. Ape, Fiore, Ciao,...
(@침수님 / 트레틀 사용한 그림) 한 오래된 도시의 뒷골목엔 낡은 성당이 있다. 고아들은 이 성당의 사제에게 도움받고, 늙은 사제는 아이들에게 세상의 자그마한 호의나마 주겠노라 사는 그런 삶이 있었다. ... 골목을 전전하는 어린 고아들 중. 몇몇은 생을 떠났고, 대부분은 뒷골목 범죄자가 되었으며, 아주 일부. 소수의 아이들은 양지의 삶을 손에 거머쥐었다...
사람의 인연은 생각보다 단단하고, 유약하다. 이 정도 쯤이야. 하면 잘려 나가고, 아, 너무 심했나? 하면 또 간당간당하게 제법 잘 버틴다. 전원우와 이 찬의 관계가 그러했다. 7년을 눈치만 보다가 겨우 이어진 관계는 쉽사리 괘도를 바꾸지 못해 1년간의 연애는 선을 넘을까 노심초사하며 살았다. 하지만 전원우에게 그 시간이 어땠는지 물어본다면 전원우는 그 무...
서진아 너는 어때, 당신은 날 놓았어? - 모든 일이 끝났다. 착한 사람들은 행복을 찾았고 악한 사람들은 그들의 최후를 맞이했다. 주단태가 감옥에 갔다고 했나, 저번에 흘리듯 들었던 뉴스를 기억해냈다. 세상 사람들이 이젠 그가 얼마나 추악하고 더러운 인간인지 알게 되었지만 그렇게 크게 변한 건 없었다. 여전히 세상은 시끄럽고 누군가가 없어도 잘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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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을 받았다. 하얀 남자가, 하얀 방에서, 백의를 입은 의사에게, 새하얀 진실을 선고받았다. 그 사실이 고막에 닿자마자 남자는 의사에게 되물었다. 왜요? 질문엔 저항할 힘도, 삶에 대한 미련도 없었다. 다만 미량의 걱정이 묻어 나올 뿐이었다. 그마저도 그 스스로를 향한 것이 아니었다. 의사는 그런 반응이 익숙한 듯 검사 결과를 한 번 더 읊어주었다. 피부...
*부제는 물에서 익사한 물고기. 수많은감정이증발하고드러난강바닥에물고기가퍼덕인다끊임없는움직임에강바닥이너울치는것만같다는생각이들었다미로처럼오밀조밀하게짜여있는욕조들의틈새틈새로수많은 물고기가익사해간다물고기들은익사한다그것이마치자신의숙명이라는듯이내터져나오는물줄기날아오르는물고기심장이쥐어짜이는고통의끝은안식이며떠오르는물고기의깃털에치어들 나란히환호성을내지르며발라당뒤집어져페부를...
타츠미 씨가 사라졌다. 마요이의 차가운 손 끝이 타츠미가 평소 갖고 있던 공책에 닿는다. 차가운 감촉이 느껴진다. 공책의 딱딱한 겉표면에는 타츠미의 온기라고는 조금도 남아있지 않았다. 대체 어디로 사라지신 건가요. 최근 스케줄이다 뭐다 하여 타츠미의 상태를 살피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사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 것이 더 큰 걸지도 모른다. 그렇게 해서 모...
6월의 교정은 노을이 지지 않는다. 예상하건대 딱 반나절 가량 새벽녘과 같은 새하얀 햇볕이 비추고, 순식간에 회색조를 띤 달의 그늘이 드리운다. 마향(魔香)의 성분을 포함한 안개가 인기척 전무한 복도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시공간의 틈새에 갇혀 한낱 아공이 되어 버린 듯한 기분을 지울 수 없으나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는다. 교탁 아래 혹은 모두가 하교한 빈...
본문은 타타(@huggydeer)가 작성한 글이며 B(@BB12301004)님, 인라인(@skatingrink_k)님, 허기(@huggydeer )님과 함께하는 홍윤 릴레이 글쓰기의 네 번째 편입니다. 종교적 소재 및 시위 폭력 묘사 주의 아버지가 태어날 때부터 신이었던 건 아니었다. 아빠의 목에 매달려 관람차 보는 걸 제일 좋아했던 아이는 부모의 고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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