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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하듯 느리게 움직이는 손가락, 상대를 신경 쓰지 않는 듯 내리깐 눈, 야릇한 숨을 내뱉는 입술, 모든 게 내 신경에 거슬린다.
1화. "정해원... 너 자꾸 기록 좋아진다? 이렇게 기록 좋아지면 내가 추천서를 써줄 수밖에 없어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번 동계 합숙은 미술부랑 같이 할 거니까 애들한테 전해라." "네, 알겠습니다." 해원이 다니고 있는 고등학교 체육부 부원들은 매년 여름과 겨울마다 합숙 훈련을 진행하였다. 올해 겨울은 체육부끼리만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미술부...
(4) "못 온대?" "...응." 나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물었는데 현준이의 표정과 온몸에는 긴장이 역력했다. 이에 갑자기 분위기도 이상해졌다. 지금껏 단둘이었고 앞으로 길어야 한두시간 정도, 내놓은 맥주나 좀 홀짝이다가 돌아가면 그만일 텐데... 날 집으로 데려온 주제에 남은 시간 자연스럽게 행동하지도 못해? 휙, 안주 그릇에서 땅콩을 집어 현준이의 ...
(3) "신라호텔에서 섹스한 거, 기억하잖아. 틀려?" "......" 한 번 더 질끈 감았던 눈을 떴다. 이젠 잡아떼는 게 더 우스운 꼴이 됐다. 자리에서 일어서니 현준이도 엉덩이만 겨우 걸쳤던 책상에서 몸을 일으켜 나를 정면으로 쳐다봤다. "너 뭐하냐? 이게 대화야? 취조지?!" "...기억하는구나." "너 이런 소리 하려고 술 마시자 했어?" "다 기...
(2) "여기 사인하면 너 진짜 '내 거' 되는 거야." 근로계약서를 내밀던 날 현준이가 말했다. 말도 어쩜 저렇게 꼴리게 할까. 타고난 거겠지. 자각도 못하고 끼 부리는 꼴하고는. 내놓은 게임 두 개가 연속으로 초대박 히트를 친 떠오르는 스타트업인데다 조건도 괜찮았다. 하지만 그 모든 걸 떠나... 그저 현준이를 오랜만에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다. 가까이에...
(1) "이제 와서 말인데, 난 솔직히 헨리가 연우 씨랑 사귀는 줄 알았어." 모닝커피 수혈 시간. 오늘 커피 당번인 직원이 아메리카노를 쥐어주며 툭 건네는 말에 그만 컵을 놓칠 뻔했다. "나도. '아, 몰래 사귀는 거 되게 티난다', 그랬지." "헐, 나도... 연우 씨, 기분 나쁜 거 아니지?" 나는 웃어 보였다. "괜찮아요. 대학 때부터 그런 오해 진...
이지성(18) -개씹씹씹씹씨발라먹을 새끼 -본투비 싸이코 잡놈 새끼였음. -정국의 불행의 원인. -…뭘 더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나? 그저 뿩킹 보이로 모든 설명 끝. -대기업 후계자 후보 새끼였지만 영상 퍼지고 난리나서 그대로 영원히 아웃. 김태형(18) -얘 속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요… -바보같지만 오직 자신이 흥미가 돋는 것에만 움직이는 편. -어쩌...
북부의 설산에서 죽은 남자를 주웠다. 남자는 아직 살아있다.
1.박지민(18) -자존감이 어마어마하게 낮았던편(전정국 만난 뒤로 많이 나아짐) -인간관계에 있어선 의외로 가차없음 -공부 생각보다 엄청 잘함, 노력파(전교 16등) -머리 회전이 빠른 편이지만 회전을 잘 시키지 않아서 문제 -악플사건때 자살시도까지 한 어두운 과거를 가지고 있음. -엄마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있음. -눈치는 은근히 빠름(부정적인 쪽에만) ...
전정국은 충격을 받아 말을 잇지 못하는 날 지그시 바라보다 고개를 푹 숙였다. 고개를 숙인 전정국에게서 씁쓸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형이 생각하는 그 사람 맞아요..이지성..” 예상은 했지만 전정국의 말을 들으니 눈 앞이 하얘지는 듯 했다. “그럼…그럼..나는 여태… 니 원수랑 하하호호한거네…?” 심장이 바닥으로 쳐박히는 느낌이었다. 머리가 웅웅 울리고 ...
나는 전정국의 가슴에 등을 기대고 다리 사이에 어정쩡하게 앉았다. 전정국은 내가 차가운 바닥에 엉덩이를 대고 있는 것마저 못보겠다는 듯이 내 겨드랑이에 손을 찔러넣고 번쩍 들어 자기 무릎 위에 앉혔다. 고개를 돌려 전정국의 눈을 바라보니 전정국의 눈에는 정말 오롯이 나만 담겨있었다. 그동안 이 눈을 왜 보지 않았던 건지, 이 눈을 한번이라도 제대로 보았더라...
그날 이후부터 나는 필사적으로 도망다니기 시작했다. 겉으로 보기엔 전정국과 지랄이란 온갖 지랄을 다했을 시절의 모습같았다.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때 기분은 짜증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절망적이란 것이었다. 수업이 끝나기 5분 전쯤에 화장실이나 계단 구석에 숨어있었다. 좁고 먼지가 가득하고 냄새나는 공간에 쳐박혀있으면서 나는 더욱 더 비참한 기분을 느꼈다....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가방을 뒤져서 어설프지만 정성스럽게 포장한 향수를 꺼냈다. 시원하고 적당히 묵직한 향이 나는게 전정국과 딱 어울리다고 생각해서 고심 후에 선택한 것이었다. 내가 준 선물이라고 뛸듯이 기뻐할 전정국의 모습을 상상하니 괜히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아 진짜 내가 생각해도 너무 센스있네..." 나는 남이 듣기 민망한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전...
난 내가 항상 어리다고만 생각했다. 스물 일곱. 걷기에도, 그렇다고 박차고 나아가기에도 애매한 나이. 사람들은 이 젊음에 유독 관심이 많아 자주 훈수를 두곤 했다. 젊어서 그런 거야, 뭘 하든 다 돼. 정말 그랬던가. 난 내 인생이 단 한 번도 매끄러운 적이 없었는데. 문득 고개를 들어 바라다 본 하늘이 유난스럽게 화창했다. 손끝이 바짝 말려드는 것만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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