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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걸음을 내딛는 크리에이터를 위한 팁
17. 서두름 없이 한 걸음씩 다가가며 선재는 빈의 표정을 살폈다. 준연을 발견한 반가움에 무턱대고 앞으로 튀어나갈 때와 달리 이제야 곤란한 상황이란 사실을 깨달았는지 척 보기에도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무엇이 그렇게 걱정스러운 걸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지 마, 그러지 않아도 되잖아. 여긴 우리뿐이야. 정현성도 없는데 네가 왜 그렇게 불안해하는 거야...
16. 무서울 정도로 무거운 침묵이 계속됐다. 선재는 등을 돌린 채 꼼짝 않고 누워 짤막한 한숨을 몇 번인가 내쉬었다. 등을 돌린 선재가 낯설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죽여 버리겠다고 하던 그의 표정과 목소리가 뭔가 꽉 막혀 숨을 쉴 수 없게 하는 답답함을 지니고 있어서 빈은 덩달아 입을 다문 채 슬그머니 돌아누워 아직까지도 얼굴을 축축하게 만드는 눈...
15. 빈이 눈을 뜬 건 목이 말라서였는데, 깨고 나니 갈증보다 심각한 것이 두통이었다. 그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양손으로 누르고 잠시 멍하니 누워있었다. 어제의 일을 기억나는 대로 대강 떠올려보았다. 승미와 잠깐 마주쳤고, 현성이 몹시 화가 났었다. 그다음엔 술을 마시러 가서 승미 때문에 괴로워했는데 준연이 위로해 주었다. 곧 자리를 비웠던 현성이...
14. “여기는 어떻게?” 현성은 낯가림이 심한 편인 듯, 불편하고 불안한 얼굴이었다. 모르는 사이나 친하지 않은 사람과 둘만 덜렁 남겨졌을 때 흔히 볼 수 있는 태도가, 누구에게나 거침없이 친밀하게 대하곤 하는 형준에게는 재미있었다. 이런 타입의 사람을 만나는 것은 꽤 오랜만이었다. 선재는 다른 사람의 기분에는 좀 무심한 편이고, 준연은 일단 자신과 연관...
13. 문이 열리는 소리에 안 그래도 당황했는데, 도대체 어쩌려는 건지 사람이 들어오는 기척을 느끼면서도 선재는 잡고 있는 손을 놓아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여전히 깍지 낀 손을 꽉 붙잡고서, 막 입술을 뗀 손가락을 유심히 바라보다 살짝 고개를 들어 빈을 응시했다. 깊고 잔잔한 눈빛이었다. 그 사이 서로 간에 스쳐 지나갔던 폭풍 같은 일련의 사건 ...
12. 안 그래도 마음 스산한 날,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마치 속을 헤아린 듯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에 원하는 대로 웃어주고 싶었지만, 웃기 위해서 억지로 입술을 움직이자 튀어나온 건 웃음 대신 울음이었다. 그것도 어린애처럼 잔뜩 일그러진 울음. 이렇게 갑자기 울어버리면 준연이 당황할까 봐 걱정했는데, 준연은 놀라거나 난처해하는 기색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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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같은 공간 안에 있다는 걸 확인한 순간 바로 튀어나갔어야 했는데 잠깐 머뭇거리는 틈에 무슨 생각을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승미가 말을 걸어왔다. “안녕? 반갑다.” 오랜만에 보는 듯 자연스럽게 인사하는 승미가 대단한 건지 어떤 건지, 좀 오싹하는 기분이 들어 빈은 대강 고개만 끄덕이고 말았다. 언뜻 현성을 보니 셋까지 세고 난 다음에...
10. 선우빈이 윤승미를 처음 알았던 건 열여섯 살 때였다. 여름이었다. 친하게 지내던 형을 따라 극장에 갔었는데, 거기에 승미가 있었다. 승미는 형 여자친구의 동생이라고 했고, 형과 형의 여자친구, 빈, 승미 그리고 승미의 남자친구까지 다섯이 함께 영화를 보게 됐다. 굉장히 새침한 표정이 가지런한 앞머리와 유난히 잘 어울렸다. 첫눈에 반했다. 예쁜 얼굴,...
9. 술을 마시기엔 좀 이른 시간에 술집에서 전화한 것이 불안하긴 했지만, 그래도 승미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빈은 한달음에 달려갔다. 유리문을 열고 어두운 계단을 내려가면서 이제부터 나눌 이야기가 과연 어떤 것일까 이런저런 가능한 대화 내용을 머리 안으로 그려보았다. 확실하게 ‘이거다’라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한 가지만은 분명했다. 승...
8. 커피하우스 안으로 막 들어서던 준연은 안쪽 자리에서 휙휙 손을 흔들며 반갑게 아는 척하는 형준을 발견하고는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형준에게 다가가, 네가 여긴 웬일이냐고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웃기는 자식이네? 내가 내 발 가지고 여기 와서 놀겠다는데 네가 웬 시비야?” 형준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살짝 인상을 구기며 대답했다. 듣고 ...
7. 아파트를 나설 때는 과연 얼마나 더 지독하게 끔찍할까 헤아려 보았었다. 아파트를 빠져나올 땐 남자에게 몸을 팔아 사랑하는 여자를 되찾으려 하는 타락하고 수치심 모르는 선우빈만 남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느낌은, 헤아려 보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처참했다. 살아서 숨을 쉬는 것이 원망스러울 정도였다. 칼에 찔리는 것만 ...
6. “미쳤냐? 지금이 몇 신데 이 밤중에 남의 집 앞에 와서 난동이야. 술 마셨어? 죽고 싶어?” 비에 젖어 오들오들 떨고 있는 모습을 보자, 뜬금없이 빈이 떠올랐다. 상대가 승미여서 그런 건지 아니면 떠는 모습이 조금 전까지 자신의 품에 안겨 떨고 있던 빈과 비슷해 보여서 그런 건지 확실하진 않았다. 어쨌든 남자의 동정심을 자아내기 충분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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