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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간 수업은 적당한 중간에 십 분을 쉬고 다시 진행되었다. 약 한 시간을 잘도 자던 모차르트는 나이 지긋한 교수가 책을 덮고 피로한 눈과 목을 쉬러 잠시 나간 사이, 칼같이 눈을 떴다. 아직 잠이 붙은 눈이 희미한지 몇 번인가 깜박이는 속눈썹이 과장된 모델의 것처럼 그림자가 졌다. 속 머리카락보다 조금 짙은 갈색. 그 아래로는 강의실의 불빛이 섞인 연한...
여름이 끝나가는 때였다. 바람이 불어도 솨아, 하는 듣기 좋은 소리보다는 바삭 마른 잎들이 서로 간신히 부딪히는 메마른 소리가 났고 지나는 귀부인이며 영애들의 어깨에는 어느새 도톰한 숄들이 둘러졌다 풀어졌다 하곤 했다. 여우 꼬리가 나올 계절은 아직 아닌가 봅니다. 수확의 계절 초입을 맞아 바빠졌던 일정을 해치우고 오랜만에 얻은 휴식 시간. 오래도록 함께한...
스무 살이 되어 대학에 가고, 친구들을 사귀고, 술을 마시고, 수업을 듣고, 그림을 그린다. 그런 일련의 과정들을 죽 나열하면 지긋한 편두통이 찾아왔다. 어딘가 속이 일그러진 사람의 숙명 같은 것인지, 누군가에게는 아주 당연하고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일상이 하나하나 가시처럼 뾰족했다. 물 위로 올라온 막내 공주의 발아래만큼은 아니어도 시간을 소화하며 걸을 ...
불길함을 나타내는 전조는 느닷없다. 작은 새가 창으로 떨어뜨린 깃털일 수도 있고, 아침에 엎지른 물담긴 컵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을 범인이 알아챌 확률은 희박하기만 하다. 하늘의 사자는 결코 불행을 앞둔 이의 귓가에 제대로 속삭여주는 일이 없다. 알아보기 힘든 암시와 견제만을 발 앞에 떨구고 알아맞히길 바란다. 그런 점에서는 그나마 다행일지도 몰랐다. ...
돌아오는 길은 갈 때보다도 멀었다. 분명 똑같은 거리에 같은 걸음인데도 유독 멀다. 살리에리는 낯익은 지붕이 보일 때부터 무겁게 눌러오는 가슴을 몇 번쯤 작게 두드렸다. 로젠베르크와 헤어지고 입궁할 명분이 사라져 다시 걸음을 돌려 저택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조금의 후회는 항상 뒤따랐다. 아주 약간은 치기어린 행동이기도 했다. 품 안에 든 봉투의 버석거림을 ...
balafre - 칼자국. 흉터. “나이프, 엄청 날카롭네요.” 이런 질문에 화들짝 놀라는 것은 아주 예전에나 그랬다. 한창 가을 찬바람에 구르는 낙엽처럼 불안정한 마음을 교복 안에 지녔던 때.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 술을 마셔도, 담배를 피워도 제지받지 않는 나이가 된 지금은 그저 네 하는 무뚝뚝한 대답과 함께 도구를 정리하는 손을 멈추지 않으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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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에요. 짧은 질문에 살리에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완강함이 아니었다. 정말로 언제부터였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 모차르트는 침묵에 가깝게 조용한 답을 어찌 해석했는지 마주 침묵하다 결국 한숨을 푹 쉬었다. 살리에리의 눈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는 것을 안 것은 오늘 아침이었다. 천천히 걸어오는 반가운 검은 옷을 보고서 언제나처럼 손을 번쩍 들...
[당신은 죽었습니다.] 아주 간결한 문장이었다. 짧고, 단조롭고, 억양도 무난했다. 그 속에 쓰인 단어만 아니라면 가벼운 아침 인사라고 해도 될 정도로 부드러운 어투였다. 살리에리는 잠시 답할 말을 찾아 헤매다 결국 제대로 된 것을 건져내지 못했다. “예..” [여기. 당신의 뼈입니다.] 검은 장막 같은 어둠에서 깡마른 손이 상자를 내밀었다. 사방 10센티...
그랬군요. 예정했던 끝의 방향은 여러 갈래였다. 하지만 그 중에는 상상도 하지 못한 길이 있음을, 살리에리는 깨달았다. 빠듯하게 열린 틈 사이로 눈을 들이댈 용기를 내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길을 돌아 왔다. 들려오는 목소리로 가늠할 수밖에 없는 방 안의 공기는 생각보다 싸늘하지 않았다. 대답을 미루는 모차르트는 전혀 곤란함이 없는 기색이었고 공작은 여유를 ...
작곡은 순조로웠다. 아니, 순조로워야 했다. 하루라도 더 많이, 더 자주 살리에리를 봐야 했다. 그만큼 모차르트의 집에 쥐스마이어가 오는 날이 많아졌고 그가 아니더라도 다른 음악가 친구들이 쉴 새 없이 오갔다. 물론 극에 대한 이해와 곡 진행의 빠르기는 모차르트 본인이 가장 앞섰지만 폭주하는 도중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었다. 생명을 깎아 쏟아 붓는 기...
도착한 편지는 가벼웠다. 얇고 고운 종이에 쓰인 내용은 그 무게만큼이나 짧고 사실적이었다. 모차르트는 틀린 철자 하나 없이 달필로 쓰인 내용을 몇 번 곱씹다가 침대에 드러누웠다. 짙은 군청색 필기체가 공중에 떠돌았다. - 부적절한 음악회에서 조급함을 담아 거짓을 말했습니다. 폐하께서 오페라 상연을 앞당기기를 명하셨고 극은 당신과 제가 함께 만드는 것이기에 ...
마차에 올라 생각을 정리하던 살리에리는 시간도 대본도 아닌 가장 커다란 난관이 가로막혀 있음을 깨달았다. 어떤 식으로든 모차르트에게 지금의 상황을 알리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는 것. 차라리 본인에 국한된 거짓말이었다면 이렇게까지 할 필요도 없었다. 문제는 타인을 끌어들인 데에 있다. 안 그래도 깊게 죄지은 입장에서 또 다시 징하게 신경 쓰이는 일을 들이미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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