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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기를 앞두고 학기 전 출근은 오늘이 마지막이었다. 새학기 기념으로 점심 회식이나 하자며 굳이 굳이 학교에서 걸어서 10분도 넘게 걸리는 부대찌개집을 갔다. 추워 죽겠는데. 영훈은 요즘 부쩍 더 추위를 탄다. 김여사는 그런 영훈을 두고 몸이 약해져서 그런다며 장어즙이며 무슨 즙이며 때되면 올려 보내지만 비위 약한 김영훈이 먹을 수 있는 즙은 포도즙 정도였...
Wan과 가족들은 수인을 만드는 연구의 실험체였다. 인간과 동물의 능력을 뛰어 넘을만한 생명체를 만드는 비윤리적이고 가히 폭력적인 실험이었다. 그땐 Wan도 너무 어렸던 터라 자신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조차 인지하지 못했지만 매일매일이 고통스러웠던 것만은 또렷하게 기억했다. 어느 날은 하얀 가운을 걸친 인간들의 말을 드문드문 알아 듣기도 했고, 또 어떤...
제필전력 1회 주제 칵테일 1994년 한국의 폭염은 쉬이 적응할 수 없었다. 서울에 상경한 지 반년 조금 넘은 원필에겐 가히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제 막 스무살, 낭만으로 잔뜩 부푼 가슴을 안고 대학에 입학한 게 엊그제 같은데. 낭만은커녕 하숙집 거실에 대자로 드러누워 입을 한껏 벌리고 부채질 바람을 받아먹는 중이었다. 틀어놓은 티비에서는 마로니에의 칵테일...
악몽을 꿨다. 여느 때와 같은, 그런 꿈. 가로등 사이를 스쳐 지나가며 누군지도 모르는 그 발을 쫓다 정신을 차리면 빨간 피가 손에 묻어있다.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으며 날 위로하는 척 나도 모르는 내 아픈 얘기를 꺼내는 악마 놈. 정말 거지 같은 기분이다. 꿈에서 깬 뒤는 항상 어둡고 차갑다. 늘 그렇듯 창문을 열고 밤의 공기를 들이켜며 심호흡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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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버트 프레슬리의 하루는 제법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갖가지 부탁이나 의뢰를 받고, 또 그걸 들어주기 위해 학교의 이곳저곳을 쏘다니고, 그렇게 바쁘게 돌아다니다 보면 어느덧 점호 시간이 코앞이었다. 그나마 수업이라도 있는 날이라면 교실에 붙어 앉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주말에는 그야말로 어디서도 볼 수 없고, 어디서든 볼 수 있었다. 동에번쩍 ...
택시 한 대가 컴패니언 하우스 뒤쪽에서 리바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거액의 청구서에 포함된 수많은 사치스러운 작은 옵션들 중 하나였다. 어둑한 밤에 얼굴을 숨길 수 있음을 반기며, 리바이는 운전기사에게 한마디 인사도 없이 검은색 전기 자동차 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굴욕적인 저녁을 보낸 후, 그는 누군가와 눈을 마주칠 상황을 피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
처음 본 준면은 정말 처음 이름을 들었을 때의 인상과 똑같았다. 단정하고 고왔다. “종인이 친구라고 했지?” “네, 오세훈입니다….” “동생 친구인데 말 편하게 해.” “네….” “내가 소개시켜 주려고 했더니 벌써 인사 나눈 모양이네?” 그의 얼굴을 쳐다보느라 세훈은 그가 과외를 받으러 왔다는 사실 조차 까먹고 있었다. 때마침 옷을 갈아입고 나온 종인이 아...
넌 어떨 때는 이사 온 옆집 형이고, 자주 가는 카페 사장이고, 아니면 지독하게 싸워대는 과일가게 동업자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많은 세상에서 노엘 갤러거는 한 번도 노엘 갤러거인 적이 없었다. 그는 어떨 땐 제임스였다가, 루이스였다가, 유진이었다가, 또 어떨 때는 알렉스이기도 했다. 꿈은 매번 달라졌지만 노엘 갤러거가 리암 갤러거의 형제가 아니기는 항상 ...
* 막 나가는 페르세포네. 외형은 우리집 빛전. 지하의 백성들은 지상의 빛을 보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다. 유일하게 그 특권을 누릴수 있는 이가 있다면, 그것은 그들을 다스리는 왕 뿐이었다. 저승의 왕은 본디 지상을 지배하는 이들과 깊게 관계되어 있었고, 지상과 천상에 존재할 수 있었으나 선뜻 지하를 그의 권역으로 삼았다. 빛이라곤 단 한 줄기, 왕이 드나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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