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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동호는 여자 친구를 사귄 적이 있다. 열일곱 살 때였다. “저기, 동호야 나랑 사귈래?” 하교 시간, 교실에 찾아온 옆옆반 여자애가 동호를 부르더니 다짜고짜 고백해왔다. 동호는 ‘아, 오늘이 그 날인가’하고 열일곱 살의 연애를 회상하려 애썼다. 종현을 사귀기 전 처음이자 마지막 연애였다. 그러나 동호에게 큰 의미가 있던 경험은 아니었다. 딱...
이제는 연대기보다 전설보다 오래된, 석탄처럼 붉은 쇠퇴한 별 태양이 지자 삼각주의 도시 움브리(Umbri)는 눈부시게 환한 불을 밝혔다. 그중에서도 가장 밝은 빛은 나이 든 시인 파무르자(Famurza)의 집을 밝히는 등불이었다. 연애시를 써서 부와 명성을 얻은 시인은 그렇게 쌓은 재산을 친구 및 추종자들과 흥청망청 놀고 마시며 탕진했다. 그의 저택 곳곳에...
['구원의 마왕'이 화신 유중혁을 바라봅니다.] 김독자의 귀환을 알리는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가장 먼저 눈물을 터트린 것은 김독자의 화신 신유승이었다. 이어 이길영도 눈물을 훔치며 훌쩍거렸다. 이번에 돌아오면 아저씨를 때려줄 거예요. 김독자의 화신이 하는 말에 유중혁은 어느 정도 공감했으나 바르르 떨리는 저 작은 주먹이 조그만 생채기라도 낼 수 있을까. ...
나 좀 취한 것 같아. 수화기 넘어로 들려오는 정국의 목소리는 오늘도 어김없이 조금도 취한 것 같지 않았다. 희미하게 들려오는 익숙한 음악소리에 한숨을 깊게 내리 쉰 태형은, 지끈거리는 머리 언저리께를 꾹꾹 누르며 차분한목소리로 거기가 어디냐며 되물었다. 물론 지금 시간에 그가 있을 곳은 뻔했지만. “택시 타고 들어가. 대리를 부르던가.” “넌?” “나 이...
_길을 걸을 때마다 바스락바스락 다리 사이를 스치는 천 자락이 신경을 건드린다. 내가 왜 이런 꼴을. 머리를 부여잡고 끙끙 앓아봐도 이 일을 저지른 속 좁은 성운들을 건드릴 마땅한 방법이 없었으므로 딱히 원망을 토로할 곳도 없었다. 바앗..! 그나마 비유가 곁에서 힘내라는 듯한 움직임을 해주는 게 유일한 위로 거리였다.그래그래. 비유 너밖에 없다. 김독자는...
[투진] 연애의 진상 5 12.김현진과 나는 한번도 떨어져서 지내본 적이 없었다. 연인이기 이전 친구였을 때도, 하다못해 내 돌잔치 사진에도 어머니 품에 안긴 1년을 미처 못채운 김현진이 찍혀 있다. 김현진네 부모님과 우리 부모님은 고등학교 동창이셨고 김현진네 어머니가 우리 아빠에게 엄마를 소개 시켜줬고 우리 엄마가 김현진네 어머니한테 김현진네 아버지를 소...
감사합니다.
*극 중 캐릭터를 재구성 한 소설 입니다.*발행되었던 편 중, 19세 이하 구독자를 위한 일부 수위 조절본 입니다.*고민많던 21화, 막상하니 금방 조절되어서 발행합니다. 원래 버전보다 대충 가늠해야하는 것들이 있어 여러 복잡하고 극박한 상황이 덜 느껴지고, 희성의 과한 감정이 다소 오버스러워 보일 수 있으나...이해 해 주시어요ㅠ < 21 > ...
키워드: 동갑도시, 노쾅 빗물이 튀기는 소리가 요란했다. 쳇바퀴를 돌리 듯 끝도 없이 돌아가던 타이어가 멈추면, 따라 내리 꽂히던 빗줄기가 조금은 잔잔히 유리창을 때려오기 시작했다. 리듬에 맞춰, 건반을 내리 누르는 피아노처럼, 점차 규칙적으로 들려오기 시작하면, 때 마침 연주를 깨는 노크 소리가, 창문을 울렸다. 마디가 도드라진, 조금은 마른 손이 운전석...
※이것저것 무리수, 끝도 없는 캐붕! ※어떡하죠 이번편 1도 중혁독자 아니에요…… ※개연성은 제가 손가락 세 개로 지불했습니다. ※이 글은 모든 캐해석을 포기한 사람이 쓰고 있습니다. ※1편이 수위라서 못/안 읽으신 분들을 위한 간단 요약: 김독자와 일행은 드래곤에게 납치된 공주를 구하는 모험담을 완성시키라는 히든 시나리오를 받았으나, 어째서인지 용사 역을...
멸망해가는 세계. 몇 번이고 다시 일어서는 너. 그것이 자의든 자의가 아니든, 그 '등장인물'은 언제나 끝을 향해 노력하고, 노력했다. 그 노력은 '등장인물'을 지켜보는 '어떤 사람'에게 어떤 감흥을 불러일으켰다. '등장인물'의 기쁨에 웃고, 슬픔에 울고, 절망에 분노하고. 그 어떤 절망 속에서도 나아가기를 멈추지 않는 모습을 보며 현실에서도 살아갈 힘을 ...
* 퇴고 결국 서로가 서로를 꿈꾸게 만들었다는 거 아니야. 근데 이런 간질거리는 순간들이 있었는데도 두 사람이 서로의 마음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 왜냐하면 일이 제대로 터졌거든. 그 후로 재현이는 도영이 말을 듣고 그 클라이언트 소속 에이전시에 대해 생각해 봤는데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대. 조금만 더 국내에서 활동하고 가고 싶다는데 그 고집을 꺾기...
* 퇴고 * 소장본 <동화同化> 수록 재현이는 손에 든 명함을 만지작거리면서 생각에 잠겼어. 버스가 움직일 때마다 변하는 바깥 풍경을 눈에 담으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며 '어쩌면' 하는 기대를 품기도 했지.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희망에서 그치고 말아. 분에 넘치는 일이라 생각하며 다시 주머니에 명함을 구겨 넣은 재현이가 두 눈을 감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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