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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쳤어?” 아빠가 미쳤다. 드디어 단단히 미친 것 같다. 엄마가 쓰러졌던 현관에 선 아빠와 세 여자를 보니 어이가 없었다. 엄마가 돌아가신 지 얼마나 지났다고, 새로운
언제부터 그 사람이 왔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사람이 와서 하는 일은 잘 이해가 가지 않는 일들 뿐 이었다. 언제는 와서 고목이 있는 자리를 찾아다니거나 마을에 있는 서적들이 있는 위치를 물어본다거나 하는 일이었다. 우리 마을에 와서 뭘 찾는 것일까? 그래서 일주일 전부터 그 사람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관찰 일기 1일 관찰 일기 첫날이다! 그 사람에...
신을 사랑해서, 신을 용서할 수 없어서, 신을 죽이려고 했다. "어찌 취하지 않는 것이더냐." 제 위에 올라탄 이가 제 목을 향해서 칼을 겨누고 있음에도 누워있는 신은 차분하고도 다정한 음성을 내고 있었다. "어째서, 어째서 였습니까?" "어째서, 라고 물었느냐. 그럼 너는 어째서 이리 망설이고 있는 것이냐." 칼 끝이 목의 살갗에 닿아있음에도 떨고 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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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은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불이 붙은 종이처럼 가장자리가 까맣게 타들어 가기 시작한 공간 안에서 아랑은 이 자리에 초대받은 청중을 의식하며 이렇게 말했다. "하녀들은 벌써 음식 준비를 하고 있어." 아랑은 손을 위아래로 겹치며, 손등에 턱을 올려놓았다. "당신은 초대장을 금고에 넣어야 해. 금고가 돈으로 가득 찼다면, 돈을 태...
넘쳐나는 빛을 이기지 못하고, 유영은 눈을 찌푸리며 이불 속으로 얼굴을 숨겼다. 그 사이 노만은 읽고 있던 책을 올려둔 의자로 돌아가서, 책의 뒷장을 마저 읽었다. 유영은 어렵게 눈을 뜨고, 하얀빛 아래에서 모든 것이 명확해진 세상을 돌아보았다. 유영이 가만 보니, 노만은 한 손에는 책, 다른 한 손에는 커피잔을 들고 있었다. 유영은 탁자에 올려진 자기 몫...
그림자는 자신과의 접촉을 꺼리는 유영을 순식간에 등에 태우고, 바다 위로 올라갔다. 오랜만에 공기를 마신 사람처럼 유영은 달뜬 숨을 뱉어내며 푸른 하늘 아래서 눈을 떴다. 위를 올려다본 유영은 처음 보는 하얀색 태양의 맑은 빛에 인상을 찌푸렸다. 뒤이어 아래를 본 유영은 파란색 바다 가운데 있는 검은 섬과 그 섬에 홀로 앉아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유영은 사...
아래로 <백수가 되어 그리운 것> 편이 이어집니다.
유영은 렉스의 말을 뒤로하고 힘껏 문고리를 돌려서, 복도로 나갔다. 문을 닫은 후부터 기숙사 안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짙은 회색으로 변한 기숙사 복도 위로 기이한 빛이 떠올랐다. 빛은 그림자처럼 바닥에 딱 붙은 채, 점점 나뭇가지 모양으로 변해갔다. 황금빛 나뭇가지 모양은 구불구불한 선을 그리며 뱀처럼 움직여, 유영보다 먼저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유영은...
유영은 빵을 다 먹고, 옷에 묻은 부스러기를 털었다. 쓰레기통을 찾아, 책상 밑에서 나온 유영은 하얗게 방을 채우는 달빛을 보고 머리를 들었다. 이토록 아루비한의 달빛이 제빛을 내던 때가 있었던가? 항상 이 세상의 달은 밝지 않아서, 사람들은 달빛보다 가로등 불에 의지해서 밤길을 걸었다. 유영은 의자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당연히...
유영과 아이가 레윤 학교의 나무가 있는 학교 정원에 다다랐을 때, 아이는 어제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어서 고맙다고 했다. 유영은 무심히 아이의 감사를 받아넘기며, 아이가 안은 일기장을 보며 물었다. "다빈은 정말로 도깨비를 좋아했을까?" "다빈이 그렇게 말했어." "하지만 너와 주고받는 것도 아닌데, 일기장 첫마디에 네 이름을 적었어. 왜 그런 거야?" "모...
다빈에게서 멀어진 유영은 건물 밖으로 쫓겨난 뒤, 발을 구르며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하는 아이를 보았다. 이번에 유영은 학생문화관 뒤편에 있을 낡은 문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유영이 침묵하자, 대뜸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학생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뒷문이 있어. 거기로 들어가자." 유영은 걸음을 재촉하는 아이의 등에 대고 말했다. "그냥 ...
유영은 무릎을 꿇고, 마른 가지처럼 힘을 잃은 아이의 어깨를 쥐고 흔들었다. 아이는 동공이 열린 유영을 보며 의아했다. 그렇지만 유영은 사뭇 간절한 말투로 아이의 마음을 되돌리려고 했다. "가지 마. 가면 안 돼. 나를 혼자 내버려 두지 마." 유영이 생각하기에, 이 건물을 채운 어둠이 아이를 어디로 데려갈 것 같았다. 그러나 아이는 무슨 짓이냐며 웃었다....
뇌수가 터진 다빈의 전신은 질서 없이 꺾인 자세로 바닥에 뒤집어져 있었다. 유영은 빨라진 숨을 연거푸 토해냈다. 유영은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런데 유영과 달리 아이는 냉정한 눈으로 다빈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서둘러. 그들이 오기 전에 흔적을 지워야 해." "그들이 누군데?" 아이는 손수건을 꺼내서, 다빈의 머리가 깨지면서 흘러내린 물을 닦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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