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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롭게 떠난 치앙마이 한달살기. 말도 안되는 '그 일'이 나에게 찾아왔다. 1화 끝.
교과서에서 배운 감사를 글로 적는다. 똑같이 배운 내용, 똑같이 삼킨 감정. 쓴 사람은 여럿인데 꼭 틀로 찍어낸 것처럼 내용이 같았지. 조금이라도 더 감동적으로 포장한 모양만 달랐을 뿐. 알지도 못하고 거짓 정성을 들인 편지는 받는 사람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 보낸 사람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이야기를 그렇게 마무리 짓다가,묻어두었던 편지지와 펜을 꺼냈다...
거짓을 바란다는 것을 몰라서 이러는 게 아니다차마 놓지 못하는 이유는 그 허상이 붙잡아 지탱해주기 때문에여기에 있는 나를 그대로 사랑해달라고 울며 매달렸다도착선은 넘어섰다 경로는 이탈했다이제 와서 멈춰봤자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내가 이 이상 얻을 수 있는 것은 지독한 독여기에 있는 나를 찾아달라고 허공으로 손을 내저었다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목이 ...
산타할아버지, 달 토끼, 밤에 피리를 불면 나온다던 뱀, 망태할아버지, 빨간 마스크,그리고 또 뭐가 있었더라?어렸을 때 믿었던 것들이 이제는 아무런 감흥도 주지 않는다울지 않아도 선물을 주지 않는 산타클로스토끼 외의 형태로도 자주 변하던 달그림자뱀이 나올까 리코더 연습을 포기하던 아이는 이제 휘파람을 불며 어두운 밤길을 걸어갔고이제는 망태 든 할아버지보다 ...
‘편하게 앉아있으세요’의 동의어:‘우리가 원하는 것을 충족시키면서 조용히 있으세요’발이 닿지 않는 의자에 기어 올라가 허공에 발을 올렸다 부유감에 적응이 될 만하면 울리는 벨소리 90도 돌아앉을 때마다 불편했다 가만히 앉아있는 것도 힘든데 왜 자꾸 움직이라는 걸까눈은 따갑고 앞이 보이지 않아 집중도 되지 않고입꼬리조차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을 것도대체 어...
어릴 적 할머니에게 들은 이야기깊게 주무시던 할아버지가 오셨다고반가워서 보고 싶다 말했는데그 손 놓고 바쁘게 갈 길 가시는 뒷모습할머니 말처럼 만나게 된다면 무서울 줄 알았는데아무리 불러도 나를 돌아보는 사람이 없다엄마 손을 잡아도 내게 웃어주지 않고아빠 팔을 꼬집어도 날 혼내지 않고안아주는 것은 우리 할아버지 한 명할아버지는 나를 혼내시고, 울고,나는 할...
바라보는 것만으로 좋았고곁에 있지 않더라도 괜찮았고아프고 슬프지 않을 수 있다면그냥 저 멀리서 웃는 얼굴이 보였다면물이 밀려오는 것처럼 숨이 막혔다목소리만 들려도 이렇게 가슴이 떨려비슷한 이름만 들어도 돌아보게 되었고혹시라도 잘못 뱉을까봐 눈물 나게 입술을 물었어네가 행복했으면 좋겠다행복이 어렵다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욕심은 꼭꼭 밀어 넣고감정에 잠겨죽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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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을 볼 수 없는 창맞물리는 두 개의 시선같은 옷, 같은 행동, 같은 말길을 잃은 서로의 모습나는 너를 모르겠다남의 옷을 빌려 입었나원래 안 하던 걸 따라하나왜 하나같이 어색한 것투성이지?비쳐야 할 것은 나,보이는 것은 너아, 깨져버렸다
잘 될 때는 생각도 않다가 잘못되면 제일 먼저 찾고 기쁠 때는 잊혀도 웃고 힘들 때는 제일 먼저 위로를 건네는, 무심코 못을 박았다가 다 지난 다음에 후회하고 생각 없는 말에 상처받으면서도 괜찮다며 안아주는, 곁에 있을 때는 모르면서 떠나고 난 뒤에야 깨닫고 알 때나 모를 때나 잘되기를 계속 기도해주는 그런 사람이 있었다 왜 그렇게 미련했는지는 알 수 없었...
뉴스와 내 주변에는 없던 사람들이 SNS만 하면 가득하다.스스로 당당하고 자신을 알고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서슴없이 말하는 사람들이곳에는 행복도, 슬픔도, 만남도, 이별도, 다툼도, 화해도 모두 존재하는데그동안 알던 것과 다른 것은 수많은 차별과 비뚤어진 시선의 존재.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흰색도, 검은색도 아닌데 수많은 회색 중에도 내 자리가 없다.나는 ...
길 위에서 듣던 진부한 사랑 노래하루 한 편씩 읽는 러브 스토리 친구와의 문자에 즐거워할 때면 연애 여부를 물었고죽고 싶을 때면 사고치고 실수한 것인지를 알려 들었다사전에 사랑이란 말이 없었으면 무엇으로 이야기를 했을까?이 세계는 사랑 이야기, 섹스 이야기에 열을 올렸다.어떤 사랑을 나눴는지, 그가 또 얼마나 잘했는지,연인과의 관계는 어떤지, 그에게 어떤 ...
너덜거리는 쓰레기 묶음, 펜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나무 조각, 남아있는 물감 자국만 정체를 증명하는 플라스틱 파편, 장작이라 불러야 좋을 목재, 더 이상 돌지 않는 물레자기는 깨어지고 염료는 물들이지 못하고 낱말은 흐트러지고 톱밥은 호흡을 방해하고어느 하나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잿더미 사이에서지금 꿈을 꾸는 것은 아닐까 죽으면 깰 수 있을 거야 누군가 목을 ...
그는 무너지는 세계 위에 서있다이 세계에 남은 것은 파멸뿐이다위태로운 가장자리에 서 펜을 움직인다하늘은 이제 비대신 시멘트 가루를 쏟아 붓는다모든 것을 부수고 남은 잔해처럼 아름다운 것이 없다고너덜해진 휴지 조각 위에 적었다다음 순간에는 짧은 암전모든 조명이 꺼지고 장면은 전환첫 번째, 점등그는 새장에 갇혀 펜을 움직인다주변을 둘러싼 것은 무너진 잔해 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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